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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무비의 추억 1

마음의 편린 2006/09/27 21:22

무주 구천동의 삼공리 계곡

사람은 일생에 몇번이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한 번? 두 번? 몇 번이고?
나는 단 한 번밖에 사랑할 수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 해왔다.
사랑은 인간에게 질투를 느낀 신에 의해 강제로 갈라진
나의 반쪽을 애타게 찾는 마음인데
그 반쪽이 여러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틀렸는지 모르겠다.

'새드무비',
이것은 그녀의 별명이다.
나는 그녀를 고등학교 1학년때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만났다기 보다
남의 들러리로 만나졌다.

우리 형님과 아주 절친한, 의형제를 맺은 분이 있었다.
그 분이 결혼을 약속한 동네 누나와 감히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무주 구천동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둘이서만 가자니 집에서 허락해줄리가 없고
남 보기에도 민망했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우리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었다.

새드무비는 바로 그 누나의 친척 동생.
고향의 남학생들에게는 인기 최고의 '퀸카'였다.
새드무비라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잘 부르고
그래서 남학생들 사이에 새드무비로 통한다고 했다.
나도 그에 대한 소문을 언뜻 들은 바 있다.

둥근 얼굴에 약간 곱슬한 머리,
생글생글 웃음기가 가득한 눈
발그레한 볼.
방금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입술.

나는 그를 보자마자 가슴이 울렁거려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런 내 속마음을 들킬까봐 그애 눈도 마주 볼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되는데......
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랬다.
나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다. (나 혼자서 그렇게 약속했다)
초등학교 동창이니 만나기야 여덟살에 만났겠지만,
내가 그애를 나 만의 여자로 찍은 것은 아마 열한살이나 열두살때?
여하튼 언젠가 그 애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그 애는 내 운명이 되었다.

우리 초등학교땐 모두가 빡빡머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책과 벤또(도시락)는 보자기에 싸서 허리에 감고 다녔다.
그러나 그 애는 달랐다.
아버지가 고향 유지였던 그 애는 입은 옷이나 머리 모양,
심지어 얼굴색 까지 하얀 것이 다른 애들과는 한참 달랐다.

나는 학교에 가면 우선 그 애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 애가 안보이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행히 내가 그 애를 볼때마다 그 애도 나를 봤고 (나의 착각?)
그때문에 나는 그 애도 나를 좋아하리라고 확신했다.

일단 그 애가 학교에 온 것이 확인되면 그때부터 생기가 돌았다,
수업시간에 마구 질문하고
운동장에선 죽어라 뛰었다.
모두 다 그 애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아, 내가 당시 조금이라도 공부나 운동을 잘 했다면
그건 모두 그 얘 덕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남들의 부러움 속에 도시로 진학했다.
그 애를 한동안 볼 수 없게 됐지만
나를 기다려 줄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마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정녕 내가 명문대에 진학해서 돌아올때까지
조용히 나를 기다려 주리라.

그러나 그 확신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던가
사실 나는 그 애와 말 한마디 나눠본 일이 없다.
(사나이는 함부로 속에 있는 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초등학교 졸업후에는 얼굴조차 본일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한번도 우리의 사랑(?)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지금까지도
그 애는 늘 내 마음 속에 있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명문대에 합격해서 그 애 앞에 자랑스럽게 서고 싶었다.
그때까지는 보고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여자에게 이렇게 마음을 뺐기다니....

"이래선 안돼"
난 내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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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운주 2006/09/28 09:2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언제쯤 그녀가 등장할까 했는데.. 드디어 등장하셨군요.. 첫사랑의 그녀.. 2탄은 제가 쓸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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