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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3 강 같은 마음

강 같은 마음

일상 속에서 2013/11/03 15:06
이순(耳順)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나이 60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 배운 기억으로는,
굳이 작심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순리에 맞는 것.
하는 생각, 하는 행동이 저절로 순리에 맞는 경지 쯤이다.

그런데 지난 법회에서 들으니
이순은 말 그대로 '순한 귀', 귀가 순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말을 들어도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동요함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는 것.

그런가?
정말 그런 뚯인가?
인터넷을 뒤져봤다.

<공자가 말년에 논어에서, "예순에는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다(六十而耳順)"고 회고하였다. 60을 가리키는 이순(耳順)은 여기서 나온 말로 말 그대로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다.>

<나이 60세를 이르는 말로, 공자()가 60세가 되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게 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게 된 데서 온 말>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예순 부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들으면 이해된다고 데서 나온 말이다.>

이순이라는 말에 귀가 순해진 것이라는 의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본뜻은 통찰력, 혹은 무불통의 지식에 중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해석도 있더라.

<혹자는 들어도 못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라 하지만 이는 이순에 대한 바른 이해가 아니다. 어떠한 남의 이야기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관용하면서도 분별력을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이순이다.>

전자가 공자의 학문적 경지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실천적 지혜에 중점을 둔 것이다.
어떤게 정확한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후자가 마음에 와 닿는다.
얼마 전의 한 경험 때문에 더욱.

한 직원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큰 회사의 경우라면 유급이나 감봉 조치도 가벼울 만큼.
나는 어떻게 하면 그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 사태를 수습할까 고민했고
다음날 조심스럽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그게 무슨 문제냐는 태도다.
자기로서는 최선을 다한 건데, 뭘 그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이다.
너무나도 분명한 잘못에 대해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보충 설명을 했지만
그는 꼬박 꼬박 말대꾸를 하며 오히려 불손하기 짝이 없다.
참다 참다 화가 폭발하려는 찰라, 그도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는지
갑자기 죄송하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며 꼬리를 내린다.
그러나 진정으로 반성하는 게 아니라
X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표정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과 더 이상 말다툼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알았다, 하고 말았지만,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었고
나중엔 그런 내 자신이 한심해서 또 화가 났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남의 말에 마음이 요동치는가?
내가 그것밖에 안되는가?

살아가면서 우리는 남이 무심코 던진 말에 많은 상처를 받는다.
또한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오죽하면 붓다께서 "혀는 만업의 근원"이라 했겠는가?

그래서 그동안
태산 같은 마음, 강 같은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직도 졸~졸~졸~
내 마음은 여전히 개천이다.

다행한 것은
사람은 본래 그렇다 했다.
완벽하려 해도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
돌을 굴리고 굴려도 정상에 다다를라 치면 도로 떨어지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라 했다.
그러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또한  인간의 조건이라 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들이
내 마음에 돌을 던질 것이다.
돌이 떨어지면 물결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그 파문이 오래 가지 않기를.
금새 평정을 되찾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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