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방래

한담 2019/08/22 13:35
어제 세번째 고추를 땄다.
첫번째는 20kg, 두번째는 70~80kg,
이번에도 70kg 안팎이 될 것 같다.

고추 70kg 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고생한 아내가 저녁까지 준비하기 힘들 것 같아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읍내로 나가 횟집에서 먼저 술을 한잔 마시고 있는데
조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추부라고.
한번 온다더니 정말 온 것인가?
너무 반가웠다.
당장 합석을 하자고 했다.

조부장은 휴가 중인지 처와 함께 왔다.
제주에서 낚시로 직접 잡은 것이라며
아이스박스에 갈치를 담아왔다.
또 회까지 떠서 따로 가져와
갑자기 술상이 푸짐해졌다.

집에 함께 와서 술을 더 마신것 같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난다.
또 필름이 끊긴 것이다.
아내 눈치를 보니 그래도 실수는 안 한 것 같다.
그동안 술을 자주, 거의 매일 마셨지만
이렇게 취한 적이 별로 없는데
어젠 정말 기분이 좋았나보다.

조 부장은 (아니 이젠 조 대표다.
그는 인터넷 전문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떠났다.
점심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내가 일이 있어 아내만 함께 했다.
술도 더 먹고 함께 재미있는 일도 해야 했는데....
몹시 섭섭하다.

헤어진지 오래고
사는 곳도 멀리 떨어졌건만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주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

나도 이렇게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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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창동 2019/08/25 17:5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ㅎㅎ

    오랫만에 얼굴을 마주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집도 예쁘게 잘 꾸미고 사시는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되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시 뵙는 날까지 항상 화이팅입니다요. ^^

    고추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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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

한담 2019/05/14 09:5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을 적게 하든 많이 하든
농장에서 돌아오면
술 한잔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특히 아들이 전통 막걸리를 보내온 뒤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신다.

아내가 온 뒤 술상도 달라졌다.
예전엔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먹던 반찬을 안주 삼아 마셨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맛있는 안주가 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이사를 했다.
아내는 식탁을 창가에 두었다.
이곳에 앉아 마시면
더욱 술맛이 난다.

오늘은 코다리찜이 나왔다.
일은 땀도 안 날만큼 하고선
술은 거나하게 마신다.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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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골 2019/05/14 15:0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정말 좋군요. SNS가 우리 일상이 되기전의 기분으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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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나무

한담 2019/05/12 08:41
이곳에선 대추나무를 '어르신 나무'라고 한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랫것들이 다 모인 다음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이 집안 어르신인 것 처럼
봄철 온갖 풀과 나무가 다 잎을 피운 뒤에야
비로소 싹을 틔우기 때문이라고.

심은지 50일이 되도록
우리 대추나무도 요지부동,
가지가 하얗게 말라붙은 채로
변화가 없었다.

보다 보다
아이고, 죽었나보다
뽑아 버리려 했더니,

이런!
보일듯 말듯
싹이 돋았다.

어르신,이제 오셨습니까?
하마터면 못 뵐뻔 했습니다.
올 가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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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한담 2019/04/21 08:42
큰 처남 딸의 혼사가 있어 서울에 갔다 왔다.
내가 서울에 간다니 친구들이 때맞춰 자리를 마련해
모처럼 젊은 시절로 돌아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그런데 어쩌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정치 얘기 안 한지 오래 됐는데...

정치적 논쟁엔 항상 답이 없었다.
모두가 자신이 듣고싶은 것만 듣고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며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할뿐이었다.

인간은 본래 그렇다는 것을,
정치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서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모든 동전엔 양면이 있음을 단순한 이해를 넘어 체득하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나의 의지가 터무니 없음을 깨닫고는
정치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피했다.

그런데 시골에 오니,
그리고 나이가 들다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가 노인이더라.
그래서 그런지 하는 이야기들이 온통 보수 꼴통이다.
게다가 들어보면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엮은 가짜뉴스다.
이들은 다른 쪽 이야기는 들어볼 생각도 없이
자기들끼리 정보를 나누며 비분강개, 적개심을 키워간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을 뿐이다.

서울친구들은 나름 배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비교적 객관적이다.
의견이 달라도 끝까지 자기 주장을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싸워봤자 결판이 안 난다는 것을 아니
알았어, 너는 그렇게 살아, 하고 마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는 정치 애기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세상,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구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왜 갑자기 내 생각을 물은 것일까?

아마도 현 정부가 최근 많은 욕을 먹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야당은 정권 규탄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내가 변함없이 현 정권을 지지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문재인 정권, 나도 걱정이 된다.
처음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북문제가 삐걱대고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장차관에 이어 대법원 인사까지 잡음이 심하자
내심 편치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소한 것을 침소봉대하거나 왜곡하여
문정부 헐뜯기에만 급급하다.
정부가 태극기 하나 잘못 매달면
금방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가?
비판 방식도 어찌 그리 천박한가?
이러한 야당을 상대하려면 어느 정도의 욕을 먹는 건 불가피하다.
아니, 아예 무시하는게 좋다.
그 대신 결과로 심판받으면 된다.

정작 중요한 건 다른데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이대로 가도 이뤄질까?
현 정부 경제정책은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걸까?
나도 점점 의심스러워진다.
그런데도 말을 하다 보니
현 정부 두둔하기에만 정신이 없었다.
바보 같으니...
후회스럽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그러나 아무 대안도 없이
사사건건 정부 헐뜯기에만 매달리는
야당과 보수언론 편을 들순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없이 살려 해도
세상은 피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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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담 2019/03/15 20:19
아들이 막걸리를 한 박스 보내왔다.
전통술 명인이 빚었다는 생막걸리.

한잔 따라 마셔보니
에게게..! 이게 웬 명품?
싱겁고 떨떠름하기만 하다.

달달한 장수 막걸리에 길들여져서인가?
영 맛이 아니다.
아들이 보내줘 기대가 컸는데
살짝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혹시 덜 익었나?

그러나 자꾸 마시다 보니
이건 또 뭰 일?
담백하고, 순수하고....
맛이 기막히다.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고
먹을수록 되레 당기는 이 맛.
뒤끝도 깨끗하다.

그러나 술맛보다 더 흡족한 건
아비를 생각해준 아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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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과 나의 아버지

한담 2019/01/29 09:01
요즘 '스카이 캐슬' 이라는 드라마가 온통 화제다.
자식을 세상의 피라미드 정점에 앉히려는
일부 상류층의 맹목적인 교육열과
그 자녀들의 고통을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
유명의사 부인인 곽미영과 법대 교수 차민혁이 주목을 끈다.
이들의 욕망 혹은 자식 사랑(?)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다른 인물들도 뛰어난 연기로 재미를 더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사실상 군더더기다.
우주네 식구는 모범가족으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기둥이지만
내 눈에는 참 재수없다.

시청자들의 비난과 한탄은
당연히 곽미영, 그리고 차민혁에게 쏟아진다.
나 역시 그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도 이젠 꼰대인 걸까?
그들이 마냥 밉지는 않다.

아빠도 사람이야? 라고 대드는 딸,
엄마와 합세해 아빠를 집 밖으로 내치는 아들들을 보면
나는 오히려 이들이 자식들보다 더 불쌍하고 가엾다.
방식은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건 진심 아닌가?
하긴 강준상의 어머니처럼
자식의 출세를 허영의 도구로 삼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며
조금씩은 차민혁이며 곽미영일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기를 바라시고
이를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
하지만 드라마 처럼 나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나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여러가지로 자극을 주셨다.

초등학교 몇학년 때였더라?
새벽에 아버지께서 나를 깨우셨다.
한 번도 나를 밭에 데려가신 적이 없는데
그날은 새벽부터 밭에 가시잔다.

아직 안개가 자욱한 길을 따라 밭으로 갔다.
콩을 뽑으란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콩을 뽑자니 손이 너무 시렸다.
한 고랑을 다 뽑도록 구경만 하시던 아버지가
이젠 철사줄로 그 콩을 묶으란다.
그리고 그걸 지고 가잔다.
무거운 콩짐을 지고 가니 휘청휘청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가 찢어질듯 아팠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난리가 났다.
하필이면 얘 생일 때 이러느냐며
연신 아버지에게 지청구를 주며
얼른 밥 먹어라, 밥 먹고 학교 가라
안타까워 어쩔줄을 모르셨다,

나중에 아버님이 그러셨다.
공부하는 게 힘든지, 일하는 게 힘든지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일을 너무 잘 하더라.
공부하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았다.

그 뒤 아버지는 정말 나에게 공부하란 말을 한 번도 안 하셨다,
사실 그날 나는
모처럼 함께 일하러 가자는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 한 것이었는데....

자식이 형보다는 못해도 부모보다는 나아야
집안이 번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의 나는
아버지 어머니에 비해 너무 못났다.
너무 죄송하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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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교훈

한담 2018/12/30 16:58
12/27
오늘 앞니 치료를 받았다.
쌀알 반톨 만큼 떨어져 나간 곳을 메웠는데
15만원 이란다.
이른바 레진 치료.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닌데
무게로 보면 다이아몬드 가격?
앞니에 다이아몬드를 붙이고 다니는 격이다.

이제 거울을 볼 때마다
다이아몬드처럼 귀히 마음에 새길 일이다.
결코 오만하지 말라.
아무것도 내세우지 말라.
인간의 모든 상, 모든 분별은 허망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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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이

한담 2018/12/01 16:21
오늘은 8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고
실컷 게으름을 부렸다.
시골에 내려온 뒤 늘 아침 6시,
여름엔 새벽 4시면 일어났다.
그 시간에 꼭히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농부라면 의당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올 농사가 끝난 뒤에도
이런 습관은 계속됐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왜 이래야 하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할 일이 없으면
해가 중천에 뜨도록 뭉그적거려도 되지 않을까?

오늘은 종일 아무 것도 안했다.
오전엔 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TV앞에 계속 멍하니 있다보니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다.
이게 사는 건가?

앞으로도 할 일이 없어 계속 이래야 한다면
정말 못 살 것 같다.
시골에 내려온 건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지금은 이래도
봄이 오면 할 일이 있으니.

그러나 이 겨울은 어떻게 보내나?
사실 쉬는 것도 일이다.
쉬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 마음이 불안해 지는 것은
내가 너무 오래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자.
감방에 갇힌 수인 처럼
아무 생각없이 자자.
때가 되면 내 몸이
나를 다시 밖으로 부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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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같은 시골 상인

한담 2018/11/19 16:38
농사를 짓다보니
농자재나 철물, 공구를 살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시골답지 않게
대규모 전문 상점도 여러곳 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규모에 맞지 않게
영 서투른, 심지어 무례한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지난 여름이었다.
예초를 할때 쓰는 마스크와
비닐봉지 몇개를 사러 T상사에 갔다.

"예초 마스크 있나요?"
"있어요"
"얼마죠?"
멀리 다른 직원을 바라보며
"10000원?"하고 묻는다.
그 직원이 손가락 8개를 펴 보인다.
"8000원요"
"비닐 봉지도 있어요?"
"어떤 비닐 봉지요?"
나를 보는 눈초리가 스윽 달라진다.
손님이 귀찮은가?

"흔히 고추 비닐포대라던데..."
"고추 비닐도 여러가지 있어요"
"얼마짜리 있는데요?"
"1장에 1000원"
"1000원에 3장짜리가 있다던데?"
"가장 작은 게 1장 500원이예요"
"다른데서는 1000원에 3장..."
말도 끝나기 전에
"그럼 거기 가서 사세요"

어이가 없다.
손님을 삐뚜름하게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나도 화가 나서
"그럼 마스크도 거기 가서 살게요" 하니
"그러세요"
두 말없이 획 마스크를 거둬간다.

또 다른 철물점 W공구에서는
아마 주인장의 아내일듯 싶은 여자가
가게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가
(그러면 좀 시원한가?)
손님이 들어오는데도 선뜻 일어설 생각을 않더라.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마지 못해 일어나서는
말도 없이 "왜 왔냐?" 쳐다본다.

"세탁기 호스 있나요?"
대답도 않는다.
느릿느릿 안쪽으로 가더니
호스를 가져와 불쑥 내민다.

"좀 가늘어 보이는데, 우리 세탁기 하고 잘 맞을까요?"
"세탁기 호스는 다 같아요"
"아, 배수구에 쓸건데요"
"그런 건 우리 안 팔아요"
그러더니 호스를 던져놓고
내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벌러덩 다시 눕는다.

뭐 이런 장사치들이 있나?
어찌나 기분이 나쁜지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 다짐을 했다.
예초 마스크도, 호스도
결국 다른 곳, D상사에서 샀다.
D상사는 두 곳과 다르게 엄청 친절하다.

오늘은 농사에 사용하는 외발 수레를 사러
D상사에 갔다.
그러나 이곳엔 하우스용 수레가 없단다.
자기들은 좀 큰 수레만 취급한다며
대신 다른 공구점을 소개해준다.
고맙다 인사하고 가봤더니
W공구였다.

된장! 잘못 왔구나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집밖에 없다는데.

예전의 그 재수없는 여인과 말 섞기도 싫어
하우스용 수레를 달라고 바로 말했다.
그랬더니 길가에 전시했던 수레를 풀어 가져가란다.
두 말 않고 가져가려다 보니
먼지가 묻어 더러운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칠이 여기저기 벗겨지고
바퀴엔 녹까지 벌겋게 슬어있다.
혹시나 해서 새것으로 바꿔줄 수 없느냐니
쓰면 다 벗겨지는 건데 뭘 그러느냐며
"그것밖에 없다"
역시나 딱 자른다.
한 마디만 더 하면 도로 빼앗아 갈 기세다.

소비자는 왕이라는데
여기서는 상인이 왕이며 갑이다.
소비자에게 갑질하는 상인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꼭 필요해서 사오긴 했지만
지금도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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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없다!

한담 2018/11/18 14:15
"선배님, 얼굴이 왜 그래요?"

모처럼 만난 한 귀농 후배가
날 보자마자 깜작 놀란다.
순간 짚히는 게 있다.

"왜? 영구 같아?
내가 바보처럼 보여?"
"아니...."

황급히 손을 젓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 추측이 맞은 것이겠지.

몇일 전 세수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언뜻 본 거울에 못보던 얼굴이 비친 것이다.
세수를 하다 말고 급히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 속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헤벌레 웃는 얼굴,
영락없는 바보 영구.

이게 무슨 변고인가?
놀란 가슴을 누르고
이리 저리 얼굴을 뜯어보니
윘쪽 앞니 2개 사이가 휑하다.
몇년전 술에 취해 엎어지면서 땅바닥에 부딪쳐
거의 다 빠졌던 이빨이다.
억지로 살려놨는데,
역시 상태가 별로 안 좋았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는 새
앞니 하나의 아래쪽이 조금 떨어져 나갔다.

졸지에 바보처럼 변한 얼굴을 보니
기분이 너무나 안 좋다.
쌀알 한톨 만큼의 작은 차이가
사람의 인상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다니,
'범소유상 개시허망',
모든 형상은 정말 허망하구나.

본래 내 인상은 차가운 편이다.
젊은 시절엔 그걸 남자의 멋으로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차가운 척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보니
차가운 표정은 손해만 될 뿐이더라.
더 나이가 들어 손해볼 일도 별로 없어진 뒤엔
남들을 공연히 불편하게 만들고
불쾌감까지 줄까 신경이 쓰였다.
그때부터 편한 인상을 가지려 애써왔다.

그런데 이제 그런 노력을 안해도 되겠구나.
남들이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날테니.
모자란 사람, 덜 떨어진 사람처럼 보이니
스스로 우월감들도 느끼지 않을까?
남들에게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게 되다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아마도 신이 뒤늦게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셨나보다.

그런데,
어째 좀......

하느님,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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