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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25 꼬비, 안녕.....

꼬비, 안녕.....

일상 속에서 2013/09/25 13:38
오늘 아침 꼬비가 하늘나라로 갔다.
올해 18세, 사람 나이론 80, 90대?
나이 들어 듣지도 보지도 못한지 꽤 됐지만
밥 잘 먹고 볼 일도 에누리 없이 잘 봐
한 동안 더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나흘전 미용실에 다녀온 뒤 갑자기 밥을 안먹더니
좋아하던 것을 챙겨줘도 모두 거부,
사흘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미용실에 갔다 왔을 때
온 몸에 피부병이 번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털이 있을땐 몰랐는데 털을 깎고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연고를 사다 발라주자 바로 효과가 있어 안심했는데....
설마 피부병 약 때문은 아니겠지?

돌이켜보면 녀석이 힘들어 한지는 꽤 오래 됐다.
먹기는 잘 먹어도 늘 다리가 후들거리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누가 오거나 말거나
오불관언, 소리도 없이 누워서만 지냈다.
앉은채, 혹은 누운채로 소변을 지린적도 많다.
그때마다 야단을 치면서도
속으론 그게 다 나이 탓이거니 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녀석이 대소변을 못봐도 문제겠더라.
그나마 보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한편 고마운 마음으로 녀석 뒷처리를 해왔다.
그러다 꾀를 내 얼마전부터는 애견용 기저귀를 사다 채워줬는데
그걸 반의 반도 못쓰고 가버렸다.

아침에 녀석의 죽음을 확인하고
아내와 딸 아이는 눈물바탕이 됐다.
서둘러 박스를 구해 녀석을 안치하고
애견 장례식장에 연락을 했다.

불과 한시간도 안돼 모든 화장 절차가 끝났다.
녀석은 한줌, 정말 한줌의 재로 변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유골을 항아리에 넣고 마지막 인사를 할땐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 뒤에도 한 가족이 왔다.
그 집 딸들인지 젊은 여자 3명이
마치 살아있는 듯 강아지를 안고 들어왔다.
안치대에 올려 놓고도 별로 슬픈 기색도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듯
얼굴을 들이밀고 강아지를 만지작 거린다.

나는 만지기 싫던데,
보는 것도 쉽지 않던데,
내가 매정한 것인가
그들이 특별한 것인가?

생명이 사라진 육신은 웬지 꺼림칙하다.
평소 아무리 좋아했어도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그럼에도 외면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정과 의리 때문일 뿐이다.
이런 나는 정말 매정한 것인가?
괜시리 미안해진다.

꼬비야,
혹시 섭섭한 것이 있으면 다 용서하고
다음 세상은 더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하게 살거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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