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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0 복기 등산

복기 등산

한담 2013/10/20 08:49

그럴 수는 없었다.
모처럼의 등산이라지만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오지 않았던가?
비록 최근 술에 절어 운동에 조금 소홀하긴 했지만
무릎이 그렇게 쉽게 나갈 수가 있나?

어제 다시 북한산에 갔다.
일주일전에 갔던 코스 그대로.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더 험한 코스다.
지난번엔 산책로를 따라 걸었지만
이번엔 성곽을  따라 걸었다.
대동문부터 대남문까지의 성곽길은 롤러코스터다.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산책로는 멀리 우회해서 대남문으로 간다)
당연히 더 힘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통증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그럼 그렇지.
문제는 보법이었다.
지난번엔 생각밖으로 걸음이 가볍자 혼자 우쭐,
오버했던 듯 하다.
내리막길에서도 진격의 로마군단 병사처럼
'바위야 부서져라' 쿵쿵 발을 구르며 걸었다.
그러니 어떻게 무릎이 무사했겠는가?
이번엔 쉴 땐 철저히 쉬어가며
택견의 품새를 밟듯 걸었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니
다리도 더 강건해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산행의 목적이 뭐였더라?
다만 내 다리에 대한 시험이었던가?
그렇게 내가 한가한가?

산행에 굳이 목적을 두진 않지만
산에 갈 때마다 은근히 깨달음을 구하곤 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큰 깨달음은 아니더라도
삶의 소소한 문제들에 대한 깨달음,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 정도는 구했으면 했다.
마음을 비우면
그 빈 자리에 지혜가 채워지기를 기대했다.

요즘 다행히
걸으면서 잡념에 빠지진 않는 것 같다.
그것만도 사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기만 한다.
마치 워킹 로봇처럼.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답답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러나 스승들이 말했다.

구하지 말라.
기대하지도 말라.
정녕 마음이 비어야
새로운 눈이 열린다.

구한다고 구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진정 마음을 비우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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