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일상 속에서 2019/11/02 09:52
엊그제 형님 내외가 왔다 가셨다.
동생이 시골로 완전히 이사했다 하니 어찌 사나도 보고
부모님 산소도 둘러볼 겸 오신 것 같다.
이왕 멀리서 오셨으니 하루 이틀 머물다 가시기 바랐지만
극구 사양하고 그냥 가셨다.
형님은 더 있고도 싶은데
형수님 몸이 불편해 우리에게 부담을 줄까 그러신 듯 하다.

사관학교 출신인 형님은 나와 세상 보는 눈이 다르다.
나도 고집이 세다 보니
1년에 겨우 한 두번 만나면서도 말다툼을 많이 벌인다.
형님은 하마 형제애를 상할세라 많이 참으셨고
그런 형님을 보며 화를 내던 나도 속으로 쿡쿡 웃었다.
남들 보기에 격렬하던. 아니 실제로 격렬하기도 했던 우리 싸움은
이렇게 한계를 넘지 않았다.

생전에 아버님게서는 형제끼리 잘 지내야 한다고 신신 당부하셨다.
당신께서 큰 아버님과 친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제사 때마다 아버님 영전에
형님, 누이들과 잘 지내겠다 다짐하곤 했다.

형님은 우리에게 부담을 줄세라 외식을 하자 하섰지만
아내가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다.
누이동생까지 참석해 누나를 빼곤 모처럼 온 식구가 한 자리 모였다.
저절로 옛 이아기가 쏟아진다.
마음이 둥둥 떠 옛날로 날아간다.
훌러간 날들은 모두 이렇게 아름답고 즐겁구나.
그러나 몇 시간도 안돼 형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형님 연세가 벌써 80이 가깝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계시지만
당뇨가 오래돼 합병증이 가끔 발생한다.
최근엔 실명 위기까지 겪었다.
당장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형님은 우리집에 다시 오실 수 있을까?
이 먼길을 또 오실 수 있을까?
몹시 서운하고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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