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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4 5월

5월

일상 속에서 2007/05/24 16:06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그 5월이 다 가고 있다.
여왕님이 떠나가시고 있다.
내 한숨과 함께.

돌이켜보면 내 5월은
유년시절을 빼곤 늘 그렇게
미진하고 아쉬웠다.

겨울이 겨울답게 추웠던 유년시절,
5월은 겨울옷을 벗고 반소매로 갈아입는 달이었다.
어린이날이 되면 어머니는
"냇가에 가서 씻고 오너라 " 하셨고
아직은 차가운 물에 멱을 감느라 새파래진 입술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요리조리 내몸을 살펴보시곤
새로 산 반팔 옷을 입혀주셨다.
이후 나에게 5월은 여름이 시작되는 달이 되었고
새옷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달이 되었다.

중.고등학교땐 입시 준비로
5월이 언제 왔다가 가는지도 몰랐다.
뭔가 허전하고
뭔가 할일이 있는 것 같고,
왠지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5월은 허둥지둥 지나가곤 했다.

대학생이 되면서 5월은
눈부시게 다가왔다.
학교 축제가 아니라도
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은
저절로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런데,
이젠 나가지 말라고 붙드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나가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될 판인데도
정작 나갈 데가 없었다.

그동안 그토록 어울려 디나던 여자친구는
왜 5월이면 내 곁에 없는지.
여름 지나, 가을 겨울도 지나, 새 봄이 오도록
술 퍼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던 여자친구는
왜 또 5월이면 갑자기 웬수가 돼 있는지.

바보같이도 나는 5월의 축제엔
꼭 애인과 함께,
기회가 되면 손잡고 뽀뽀도 할 수 있는,
그런 애인과 함께 가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애들은 친구이지 그런 애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축제때만 되면 나는 내 애인은 어디 있나 한눈을 팔았고
끝내 찾지 못하고 뒤돌아보면
거기엔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졸지에 외톨이가 되어
희희낙락하는 쌍쌍들을 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불쌍하고,
끝내는 얼마나 속이 터지던지.......

누가 5월의 하늘을
지랄같이도 맑다고 했던가.
갈 곳 없는 외톨이에게
유난히 맑고 싱그런 하늘은
정말 지랄같기만 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 했던가.
그건 너무 심한 말이다.
그러나 청춘의 무덤, 낭만의 무덤인것 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나에게서 5월이 사라졌다.
아니, 5월에게서 내가 사라졌다.
5월은 이제,
아이들 선물 챙기는 달,
어른들에게 효도하는 달이 됐다.
1년중 가장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달이 됐다.

그런데,
5월이 홀연히 다시 내게 찾아왔다.
그것도 지랄같이.

누가 오라 하지도 않았는데
지 맘대로 왔다가
또 어느새 지 맘대로 가고 있다.
정말 지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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