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그릴 수 있나

일상 속에서 2006/08/09 15:39

남의 얼굴을 들여다 본 일이 있는가.
남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들여다 보는 건 사실 무례한 짓. (싸움 난다.)
그러면 가까운 사람, 당신의 아내나 자식의 얼굴은 가만히 들여다 본일이 있는가.
그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갓난애였을 땐 신기한 마음에 자주 들여다 본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아이들 얼굴도, 심지어 아내의 얼굴도 제대로 본 일이 없다.
어느날, 유원지에서 인파에 밀려 헤어진 아내나 아이들을 멀리서 발견하곤
참으로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가.
가족이 그 정도면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겠다.
출퇴근 시간, 정해진 시간에 늘 함께 차를 타면서도
그들이 누구인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있던가.
차에 탓다 하면 곧바로 눈을 감고 모자란 잠을 청하거나
영어 회화 테이프나 노래를 듣기 일쑤였다.
차라리 회사 동료들은 늘 함께 일해서 그런지 조금 낫다.
그런데 그 동료들 조차 옆에, 또는 앞에 있어도 감감
차에서 내릴 때에야 비로소 알아보게 되는 일이 얼마나 잦던가.

서울 생활이란 게 그렇게 바빴다.
바쁜 것을 넘어 서울은
무관심이 습관화된 도시 였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다르다.
우선 지하철에 타면 대부분 자리가 있고
그래서 여유 있게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게 된다.
참, 그러고 보니 사람들 얼굴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잘 생긴 사람도, 못난 사람도 많구나.
저 사람은 뭐가 그리 심각한 것일까.
저 아가씨는 오늘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나?

가끔은 이들의 굼뜬 행동이
아직은 여전히 바쁜 내 발길에 걸리적거려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다시 사람을 본다.
그것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두렵다.
사람을 안다는 건 실망의 시작일 수도 있으므로

도시에 물들어 버린 나.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변해갈지
두근 두근
아직은 기대보다 두려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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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니컬 허 2006/08/23 20:4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그게 여유인건진 몰겠지만...전 사람 얼굴 들여다보기가 취미인데요..ㅋㅋ
    저사람 얼굴에 점이 몇개인가 세고 있을 정도로..
    어릴적엔 슬픈 드라마 보고 눈물 지으시는 어머니 얼굴 빤히 들여다 보다
    무지 면박 받았던 적도 있고..
    이제 가족들은 제가 보거나 말거나..신경도 안쓰고 하던일 굳굳히...
    아이들도 이미 적응.
    역쉬,,난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는 거야..크크..

    다시 찾은 솔로 생활..
    일상의 사소함에 지치지 마시고
    멋지게 즐겨 보세요..
    (남은 음식은 가차없이 버리시고..설겆이는 한두끼 정도는 미뤘다 하셔도 되잖아요~
    음..냄새는..싱크대 뚜껑을 맞추세요! 냄새 안 새어나오게 꼭 맞도록.)

    이런 혼자만의 여유있는 시간이 전 부럽기만 한걸요..

    유성온천까지 코스로 넣어서 함 초대 해주심,,정연 소연 등과 위문공연 갈게요~

    에구 배고파라..이만 전 퇴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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