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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8 drunken swimming (1)

drunken swimming

2007/05/18 15:49

제군들,
태평양에 갈 준비가 됐는가?
나는 다 됐다.
술 한병만 있으면 된다.

수영장에 오래 다니다보니
이젠 한달마다 갈리는 반 어디에도 갈 데가 없다.
초급반은 창피하고
중급반은 이미 너무 오래 있었고
고급반은 제대로 할줄 아는게 있어야 가지.
어정쩡한 나에게 강사가 교정반에 가란다.

교정반엔 나밖에 아무도 없다.
강사 하나 나 하나.
둘이서 한시간 내내 논다.
그런데 이 강사, 보통 친절한 게 아니다.
내가 왜 수영이 잘 안되는지
풀 밖으로 나가 내려다 보기도 하고
물속으로 잠수해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그때마다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그걸 누가 모르나.
이 사람아, 그건 나도 벌써부터 알고 있다네.
아는데도 몸이 말을 안듣는걸 어쩌나.
물속에만 들어가면
나는 여전히 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가 그만큼 애를 쓰면
박태환만큼은 안돼도 가르친 보람은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매양 그 타령이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미안하다보니 강습을 자꾸 빼먹게 되고
가더라도 강습시간을 피해 혼자 놀다 오게 된다.
그러다 들키면 몇일은 또 강습시간에 간다.
어제도 들켰다.

강사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은 꼭 제시간에 가려고 했는데
점심때 술이 좀 과했다.
낮잠을 한숨 잤는데도 골이 지끈거린다.
강습시간은 이미 지났다.
강사에겐 미안했지만 샤워나 할 요량으로 수영장에 갔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갑자기 물에 들어가고싶다.
이왕 왔으니 욕심은 내지 말고, 가볍게 몸이나 풀고 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고~
'산타루치아' 다.
내 배는, 아니 내 몸이 살같이 수영장을 지난다.
바나나보트처럼 물살이 양옆으로 갈라지는 것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이럴 수가..........!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다.
평소 5분에 2번정도 왕복하는데
지금은 3번을 왕복해도 숨이 안차고 거뜬하다.
나는 영어도 술에 취해야 잘 나오던데
수영도 그러한가.

이제 태평양에 가더라도 술만 한잔 하면 문제 없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이 영법을 취영(醉泳)이라 칭한다.
성롱에게 취권이 있다면 내게는 취영이 있다.
제군들, 어떠한가.
이제 언제라도 태평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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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운주 2007/05/21 12:3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푸하하하 리드가 정말 죽입니다. 국장님 제가 남태평양 수영장을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부산에 있는 남태평양 호텔에 있습니다. 케텍스 타고 함 가실래요. 제 생각에 국장님은 교정반에서 그리 안쑥쓰러울 듯한데..
    그렇게 주구장창 나 힘들어, 외로워를 외치는 사추기인데.. 그정도 개김이야 애교죠.. 50대 필살기.. 아마 강사도 이미 접수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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