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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란

마음의 편린 2006/08/06 14:49
선물이란 무엇일까.
마음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것?
누군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
누군가로부터의 부담을 털어내는 것?

나는 본래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주의이다.
선물과는 조금 다르지만
오래전 이미
나는 남의 도움도 받지도 주지도 말자고 작정한 바 있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갚아야 함이 피곤하고
도움을 주면 도움을 줬다고 은근히 생색내려는 내 속 마음이 싫었다.
만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일이 있다면
돕는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거나  적어도 도운 일 자체를 잊으려 애 썼을 것이다.
부처께서도 그렇게 하라고 이르지 않았던가.

그러나 가끔 이런 나의 태도가  이기주의 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기주의!
어렸을땐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로 알았던 이말을
사실 난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오히려 모든 인간이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초년 시절 심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월남전의 영웅 강재구 소령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훈련중 잘못 투척된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정부와 언론은 그를 영웅이라며 격찬 했다.
그러나 그는 정말 영웅인가?

나는 그가 영웅이라기 보다 철저한 이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만일 그가 죽지 않고 부하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면
그는 당장 중벌을 받고 군인으로서의 미래가 끝장나는 것은 물론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아마 죽음보다 더한 지옥이지 않을까.
그 때문에 그는 차라리 죽음을 택한게 아닐까.

물론 그 순간 그가 그런 계산을 했을리는 없다.
그러나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존재, 그의 전존재가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죽음을 명령한 것 아닐까.

그의 희생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결국 그는 부하들을 위해서라기 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죽음을 결단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기주의다.
더우기 (본인은 의식조차 못했다 하더라도)  치밀한 계산 끝의 행동이므로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닌 철저한 이기주의다.

이 같은 나의 주장에 친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정말 냉혹한 이기주의라고.
그러나 문제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내가 진정 누구이며
언제 행복을 느끼느냐
이것이 핵심이 아닐까.

이러다보니
나는 그동안 남에게 선물을 준 적도, 받은 적도 별로 없다.
어쩌다 받으면 내 마음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선물의 의미를 그저 의례적인 것으로 축소했다.
줄 때는 그도 나도 그 사실을 빨리 잊도록
되도록 빨리 소모되는 품목을 골랐다.

이런 나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이란
가족끼리 주고받은 것을 빼면 별로 없다.
대학 졸업 때 여자친구로부터 받은 넥타이 정도?
그것도 '뜻밖의 선물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여자의  넥타이 선물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데
그녀와 나는 전혀 그럴만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좀 의아했는데
역시나 우린 그 이후 만난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 선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서울을 떠나올 때
회사 후배들로부터 휴대폰 줄을 선물받았다.
앙증맞은 골드키 두개가 달린 까만 색 줄.
늘 나와 함께 하는 휴대폰에 직접 매어줬다.
그래선지 쓸 때마다 그들이 기억나고
볼 때마다 그 노란색 만큼이나 마음이 훈훈해 지는 것이다.

아, 이런 선물도 있었구나.
부담은 전혀 없고
따뜻한 정만이 느껴지는
이런 선물도 있구나.

그런 선물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의존적인 관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모든 일을 그렇게 무겁게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남을 돕는 것과 남에게 도움 받는 것도
꼭 그렇게 진지해져야 하나.
그저 가볍게 살 수는 없나.

이런 저런 생각 없이
마냥 마음이 훈훈해 지는, 휴대폰 줄 같은 선물.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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