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다

영농일기 2019/06/21 09:58
꽃들은 여전히 떨어져 있지만
허리를 뉘인 고추는 없다.
아침에 밭에 나가보니
그제 어지럽게 쓰러졌던 고추들도
제법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더라.
이틀 연속 물을 많이 주었더니
그 덕분인가?
더 이상 나아지지 않던 고추잎들도
다시 좋아지는 것 같다.

잎들이 쭈글쭈글해진 것은
목이 마르다는 비명이었던가?
꽃들이 줄창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생연후 출산, 나부터 살아야 열매도 맺는다는
집단 항의인가?

문제가 확실해졌다.
고온과 건조.
하우스는 너무 덥고 땅은 너무 말랐던 것이다.
실제로 밖이 27도만 돼도 안은 40도를 넘더라.
그걸 알면서도 나는 왜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노지는 30도가 넘어도 햇빛만 따가울 뿐 그다지 덥지 않다.
그러나 하우스 안은 한증막으로 변한다.
지붕이 비닐로 막혀 열기가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더위 속에선 고추가 생장활동을 멈춘다.
꽃들이 수정이 안 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진딧물은 건조할 때 많이 발생한다던데
땅에 물 조차 부족하니 그리 극성인 것일까?

본래 우리 밭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시들해 죽어가는 고추들을 하우스 고랑에 심이두니
너무나 건강하게 자라더라.
수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고추가 있는 이랑, 높은 두둑은 사정이 다른가보다.
100평에 1톤이면 충분하다기에 1주 15분밖에 물을 주지 않았는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어제도 30분씩 두번, 1시간이나 더 물을 주었다.
나는 30분 더 주는 것도 혹시 과습을 부를까 '바들바들'인데
아내와 동생은 "더 주라" 난리였다.
웬만하면 남의 말 안 듣지만
이번엔 불평을 하면서도 하라는 대로 따랐다.

물이야 더 주면 그만이지만
하우스의 고온 상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하우스 지붕을 걷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우선 차양막이라도 덮어줄 수 밖에.
그래도 손 쓸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은 아니라니
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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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창동 2019/06/21 19:0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오우, 다행입니다요.
    농사의 기본은 물주기?
    곧게 잘 큰 고추를 상상해봅니다. ^^

  2. 쥔장 2019/06/23 14:3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물을 주라 주라 해서
    연 사흘 1시간식 줬더니,
    이번엔 너무 주었나?
    하우스가 온통 물구덩이네.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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