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영농일기 2019/09/07 09:45
밭에 갈 때마다 벌레 먹은 고추를 몇 바구니씩 딴다.
방제를 할 때마다 강도를 높여봤지만
약물이 신통찮은지 효과가 별로다.
게다가 요즘 비가 와서 그런지
우리 밭이 동네 날벌레 집합소가 됐다.
내가 발에 들어갈 때마다 수십, 수백마리의 나방이
시위하듯 일제히 날아오른다.
기가 막히고 무섭기도 하다.

벌레들, 참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성한 고추와 상한 고추가 반반이다.
아니 어쩌면 벌레 먹은 고추가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유기농을 고집하면서 벌레들과 나눠먹는단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가 먹고 남은 것을 벌레가 먹는 것이 아니라
벌레가 먹고 남은 것을 내가 수확하는 꼴이다.
그래도 병은 없으니(아직까진) 다행이다.

오늘 자닮오일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밭에 벌레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나에게 있겠지?
천연농약을 내가 잘못 만든 탓이겠지?
이번엔 제대로 만들어야겠다.
2번 실패했으니 이번엔 정말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안된다면?
유기농 소리,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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