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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30 아버지 노릇

아버지 노릇

시사 2007/04/30 16:18
한국에서 아버지 노릇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젠 자식이 어디 가서 맞고 돌아오면 복수까지 해줘야 하니 말이다.

국내 유수의 재벌 회장이
룸싸롱 가서 맞고 돌아온 자식의 복수를 찐하게 해서 난리다.
어린 자식도 아니고 대학생이나 됐는데
술 마시다 시비가 붙어 조금 맞았다고
재벌 회장이 손수 자사 경호업체의 경호원과 조폭 30여명을 이끌고
룸싸롱으로 쳐들어갔다니 너무나 웃긴다.

아들놈도 그렇다.
외국의 명문대께나 다닌다는 놈이
룸싸롱에 드나드는 것도 곱지 않은데
째려본다고 시비가 붙어 눈텡이가 찢어졌다니
웃겨도 이렇게 웃길수가 없다.

웃기는건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회장이란 자가 자기 자식이 눈텡이를 맞아 10바늘을 꿰맸으니
너도 당해보라며 가해자의 눈텡이만 집중공격했다던가.
또 이들을 무릎꿇린채
"네가 맞은 만큼 패주라"고 자식을 독려했다니
너무 우스워 배꼽이 찢어질 지경이다.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다.

자식이 어디 가서 싸우고 돌아오면
자기 자식에게 문제가 없었는가를 먼저 돌아보는 게  평범한 사람들이다.
문제가 있으면 꾸지람을 하고
문제가 없는데도 당했다면 다시는 그런델 가지 말라고 단속하는게 우리들이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 자식을 대했다간
도대체 자식 사랑의 기본이 안된 사람,
무능한 아버지로 찍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식을 위해 손수 복수혈전에 나선 재벌 회장이 한심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너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버지니아 총기사건때도 보았듯이 우리 언론의 '오버'는 정말 걱정된다.

당시 우리 언론은 재미교포가 범인이라는 점때문에
미국에 반한 기류가 형성되고 한국인들이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국인의 문화적 시각에선 당연한 우려이기도 했지만,
이는 우리끼리, 혹은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해야 할 우려였다.
사건의 본질을 제쳐둔 채 이 문제를 주요 의제화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본인들이, 당사자인 미국이, 이번 범행은 한 개인의 문제이지 인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데도
우리는 되레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심지어는 국내 일부 만평이 망발을 했다며 '고자질'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게 정말 망발인지는 모르지만, 설사 망발이라고 해도
남들에게는 숨겨야 하지 않았을까?
숨길 수 없다면 의미를 축소하고 해프닝으로 처리했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 대해 한 없이 미안하고 불안해 하는 한국을
오죽하면 미국 언론이 조롱거리라고까지 했을까.
특히 당사지인 미국 언론보다 이 사건에 대해 더 흥분하고
유언비어까지 (스스로도 유언비어라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가 하면
범인 가족의 인권은 나 몰라라 흥미거리로 몰아간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우도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보도에 신중하던 언론이
뒤늦게 '사회 지도자가...' 운운하며 법석을 떠는 걸 보면  한숨이 난다.

재벌 회장을 누가 사회지도자라고 했는가.
그는 단지 돈 버는 재주가 많은 사람일뿐이다.
그가 돈으로 인해 누리는 사회적 지위만큼 도덕적으로도 훌륭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손가락질을 하고 처벌할 수는 없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에 따라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사건과 무관한 일을 까발려서 공연한 웃음거리로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나는 다시 손에 검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자식이 얻어맞고 와도 조폭을 동원해 보복해줄 재력이 없으니
나 자신이라도 힘을 길러둬야 하지 않겠는가.
온 동네 도장에 아버지들이 넘쳐날 판이다.
대식이 아부지, 도장에서 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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