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6/12/27 10:25
최근에 아내의 휴대폰 컬러링이 바뀌었다.
그런데 그 곡조가 심상치 않다.
평소 10대나 20대 청춘들처럼 발랄한 노래만 즐기더니
갑자기 어둡고 처량해진 것이다.

"여보, 요즘 무슨 일 있어?"
"왜요?"
"컬러링이 너무 청승맞던데...
혹시 요즘 우울해?"

조심스런 내 물음에 아내가 '와 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내 말이 재밌어 죽겠다는 듯 한동안 깔깔거리더니
그러나 아무 일 없단다.

그래, 그래야지.
다행이다.

지난 주말, 어쩌다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사를 했다.
처음 집을 둘러보았을땐 괜찮아 보였는데
막상 이사를 하니 못마땅한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그래봐야 1, 2년 살 것이고, 그뒤 바로 시골로 이사를 갈테니
대충 하고 살면 좋겠는데
아내는 마치 평생을 살 듯
요모조모 꼼꼼하게 집안을 재정리 한다.

생각보다 좁고 쇠락한 집 모습에
나는 살짝 우울해졌으나
아내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아내 휴대폰 컬러링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컬러링을 바꿨는지 모르지만,
아내는 그저 웃고 있지만,
그 컬러링엔 아내의 속 마음, 아내의 무의식이 담겨 있는지 모른다.
나 역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뜬금없이 '삼포로 가는 길'이 귓가를 떠나지 않지 않던가.
(삼포로 가는 길 http://eltalk.net/search/%BB%EF%C6%F7%B7%CE%20%B0%A1%B4%C2%20%B1%E6)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노래인데
어느날 문득 머리에 떠오른 뒤
퇴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내 귀와 입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노래가 내 심사를 대변하고 있더라.
나중에 보니
그 노래로 많이 위안을 받았더라.

아내 역시 머잖아 시골로 내려 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고 자라 평생을 보낸 서울을, 그것도 나이 들어 떠나려면
왜 심사가 복잡하지 않겠는가?

아내 컬러링의 제목은 청춘.
혹시라도 아내의 마음이 이와 같다면
이 노래로 많은 위안을 받고
또 하루빨리 극복해 주기를...

<청춘 / 김창완>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영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날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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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조가비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6/08/16 15:10
얼마전 핏트니스에서 운동을 하다 노래 하나를 들었다.
대학 시절 많이 듣던 노래.
그러나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뭔가 좀 다르다.
창법이 파워풀한 것이
아마 요즘 젊은 가수가 리바이벌한 것 같은데
소중하게 감춰뒀던 내 보물에 생채기가 나는 것 같아
눈섶이 살짝 일그러진다.

그 뒤 자꾸 그 노래 생각이 나
오늘 인터넷을 뒤져보니
TV 프로 '불후의 명곡' 박인희 편에서 손승연이란 가수가 편곡해 불렀단다.
다시 들어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박인희의 옛 노래도 찾아 들어봤는데
되레 좀 촌스럽더라.
기억 속엔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답거늘...

사실 그 노래를 잘 알기는 커녕 불러본 적도 없다.
당시는 세상을 온통 뒤집어 엎고싶은 혈기방장한 때여서
소녀적 감상이 물씬한 그런 노래는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도 못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남몰래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날아가
하얀 햇빛 속에 혼자 서성이곤 했다.
멎어버린 시간 속에 아무런 욕망도 없이....

그런데 이제 가사를 살펴보니 좀 해괴하다.
분명 젊은이들의 사랑을 노래한 연가인줄로만 알았는데
연인은 없고 친구라니...
게다가 황혼의 모래밭?

그 황혼은 단지 노을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이미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에겐
인생의 황혼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노래가 지금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것인가?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가는 지금
옛날과는 또 다르게
내 마음을 흔든다.

<하얀 조가비 -박인희->

고동을 불어본다
하얀 조가비
먼 바닷물 소리가 다시 그리워
노을진 수평선에 돛단배 하나
루루루 하얀 조가비
꿈에 잠긴다

귓가에 대어본다
하얀 조가비
옛친구 노래 소리가 다시 그리워
황혼의 모래밭에 그림자 한 쌍
루루루 하얀 조가비
꽃빛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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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짙게 바르고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6/01/06 11:22
어제 모처럼 잠을 푹 잤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하루 4,5시간 밖에 못잔 것 같다.
나이 들면 잠도 오래 못 잔다지만
지난 3년간은 잠이 쏟아져도 잘 수가 없었다.
이제 마음대로 잘 수 있게 되었으나
막상 자려 하니 잠이 외레 더 오지 않았다.

갑자기 회사를 나오면서
미련이야 없다지만 심사는 복잡했다.
이런 나에게 흘러간 노래 한 곡이
묘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지난 연말 우연히 러블리즈라는, 처음 보는 걸그룹이 부르는 걸 들었다.
오래 전 임주리라는 가수가 부른 것으로 아는데.
당시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임주리는 이 노래를 아주 애절하게,
애절하다기보다는 처연하게 불렀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당시는 직업여성을 제외하곤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사람이 드물어서
제목 자체가 야하게 들렸다.
게다가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하루도 안되는 짧은 사랑이라니....
가수나 작곡자에겐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린 이 노래를 늙은 창녀의 넋두리 쯤으로만 여겼다.
그래서 이 노래를 따라 부를때 매우 불량하게,
장난스럽게 부르곤 했다.

그런데 젊은 걸그룹이 춤까지 곁들여 경쾌하게 부르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가?
눈물까지 찔끔 나더라.
 
경쾌하면서도 슬프다니,
이 모순된 느낌은 뭘까?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런가?
혹은 내가 내 자신을
이제 와 늙은 창녀라고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나를 싸구려로 팔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인생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나의 신념과 자존심을 지켜왔다.
영웅처럼은 아니어도
결코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

그런가?
정말 그러한가?
......
아니다!

정말 당당할 수 있으려면 정년퇴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회사가 분명 잘 못 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했으나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그때 바로 사표를 쓰든가
아니면, 그래도 끝까지 싸우다 잘렸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할 만큼은 했다며 은둔생활하듯, 귀양살이하듯
10여 년을 입 꾹 닫고 지냈다.
그리고 정년을 맞았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최근엔 또 어쨌던가?
말로는 어려운 후배를 도와주러 왔다 해놓고
실제론 급여를 받았다.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회사의 생리,조직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로 많이 조심했지만, 민망했던 일이 몇번이던가?
그러나 나는 내 발로 물러나오지 못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먹고 산다는 것은 엄중한 일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붓다 조차 빌어서라도 밥은 먹지 않았는가?
하물며 평범한 우리네들이야...
정도와 방법의 차이일뿐
먹고 살기 위해 누구나 조금씩은
'창녀'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는 것은
창녀들에 있어 일종의 재무장이다.
모든 슬픔 근심을 털어내고
무너진 자존심을 추스리며
다시 한번 삶의 전장에 나서기 위한
출정 의식이다.
그러니 경쾌할 수 있다.

오늘 나도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
무거우면서도 경쾌한 마음으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별이 지고 이 밤도 가고 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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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여 2017/12/20 11:0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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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5/05/27 14:11
봄비.
내가 대학 1학년때 즐겨 불렀던 노래다.
당시 나는 비만 오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쏘다녔고
기분만 좀 되면 이 노래를 불러댔었다.

대학 1학년.
지옥같던 고교시절을 벗어나
내 삶도 비로소 봄을 맞았기 때문이었을까?

봄은 봄이로되 왠지 미흡했던 봄.
원하던 대학이 아니어서
아직 마음이 겨울과 봄 사이를 헤매던 그 시절.
초등학교 졸업뒤 처음으로 많은 이성을 만났으나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던 그 때,
이 노래는 꼭 내 마음만 같았다.

처음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박인수다.
그 뒤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으나
나는 박인수로부터 받았던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박인수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르면
괜히 화를 내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흘러
대학시절은 추억조차 가물가물할 때
박인수가 어느 TV에 폐인이 되어 나타났다.
췌장암 후유증과 기억 상실증을 앓으며
이름없는 어느 복지시설에 수용돼있다는 그.
한땐 스타였던 그의 초라한 몰골이
참 마음 아프고 안타까왔다.

그날 박인수의 봄비를 다시 찾아 들었다.
그런데, 다시 들어본 그의 목소리에선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이미 그때의 내가 아닌 것을...
여태 떠나보내지 못했던 나의 봄날은
그날 그렇게, 지난날의 봄비와 함께 마침내 나를 떠나갔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옛날의 봄비를 다시 들었다.
장사익.
천부적 소리꾼이라는 장사익 그가
옛날 나의 봄비를 부르고 있었다.

장사익은 아주 오래전, 찔레꽃을 통해 처음 만났다.
다른 사람들과는 창법이 확연히 다른,
우리 고유의 정서인 한과 끈질김이 가득한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전률했다.
그런데 그 전률은 전률이면서 또한 불편함이었다.

나는 그가 한국인의 혼을 노래하는, 국민 소리꾼이라는 전문가들의 평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그 불편함이 그를 멀리하게 했다.

그런데 모처럼 들은 이 노래에선
그런 불편함이 없다.
이 또한 내가 변한 것인가?
특히 드럼 처럼 마구 쳐대는 북과 장고, 그리고 꽹과리 소리가
나를 번쩍 들어
그 옛날 대학시절로 데려다 준다.

다시 찾은 나의 봄비.
이제 나에게
'흔들리는 봄날'도 다시 올까?


<봄비>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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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충정로 2015/06/03 18:1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함께 노래방 가본지도 오래됐네요.
    그때 그 열창이 그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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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나가면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5/03/03 17:02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그대를 모릅니다....'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라는 노래.
이 노래가 요즘 뜬금없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옛날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남 앞에서 직접 불러본 적은 없는데....

지금 가사가 떠오르는 부분도 딱 이 두 구절 뿐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떠오를 때마다
노래속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해서 미치겠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과거에 사랑했지만 지금은 헤어져 원망하는 사이?

궁금증을 못견뎌 인터넷을 뒤져 전체 가사를 찾았다.

.........

그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사람을 몰라요
두근 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그렇게 보고싶던 그 얼굴을
그저 스쳐지나면
그대의 허탈한 모습 속에
나 이젠 후회없으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

가사를 다 봐도 두 사람의 관계가 딱히 잡히지 않는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무슨 뜻일까?
아직은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

헤어진 건 맞지만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겉으론 담담하고, 어쩌면 원망하는 듯도 싶지만
그렇다면 그를 보고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았을 것이고
목이 메어와 눈물을 흘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보고싶었다지 않는가?

결국 그대를 모르느니, 기억을 못하느니, 후회없다느니 하는 말들은
아직도 잊지 못한 사랑의 반어적 표현일뿐이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형식상 가정법 표현이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전체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다.
문법이 맞지 않는다.
가사가 꼭 문법에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연인으로 해석하고
'지나가면'을 말 그대로 길을 지나가는 것으로 해석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두 사람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것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
아직도 잊지 못한 그 사람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났다.
만난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애써 담담하게 마치 못본척 한다.
그는 무언가 내게 말하고 싶은 눈치다.
그러나 이미 끝난 사이,
속으론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지만
더 이상 미련을 가지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대충 이런 이야기 아닐까?
정확한 내용은 작사자만 알겠지만
이런 류의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새해, 새봄이 시작되려는 지금.
나에겐 이 노래가 왜 찾아왔을까?
내 마음속, 나도 모르는 어떤 정서가
이 노래를 흔들어 깨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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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충정로 2015/03/09 13:3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ㅎㅎ
    거참! 오묘하네요.

  2. ShinyCube 2015/03/13 09:3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느낌은 맞지만 '지나가면'은 지나간 사랑이라는 말이 맞을거에요.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목이 메이게 남아있지만 지나가 버린 사랑 헤어짐에 후회 없으니 같은 느낌?

  3. 가을바람 2015/05/14 13:5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그대의 허탈한 모습을 보면서 왜 본인은 후회없다는 걸까요?

  4. Dodo 2016/09/20 10:5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사랑하는사람과 헤어진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는내용입니다
    어느날 우연히 사랑했던 남자와 마주쳤지만
    그토록 보고싶었지만
    아는척을 안하고 무시하고 스쳐지나가면서
    마음은 너무 아프고 눈물이흐르지만
    나는 더이상 당신을 모른다.잊고 잘살아가고 있다는의미로
    그냥 지나가며 나름의 소심한복수를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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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3/10/23 14:24
요즘 '스캔들' 이라는 TV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내와 늘 채널 싸움을 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내가 베개를 갖고 다른 방으로 가는게 일쑤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사이좋게 보고, 사이 좋게 잔다.
보다 보면 아내가 어느새 코를 골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도 10분이면 잠이 든다.
그러나 채녈을 돌리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화를 낸다)

이 드라마는,
한 악덕 건설업자가 지은 부실 건물이 붕괴되면서 아들을 잃은 한 남자가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을 연상시킨다)
복수를 위해 건설업자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그 아들을 유괴하게 되고,
20여년이 지난 뒤 굴지의 재벌이 된 건설업자와 이들 부자가 다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대단한 작품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무렵 시작했다 벌써 종영한 '황금의 제국'에 비해서도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고 긴장감도 덜하다.
그런데도 유난히 마음이 끌리고 몰입하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재벌가를 다루고 있지만
전자가 재벌 총수 자리를 둘러싸고 가족끼리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데 비해
후자는 돈보다 가족간의 정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때문일까?
전자가 자기들끼리의 이전투구로, 우리에겐 단지 구경거리일 뿐인데 비해
후자는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OST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하은중의 고뇌와 슬픔을 잘 드러내줄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마시따 밴드라는 듣도보도 못한(?) 그룹이 불렀다는데
원곡은 박상민이 부른 '세상을 몰라서'란다.
박상민 노래도 들어봤는데, '나는' 이라 이름붙인 이 노래가
드라마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귀에 익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은중.
그는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조금 올드한 성격이다.
오히려 우리 세대와 많이 닮았다.
직업은 형사.
털털함을 넘어 더러울(?) 지경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성격 또한 멋대가리 없이 무뚝뚝하다.
돈도 여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범인 잡는데만, 정의를 실현하는 데만 열심이다.
아버지와는 늘 버성기며
필요한 말 이외엔 대화도 별로 없다.
하나뿐인 누이 동생에겐 깐깐하다.
옷차림부터 귀가 시간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요즘도 있냐?)
그러나 속으론 눈물도 많고 정도 많다.
실상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하며
누이 동생을 이 세상의 늑대들로부터 지켜주려 애쓰는 자상한 오빠다.

그런 그가,
마음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가 실은 유괴범이었고
친아버지는 자기가 잡아넣으려는, 사악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았을때
어떤 심정이 될까?

<나는>

사랑을 몰라서 세상을 몰라서
그 많은 아픔 뒤에야 깨닫게 되나봐
눈물이 많아서 정이 참 많아서
세상에 자꾸 속아도 웃을 수 있나봐

부는 바람에 자꾸 내 맘이 흔들려
아둥바둥거리는 내가 안돼 보여서
눈물이 나,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에
난 무얼 하며 여기 왔을까

시간이 멈춘듯 생각도 멈춰 서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이별이 많아서 아픔이 참 많아서
사랑에 자꾸 속아도 웃을 수 있나봐

부는 바람에 자꾸 내 맘이 흔들려
아둥바둥거리는 내가 안돼 보여서
눈물이 나,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에
난 무얼하며 여기 왔을까
나는 무얼하며 여기 왔을까
     ...........

갑자기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그는 분노하기 보다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이 웃고싶어 웃는 웃음이겠는가?
복잡한 표정의 그의 웃음은 통곡보다 더 아프다.
어떻게 하든 마음을 다잡으려 애를 쓰지만
바람만 선듯 불어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다시 추스리려고 아둥바둥거리다 보면
그런 자기 자신이 차라리 불쌍하다.
그러나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도 오직 나 뿐.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연민하고
스스로를 위해 눈물을 뿌린다.

그런 심정은 아버지 하명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우연히 원수의 아들을 유괴하게 됐지만
그 순간 그의 인생은 풍비박산,
직업을 잃고 전국을 떠돌며 숨어 살아야 했다.
그러나 결국 원수와 다시 만나게 되고,
이제는 목숨보다도 더 사랑하게 된 원수의 아들은
엄청난 혼돈과 배신감, 분노에 시달린다.
그런 그를 보는 그에게 삶은 차라리 지옥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이런 심정은 어찌보면 악덕재벌 장태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움켜쥐었지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악귀같은 행동도 비천한 신분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수 있는데,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동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내 조차 수십년 발톱을 숨기고 보복만을 꿈꿔왔으며
주위 사람들 역시 면종복배, 뒤에선 늘 배신을 꿈꾼다.
그 역시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이 세상 누군들 가련하지 않겠는가?
모두들 발을 멈추고 돌아보면
나는 대체 무얼하며 여태 살아왔는지
회한 뿐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더 이상 아둥바둥하지 말 일이다.
다만 사랑할 일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우리 인생은 너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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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장 2013/10/29 08:2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어제 이 드라마가 종영을 했다.
    주인공의 부성애를 노린 전략(?)이 적중해
    모두가 화해하고 행복해진다.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실제로도 이런 해피엔팅이 가능한 것일까?
    역시 소설이네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흐뭇하다.
    현실은 결코 이럴수 없겠지만
    이러리라 믿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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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1/09/27 11:56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
           ........

얼마전 TV프로 '나가수'를 보다 정말 멋진 노래를 들었다.
자우림이 부른 노래였는데,
그녀의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의 가사가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놀라서 같이 보던 아내에게 물어보니
노래 제목이 가시나무새 란다.
가시나무새?
많이 익숙한 이름인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오스트레일리아 여류작가 콜린 맥컬로우의 소설 제목이다.
가시나무새란 켈트족의 전설에 등장하는 새.
태어난 뒤  줄곧 가시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가장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발견하면 스스로 가슴 찔려 죽어가며
평생 단 한번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모든 위대한 것은 처절한 고통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진정한 사랑은 처절한 슬픔과 아픔 속에서만 꽃 핀다는 것.
소설도 사랑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 여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가시나무새가 언급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 랠프, 난 그걸 물론 이해해요. 난 알아요.....그것이 비록 우리들로 하여금 죽고싶다고 비명을 지르도록 만들게 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들은 저마다 부정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현재의 우리들이라는 것, 그 것 뿐이죠. 가슴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는, 가슴을 가시에 찔린 새에 대한 옛 켈트 전설처럼요.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어요. 우린 잘못을 범하기도 전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스스로 안다고 해서 그 결과를 바꿀 수는 없죠, 안 그래요?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려니 생각하면서, 저마다 자신의 조그만 노래를 불러요. 모르시겠어요? 우린 스스로 우리들의 가시를 만들면서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인지 멈춰서 생각하는 일이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통을 겪고, 그것이 보람이 있었다고 우리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 뿐예요. >

작가는 전설 속의 가시나무새를 운위하지만
뜻밖으로 현실적이고 실존적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말려드는 것,
그것이 실제 아름답기 보다 자신이 아름답거니 생각한다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켈트족은 옛 게르만 지역에 번성했던 호전적 족속이다.
그러니 가시나무새의 상징도
사실은 한 군주에게만 목숨을 바치는 충성 아닐까?
그것을 작가는 사랑으로 바꿔 그리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자우림의 노래도 가시나무새의 전설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노래 속엔 가시나무새가 아예 없다.
가시나무 숲이 나올 뿐이다.
새가 날아오긴 하지만
그 새는 가시나무새와 달리 쉴 곳을 찾아 날아왔을뿐
스스로 가슴을 찔리기는 커녕 가시를 피해 달아난다.

그러나 나는 원작의 가시나무새보다
노래 가사의 가시나무숲에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가시나무 숲은 괴롭고 복잡한 우리 마음을 상징한다.

나 밖에 모르고
헛된 바램들로 가득하며
때론 슬픔과 어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내 마음.
그 가시 같은 마음에 남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실제로 우리는 자기 연민에 빠져
남에게,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나눠주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젠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싶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쉴곳을 넉넉히 제공해주는 숲이고 싶다.


<가시나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뺐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괴롭고 또 외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시는 어디서 끊어 읽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받는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이 시는 자우림의 노래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글로 읽기보다 자우림의 노래를 듣는 게
이 시를 제대로 감상하는 길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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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주 2011/10/06 17:03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이 노래의 제목은 '가시나무새'가 아닌 '가시나무'였다.
    어쩐지......
    그래도 가시나무새가 연상되는 건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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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잎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1/09/03 18:13
올 여름 내내 지겹게도 비가 오더니
뒤늦게 해가 나면서 햇볕이 무척이나 따갑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피부에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날씨가 이상해지거나 말거나
계절은 제 시간을 잊지 않는다.
계룡산 산바람은
가을은 이미 벌써 와 있었노라고
옷깃을 뒤적이며 눈을 흘긴다.

이렇게
불현듯 가을을 느낄 때면
늘 떠오르는 노래,

<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 >

만추(晩秋).
영화 '스잔나' 주제가다.

중학때던가 고교때던가.
이 영화 보면서 창피하게 많이도 울었었다.

그후 주인공 리칭이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는데....
이젠 그녀도 초로의 여인이 됐겠지?

세월이 흘러 그때의 감동은 잊혔지만
노래는 남아
가을이 올 때마다 내 마음을 흔든다.

올해는 더욱
노래가 주는 감회가 절절하다.
내가 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가?

그러나 끝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다른 그 무엇의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내 새로운 삶을 기다린다.
사춘기때보다도 설레게,
사추기때보다도 불안하게,

<만추>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봄이 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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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립스틱/사랑의 일반 공식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1/06/23 15:05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래인줄 몰랐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였다.
영화 내용이 코믹한 데다가  노래 자체도 경쾌해서
이후 이 노래만 나오면 나는 가사도 모른채 그냥 따라서 흥얼거리고는 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인 송윤아에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극중 송윤아가 이 노래만 나오면 뿅 가는 것이 너무 우스워서
노래를 따라 부를 땐 혼자 싱글거리곤 했다.

그런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 최근 이 노래를 자주 듣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 기회에 아예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집중해서 듣다 보니.........
가사 내용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아니, 이게 이런 노래였어?
젠장,
요즘엔 슬픈 노래를 신나게 불러제끼는 게 유행인가?

하긴 슬프다고 질질 짜는 것 보단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눈부시게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왜 끝나야만 했을까?
왜 남자는 내일이 오면 떠나야 하며
여자는 얼굴을 적시고 립스틱이 지워질 만큼 눈물을 쏟으면서도
왜 그를 붙잡지 않고 보내줘야만 하는 걸까?

분명 서로가 원하지 않는 이별인 것 같은데
그 사유를 알 수 없으니
내 가슴이 되레 더 답답하다.

하긴 사랑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남들은 알 수 없는 게 본래 사랑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엔
일반적인 공식이 있다.

처음엔 서로가 좋아서 만난다.
그러나 얼마 안가 두 사람의 사랑은 차이가 난다.
(어쩌면, 처음부터 차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더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불안해지고
불안할수록 상대편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럴수록 덜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멀어져 가고
결국 두 사람은 상처만 입은채 파국을 맞는다.
불편하지만, 이것이 일반적 사랑의 진실이다.

그대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와 같다면
그대들의 사랑은 특별하다.
그 사랑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어뗜 댓가를 치르더라도.

분홍 립스틱의 연인들,
그들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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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노트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0/10/18 11:07
안개 속을 걸어봐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빈 가슴
잡으려면 어느 새 사라지는
젊음의 무지개여

커피를 마셔봐도
느낄 수가 없는 나의 빈 가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젊음의 고독이여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그려야 할까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써야만 하나
  .
  .
  .

25년전의 어느 여름날,
느닷없이 나타난 자그마한, 그러나 야무지게 보이는 한 여대생이 부른 이 노래는
어느덧 서른을 넘어 직장인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에게
정신이 번쩍 드는 충격이었다.

내 졸업한지 10년이 다 돼가건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 속엔 하나 가득 슬픔뿐이던,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던 우리의 대학시절과
어쩌면 분위기가 이리도 흡사한가?

10년은 더 나보다 나이 어릴 그 여대생에게
강한 공감을 느끼면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물론 그 아가씨와 내 가슴이 빈 까닭은
시대적 상황등 여러가지 점에서 서로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방황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고
특히 강렬하면서도 왠지 허전해보이는 그의 목소리는
일상에 묻혀 무뎌져 가던 나의 감성을 일깨우는
각성제로 작용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앳되기만 하던 그 여대생은
당시의 나 보다도 훨씬 더  나이 든 여인으로 돌아왔다.
강한 인상을 줬던, 깜찍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볼품없는(?) 중년여인이 되어.

변해버린 옛 여인을 보는 일은
그가 누구든 늘 슬프다.
그러나 다시 젊음의 노트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만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

이제
그의 비어있던 노트에는
무엇이 쓰여 있을까?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는 끝마쳤을까?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궁금하다.
그리고
내 젊음의 노트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또 다시 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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