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철이 드나

한담 2019/12/18 14:32
어제 박물관에 초딩이들이 왔다.
그것도 코흘리개, 1,2학년.
이 어린것들에게 무엇을 설명해줘야 할까?
케케 묵은 옛것들에 관심이나 있을까?
말해준들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기대난망.
어쩡쩡하게 그냥 데리고 다니며
알아서 구경하기만 바랐다.

그런데 줄곧 맨 앞에서 따라오던 한 여자 아이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붙인다.
"선생님, 아는 것도 많고,아주 똑뜍하신 것 같아요.
저도 커서 선생님 처럼 똑똑해지고 싶어요"

뭐라고?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어른을 보고 감히 똑똑하다니.
그것도, 난 말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뭐가 똑똑하다는 거지?
혹시 내가 너무 무성의하다고 씹는 거야?

그럴리는 없겠지.
요즘 애들이 아무리 당돌하기로
할아비뻘을 능멸하기야 하겠는가?
찬찬히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니
앙증맞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자기의 무식이 너무 한스럽다는 듯
그 표정이 슬프도록 진지하다.

나는 아이에게 대꾸도 못하고 얼른 시선을 피했다.
괜히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사실 내가 똑똑하긴 하지?"
속으로 '흐흐흐...'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여고생 100명이 왔다.
모처럼 해설이 먹힐만한 손님들.
이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어제 오늘 근무를 자원했다.
제대로 한번 해설을 해보리라.

그러나....
의욕이 넘친 나머지 오버를 한 것 같다.
2층은 둘러보지도 못하고
1충에서만 1시간을 다 썼다.
아이들은 멀뚱멀뚱한데 혼자 도취,
하마터면 민망한 모습을 보일뻔도 했다.

아이고 망신이야.
이게 웬일이냐?
어제 철없는 초딩이가 한 마디 한 말에
주책없이 현혹된 것인가?.

난 왜 이렇게 가벼울까?
인생의 비밀은 혼자 다 아는 둣 하면서
때때로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다.
나는 언제나 제대로 철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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