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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0 그게 아닌게벼 (2)

그게 아닌게벼

일상 속에서 2006/08/10 15:16
처음 주말부부가 됐을땐 솔직히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혼자 살아본 게,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외로울 거라고?
천만에!
초등학교 졸업하고 결혼하기까지 줄곧 혼자 살아온 나다.

혼자 밥 해먹는거?
그것도 별것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보이스카우트로 야영생활에 이골이 난 나다.
된장찌게가 내 주특기라는거 아닌가.

일종의 해방감에 한껏 부풀었다.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낭만은 잠깐이고 현실이 더럽게 다가왔다.
한달도 안돼
오피스텔이 감옥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밥, 잘 해먹었다.
전기밥솥에 쌀을 반쯤 넣고 물을 부은 다음
30분간 불린 뒤 스위치를 내린다.
밥이 되면 락엔락 그릇에 담아 냉동고에 넣어두고
끼니때 마다 하나씩 꺼내 해동시켜 먹는다.

기본 반찬은 냉장고에 가득하고
물만 부어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는 국도 가지가지 사다놓았다.
바쁘거나 특식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라면도 종류별로 모조리 준비해뒀다
영양실조에 걸릴세라 (걱정도 많다)
물만두에 너비아니에 불갈비까지 냉장고에 넣어뒀다.
심심하면 가끔 김치찌게, 된장찌게도 해먹는다.
맛, 죽인다.

설겆이는 처음부터 조금 문제였다.
무엇보다 음식 찌꺼기가 골치였다.
그냥 버리면 싱크대 배수구가 막힐 것 같고
모아 두자니 냄새가 났다.
그러나 방법이 있지.
찌꺼기를 남기지 않으면 된다.
모조리 먹어 치웠다.
(설겆이도 별거 아니네 뭐.)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밥 먹을때 마다 모조리 먹어치워야 한다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나중엔 소화가 안되고
음식을 보면 지레 겁이 나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설겆이 거리를 줄였는데도
설겆이는 설겆이.
손에 자주 물을 묻히다 보니
내 손이 불쌍했다.
음식 냄새가 밴, 젖은 손을 들여다 보면
너무나 한심하고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살자고 매번 이렇게 먹어야 하나?
안 먹으면 죽는,
나도 역시 먹어야 사는 짐승이야?
짐승.....!


그 뿐이 아니었다.
처음엔 밤마다 술을 마셧다.
먹자는 사람도 있고, 거절할 수 없는 자리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본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화에 필요해서 술을 마실 뿐
절대로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시간이 가면서 술 자리를 피했다.
먹자는 사람도 뜸해졌다.
그러니 일 끝나면 쪼르르
숙소로 돌아와 긴긴밤을 혼자 맞는다.
누가 나가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혼자 방안에서 지내려니
갑자기 감옥처럼 느껴졌다.

이게 정말 뭐야.
혼자 산다는 게 이런 것이었어?

잠은 안 오고
식욕도 없고
체중도 줄어들고
정말 당황스럽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곧 다시 적응할 것이다.
그 때는
정말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 아닌지
은근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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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창현 2006/08/11 19:1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푸하하하~~~!!!

    혼자사는 유부남의 처량함과 고독, 슬픔을 골수에 사무치도록 느껴가고 계시는군요.
    서울서 절 맨날 놀리시더니...

    "먹는게 뭐가 중요하냐?"
    "술 먹고 밥 먹으러 택시타고 어딜 가는 네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넌 왜케 한끼 먹는 것에 집착하느냐? 대충 먹으면 되지."

    등등의 말로 서슴없이 저의 가슴에 대못을 참으로 모질게도 박으셨죠? ㅋㅋㅋ

    저도 서울생활 처음에는 '이래도 한끼 저래도 한끼'라고 생각했죠.
    김치찌개, 김밥, 설렁탕, 해장국, 순두부, 초밥 등등 멀리가기 귀찮아서 주변 가까운데 가서 한끼를 속인 적이 수도 없이 많았죠.

    배는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고, 차라리 배나 고프지 말던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파지는 제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고 짜증나던지
    '넌 왜케 구질구질하게 때마다 배가 고픈거냐, 하루쯤 배 안고프면 안되겠니?'

    그러나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식욕, 의욕, 축나는 몸, 불면증 등을 겪으면서 생각했죠.

    '한끼를 먹어도 이왕이면 좋은 음식을 먹자. 먹어야 살지. 남이 만들었건 내가 만들었건 정성이 가득 담긴 훌륭한 음식으로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하자. 운동도 열심히 하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ㅋㅋㅋ'

    결국 좋은 음식을 좋은 사람과 즐겁게 먹는 게 혼자 사는 유부남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자신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아니면 친구와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는 것은 결코 '짐승스럽거나, 부끄럽거나, 슬픈일이 아니고 최고의 즐거움이다'라고 생각했죠.

    제가 장담하건데 아마도 부국장님께서도 조만간 오피스텔에서의 '스스로 식사시대'를 마감하고, 한마리의 배고픈 하이에나가 돼서 내 입맛에 꼭 맞는 음식점을 찾아 대전의 거리를 헤매실 것입니다.

    그래서 90% 정도만 입에 맞는 음식점을 찾으시면 "우와 최고다!!"라고 자위하면서 질릴 때까지 다니시다가, 질리면 또 다른 곳으로 단골을 바꾸는 생활이 시작될 것입니다. (혹시 제가 이렇게 얘기해서 오기로라도 대전 생활을 청산하실 때까지 음식을 손수 만들어 드실지도 모르겠지만...ㅋㅋㅋ)

    하지만 결코 슬프거나 노여워하지 마세요.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닌가요. 배고프면 슬슬 신경질나고 배부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행복해지면서 실실 웃음이 나는...

    한끼라도 굶어보세요 배가 얼마나 고픈지

    ㅋㅋㅋ 그래서 오늘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전 행복합니다.






  2. 허운주 2006/08/18 16:4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저도 푸하하하~
    국장님.. 이렇게 살고 계셨군요. ^^
    조차장 기~인 댓글도 넘 잼있습니다.

    술.. 정말 이야기하려고 드신거였어요?
    음~ 그랬구나. 저희랑 이야기 함 해볼라고..

    저는 중국 잘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자연인으로 돌아가 대국적 기질을 양껏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국장께서 배타고 간다고 한 염려는 정말 기우였습니다.
    배에서도 육지에서도 모두 잼있었습니다.

    부럽져?
    블로그보고 저도 국장께 먼가 마음을 달래드릴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아침 6시에 밥먹고 6시30분부터 계속 버스타고
    밤 8-9시게 호텔에 도착하고 산에 오르고 머 그런 시간을 계속 보내다보니
    살 시간이 없었어요. 아쉬움 ㅜㅜ

    암튼 국장께서 핸드폰 고리를 만지면서 서울을 후배들을 그리워할 생각을 하니
    그 글을 읽고 마음이 많이 짠 했습니다.
    그치만 저희도 국장이 참 그립습니다.
    돌아와보니 로그인 되어있지 않은 국장 이름을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면 늘 그자리에 계신 줄 알았는데..
    충정로 계실때도 마음만 먹으면 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먹고 또 먹고 기차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납니다.

    참 주부9단이 저의 충고..
    마트에 가면 과일을 담는 봉투 있잖아요. 그 사이즈 봉투에 음식쓰레기를 비우시고요.
    꼭 반드시 빨래집게로 봉하셔야 합니다.
    그럼 냄새 걱정도 없고 이틀에 한번쯤 비워도 되고 밥 먹을 때 스트레스 안받아도 되니
    여러모로 좋습니다. 꼭 함 해보세요. 강추!

    중국에 있을때 지인들에게 편지라도 하고 싶었지만
    편지보다 제가 먼저 한국에 도착할 생각을 하니
    맥이 풀려 쓰기 싫어지더라고요.

    잘 지내시죠?
    건강하시고요.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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