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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집에 가지 못하리?

일상 속에서 2006/07/24 15:57
내가 뒤늦게 주말부부가 됐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한다.
안그래도 은퇴를 하면 쫓겨날까 마누라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데
도대체 어쩌려고 이제 와 떨어지려고 하느냐는 거다.
이제 다시는 집에 돌아가기 틀렸다는 악담도 한다.

하긴 나이 많은 남자의 비애를 풍자한 우스개 소리가 낭자하다.
이사를 가면 재빨리 트럭에 올라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구문이고
이젠 애완견을 가슴에 품고 놓치지 말아야 한단다.
마누라가 남편은 떼어놓고 가도 개는 챙기므로.
개보다 못한 신세가 된 오늘 날 남자들의 운명이 참으로 애달프다.

그러나 나에 관한 한, 그 건 모르는 소리다.
우린 떨어져 살아본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아내는 신혼의 주말부부를 보면 은근히 부러워했고, "당신은 장기출장이나 해외연수도 안가느냐"고 은근히 구박을 하기도 했다.
나 역시 가끔 (신혼시절엔 아주, 대단히 자주) 부부싸움을 하고나면 별거를 생각한 적이 있다. 서로 떨어져 살며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지, 그냥 의무감으로 사는 건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었다. 만일 우리 결혼생활이 단지 의무감 때문이라면 둘 다 모두에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러나 다행히 별거를 하지 않고도 우린 화해를 했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늘 마음 한 켠엔 우리도 한번쯤 떨어져 살아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서.(나는 아내가 원하는 건 모두 해주고싶었다)
결국 난 늦게나마 아내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고 더불어 나 역시 지난 삶을 차분히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은 지금까지 해 본 일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 이 나이에 안해본 일을 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욱 격동시키기도 한다.
나는 잘 할 것이다.
내 지내온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짐을 꾸려 이사 오던 날,
마치 소풍가는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 하던 아내.
그러나 정작 헤어질때
웃음기 어린 농담 속
순간 흐려지던 눈빛이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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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운주 2006/07/31 16:3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국장님 글을 읽으면 늘 이 글을 읽어도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읽어도 늘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해요.
    인생의 1막이 그렇게 길다니..
    1막의 중반에 선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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