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바람

바람들에게 2019/10/06 13:30
어제 처음으로 하루 방문자가 1000을 넘었다.
1224명.
2006년 6월 불로그 개설 뒤 13년 만이다.

블로그를 만든지 6년 가까이
방문자는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2012년 한때 100명을 돌파하고
2017년 9월엔 200명을 넘긴 적도 있지만
그때까지도 대부분 두자리 수였다.
작년에야 비로소 세자리수로 오르고
어제 처음 4자리 수를 기록한 것이다.

작년 5월
80명선에서 오락가락 하던 방문자가
어느날 갑자기 100명을 넘었다.
그러더니 날마다 늘어 400, 500, 600까지 육박했다.
잠시 200~300으로 내려왔지만
다시 500을 넘어 근 한 달 평균 450을 기록했다.
세자리 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털사의 블로그 배치 전락이 바뀌었나?
어느 인기 사이트에 누가 내 글을 올려줬나?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갑자기 세자리 수가 되면서
마치 파워 블로거나 된듯 흥분했다.
매일 수시로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그런데 한 달여 뒤 갑자기 100 아래로 뚝 떨어졌다.
뭐야? 뜬구름이었어?
금새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나 차츰 회복해
최근까지 300안팎을 유지해왔다,

어제 1000명을 넘어서면서
혹시 네자리수 시대가 오나 했지만
역시 오늘 다시 세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다지 실망스럽지 않다.
이번엔 그다지 흥분하지도 않았다.
작년 너무나 자주 방문자 수를 확인하면서
마치 블로그의 노예가 된 듯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방문자가 늘어난들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은가?
숫자는 다만 숫자일 뿐이며
늘 변하는 것이고
따라서 의미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이렇게 방문자가 늘어도 왜 댓글이 거의 없을까?
방문자가 적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수백명이 찾아오고도 왔다가 그냥 가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그런가?

하긴 블로그를 개설할 때부터 댓글을 원하진 않았다.
아니 많은 사람이 오는것 자체를 바라지 않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삶의 비밀이 나 만큼 궁금한 사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만 오기 바랐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 기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연지 10년이 지나면서
하고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삶이 계속되는 한 할 말이 왜 없겠느냐만
이젠 내 이야기보다 남들 이야기도 듣고싶다.
논쟁이나 토론이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를 도란 도란 나누기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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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미소

바람들에게 2012/06/16 10:02
살다 보니
바람에게도 하지 못할 말이 있다.
때론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아프다! 누군가 읽을까봐 쓰지 못하는 말들도 있구나.

사랑하는 이여
이제는 그대를 위해 울지 않으리.
울다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오히려 내가 견딜 수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때론 냉정해야 하나 보다.
냉정해야 모두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처의 미소가 따스하기보다 무심한 것도
자비 또한 본래 냉정에서 나오기 때문 아닐까?

하루 100명을 넘나들던 방문객이
요즘 다시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한때는 늘어나는 방문객 수에 홀려
하루에도 몇번씩 블로그를 확인했었다.
그러다 방문객이 줄자 얼마나 상심했던가?
아무리 줄어도 7명을 유지하는 것엔 또 얼마나 안도했던가?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그 7명은 최초의 7명일까?
그들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나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사실 대전에서 올라오면서 블로그를 닫을 생각도 했었다.
이젠 바람에게 하고픈 말이 없어졌는데
굳이 블로그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시인의 시는
상처받은 가슴에서만 나온다.
아마도 모든 진실한 글들이 그러할 것이다.

요즘 또 다시 마음이 예민해지고 있다.
이번엔 바람에게라도 하고픈 말보다
바람에게도 하지 못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말들을 어찌 할까?

이들은 내 마음속 '통곡의 벽'
블로그의 빈 공간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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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골 2012/06/25 19:23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한밤중 깨어 일어나 못다한 말들을 씁니다. 댓글이나 답변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밖으로 흘러넘치는 감정과 감상들을 주체못하여, 이런 내 마음 누군가 조금만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면서. 외롭고 괴롭습니다. 트위터 페북 이런것들이 과연 소통일까요. 제가 보기엔, 좀 과장해서, 자기 존재의 흔적을 남기려는 초조한 몸짓들이 대부분입니다. 소통의 마당에서, 오히려 소외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 아이러니 하게도. 바람에게 해준 말들은, 그저 날아가게 내버려 두시고, 거기에조차 못한 말은, 그건 또 그것대로 내버려 두는수 밖에요. 아무것도 없는 텅빈 담벼락일지라도 직접 만져보면 누군가 다녀갔음을 알수 있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눈으로 보는것과 만져보는건 많이 다르죠. 관심과 애정과 온기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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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바람들에게 2010/02/01 17:13
곧 구정.
블로그를 연지도 벌써 4년이다.
그동안 올린 글들을 보니, 누구 말마따나, 남들 보기 민망한 일기 같다.
속마음이 다 드러나 부끄럽고
이 나이에 너무 감상적인 모습을 보여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갈피를 못잡던 마음은 많이 정리됐다.

내가 블로그를 연 것은 사추기때.
돌연히 찾아온 사추기에 참 힘들었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어
가슴만 답답,
급기야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어떻게든 마음의 돌파구를 열어야 했고
어디에든 털어놓으면 좀 시원할까 싶어 블로그를 열었다.

실제로 글을 쓰면 정신적 문제의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돌아보면 사춘기 때도 일기를 쓰면서 위기를 넘긴 것 같다.
아버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사춘기인 중,고등학교땐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마음속 고민과 갈등, 좌절과 분노를
일기로 풀어내며 지냈다.
유난히 예민하던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넘긴 것은
바로 일기 덕분일 것이다.

일기는 대학 시절엔 조금씩 거르다가
결혼하면서 아예 중단했다.
일기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만큼 남 모르게 써야 하는데
아내도 모르는 비밀을 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실수였다. 부부사이에도 비밀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래야 더 원만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엔 그때까지 쓴 일기도 태워버릴까 생각했었다.
결혼은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완전히 새출발을 하는 것이므로
아내를 만나기 전의 내 모습도 지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내 아이들도 내 나이때 나처럼 혹독한 정신적 방황을 겪을 것이고
그때 혹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과거에 아무 관심이 없더라.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보여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일기는 지금도 봉인된채 서가 한쪽에 방치돼 있다.
(조만간 태워버릴 생각이다.)

이젠 블로그가 일기처럼
내가 사추기를 험하지 않게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한동안 정말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젠 감당할만하다.
(다만 불면증이 습관이 됐는지 아직도 잠은 잘 못 잔다)
그런데 감정이 정리돼다 보니 글을 쓰는 것도 조금씩 시들해진다.
이러다 조만간 블로그를 폐쇄하게 되는 것 아닐까?

사실 이 블로그는
어쩌면 나의 정신적 병상일지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병증이 사라지면
(새로운 마음의 병이 다시 생기지 않는 한)
폐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폐쇄한들 섭섭해 할 사람이나 있겠나?
블로그는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 블로그 또한 누구나 들어와 볼 수 있지만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거의 아무한테도, 친한 사람에게조차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바람을 통해서라도 세상에 하소연하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누가 들을까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정작 하고싶은 말은 아직도 다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블로그를 찾는 사람은 적을 땐 하루 1,2명
보통은 7명 정도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중 2명은 누군지 확실히 알겠고(가끔 댓글을 올리므로)
1, 2명은 대체로 짐작이 간다.
그러나 나머지 3, 4명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이들은 내밀한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본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누군지 찾지 않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때론 궁금한 대로 두어야 한다.
비밀이 전혀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므로.

언제까지 이 블로그를 계속할 지는 모르겠다.
(어느날 훌쩍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이렇게 그들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것도
스릴이자 또 다른 즐거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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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바람들에게 2006/06/29 15:47
살다보면 답답한 일도 많다.
세상 돌아가는 게 못마땅하고, 되는 일 없어 속 터지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나으련만,
누가 사심 없이 귀를 기울여 주겠는가.
어린 시절엔 하느님께, 때론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공허한 독백일 뿐 .

오늘 누군가에게 미치도록 말을 하고 싶다면,
그러면,
바람에게 말을 걸어보자.
걸림 없는 바람이 무엇인들 거르겠는가.
또 혹시 아는가.
이리 저리 떠돌며
온 천지에 내 마음 전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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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운주 2006/07/11 17:4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제가 첫손님은 아닐듯.. 하지만 첫글 남깁니다.
    집들이 축하합니다.
    소녀적 감성은 여전하시군요.
    날선 검, 목숨을 내걸고 마시는 술, 그리고 시정잡배까지 많은 사람들의 치열하고 단단한 삶의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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