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노래와 사연/그냥 좋은 노래 2019/09/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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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모처럼 올려다 본 하늘

어느 TV드라마의 OST로 나왔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요즘 양희은의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그런 막장 드라마에 이런 노래가 나오다니...
아내가 보는 바람에 욕을 하면서도 가끔 봤지만
이 노래가 나온다는 건 인터넷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러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내 가슴에 젖어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그러나 인생의 쓴 맛을 조금씩 알아갈 때,
아마도 뜨거운 여름 어느 주말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거실에 멍하게 누워있는데
어느 이웃집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방송의 소개에 따르면
양희은이 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을때 부른,
당시의 심정을 짙게 느끼게 하는 노래라고.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체념한 듯, 초월한 듯
담담하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이 노래는
참 묘하게도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배워서 블러보겠다는 생각은 안했다.
아직 나는 승부욕이 넘쳤고
그에 걸맞게 거칠고 강한 록에 더 끌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웬일인가?
은근히, 더 진하게
이 노래가 다가온다.

도시를 떠나와 농사짓는 늙은이에게,
이제 울 일도, 잊어버려야 할 것도 없는데
왜 자꾸 마음이 첩첩산중에 오를까?

나는 모든 걸 내려놓았는데,
내려 놓으려 하는데,
산은 또 왜 자꾸 내려가라 하는가?
내려가서 무얼 하란 것인가?

어느 곳에서도 삶은 편치 않고
나라는 어지럽고...

오늘도 홀로
한계령에 오른다.

<한계령>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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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바이...

노래와 사연/그냥 좋은 노래 2014/07/21 11:37
일을 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는데
느닷없이 어떤 노래 한귀절이 떠오른다.

이게 무슨 노래더라?
스탠바이 미? 스탠바이 유? 스탠바이 더 레이디?

갑작스런 강렬한 관심에 당장 인터넷을 뒤졌다.
stand by your man.
태미 와이넷이란 여가수가 부른 노래다.

내친김에 그가 부른 노래를 들어보니
내가 기억하는 노래와 음색 등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나는 이 노래를 오성식의 팝스 잉글리쉬를 통해 알게 됐는데
(당시 영어회화좀 배워보겠다고 몇년간 테이프를 끼고 살았다.)
그 테이프에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불렀던가?

내가 처음 들은 게 테이프 노래여서 그런지
원곡자의 노래가 오히려 조금 어색하다.
그런데 왜 이 노래가 갑자기 내 머리에 떠오른 거지?

30, 40여 년전 크게 히트를 쳤다는 이 노래는
한 여인의 한 남자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내 마음 속에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여인이 살고 있었음인가?

그 남자는 '나쁜 남자'였다고 한다.
내 마음속의 여인도 '나쁜 여인'?

글쎄....
내 마음 속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지켜줘야 할 사람은 분명히 하나 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건 예삿일이 아니다.
갈수록 책임이 막중해지는 것이다.

그 무게에  눌려
가끔은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이래선 안되지, 다시 마음을 다잡지만
나도 몰래 한숨이 나기도 한다.

그는 내가 지켜주겠지만
나는 누가 지켜주지?

못난 생각이다.
그 못난 생각이 오늘 갑자기 이 노래를 떠오르게 한 것인가?

내가 누군가?
내 옆엔 오직 내가 있을 뿐이니
오로지 나를 믿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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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단 공원

노래와 사연/그냥 좋은 노래 2013/03/18 14:53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주인(?), 또는 상사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재정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운동을 해도 좋고, 책을 봐도 좋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도 좋다.
물론 부지런한 사람은 출근전 새벽에,
혹은 퇴근후 가족과의 시간을 줄여 그런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하면 개인 생활의 희생 없이 하루를 두번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점심때 흠뻑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마치 새로 아침을 맞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가 지루한 사람에게는 시간을 빨리 가게 해주고
하루가 바쁜 사람에게는 새로운 에너지를 다시 가득 채워준다.
이때문에 나는 퇴직을 한 뒤에도 꼭 점심시간에 운동을 해왔다.
내가 그토록 하고싶어했던 검도를 본격적으로 수련하게 해준 것도 점심시간이고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것도, 헬스를 시작한 것도 모두 점심시간이었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산책을 한다.

회사가 장충동에 있다 보니 남산이 지척이다.
회사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장충단 공원이 나오고,
공원을 걷다보면 바로 남산 산책로로 이어진다.
대학시절 이곳에 와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다.
뭐랄까, 좀 지저분했다는 느낌?
그러나 요즘 다시 가본 장충단 공원과 남산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수십년전 일본 동경에 갔다가 잘 가꿔진 넓은 도심공원을 보며 몹시 부러워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의 남산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깨끗하고, 정갈하고, 호젓하고, 게다가 적당히 땀을 흘릴 수도 있고,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점심약속이 없거나 특별히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점심 시간을 통째로 산책에 쓴다.
그럴땐 남산타워까지 갔다 온다.
보통 1시간 40분이 걸린다.
그런데 공원을 지날때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
40년도 훨씬 더 된 오래전 노래다.
당시 나는 팝송에 취해 다른 노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유독 이 노래가 뇌리에 남아 있다.
(아마 라디오에서 매일 이 노래만 나왔기 때문인가?)

나는 길을 걸으며 이 노래를 기억에서 불러내 따라 부르곤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꼭 다른 노래, 배호의 또 다른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와 섞이고 만다.
장충단 공원으로 시작해서 돌아가는 삼각지로 끝나는 셈.
인터넷에서 뒤져 다시 들어보니 두 노래가 비슷하긴 하다.
두 노래 모두 선 굵은 목소리에 애절함이 절묘하게 깃들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들어도 느낌이 특별하다.

노래는 시절 따라가 아니라 장소 따라인가 보다.
대전에서는 대전 블루스가 그렇게 나를 울리더니
이젠 장충단 공원이 나를 울린다.
그런데, 그날 그가 쓸어안고 울었던 그 나무,
그녀 이름이 새겨진 그 나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오늘도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네.

-안개낀 장충단 공원-
안개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만 있을까
지난날 이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번 어루만지며
떠나가는 장충단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람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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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되어

노래와 사연/그냥 좋은 노래 2006/08/16 17:18
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네
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뮬을 바라보며 아~
음, 가슴을 에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

우리는 들길에 홀로 핀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외로운 맘을 나누며 손에 손을 잡고 걸었지

산등성이에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곁으로 간다

산등성이에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어느새 내 매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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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나에게 넌

노래와 사연/그냥 좋은 노래 2006/08/16 17:10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 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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