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깊은 산골에 웬 사람들이...

영농일기 2020/01/16 12:39
어제 상주로 고추 교육을 갔다 왔다.
자닮식으로 유기종 묘목을 기르는 곳이다.
나는 칼라탄 72구 6판을 주문했다.
올핸 모종부터 제대로 골라 해봐야지.

​ 상주 가는 길은 험했다.
'이랴', 옆구리를 들이차도 가는듯 마는 듯,
나의 늙은 애마로는 감당이 안되는 험한 산구비를
가슴을 졸이며 몇번이나 오르내려 찾아갔다.

​ 가봤자 무슨 대단한 수가 있다고....
이 먼길을 가는 나도 참 열심이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100명 가까운 사람이 몰려왔다.
거제에서도 제주에서도 왔단다.
놀랍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이 사람들, 유기농이 뭔지나 알고 온거야?
농사만 어렵고 돈도 별로 안 되는데......

​ 자닮을 통해 알게 된 오늘 강사이자 육묘장 대표는
농사에 관련된 공직에 있다가 18년전 귀농했단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다가 이제야 노하우를 습득했다고.
오늘 오신 발품값은 확실히 거두게 해주겠단다.
그러나 자닮식 영농법을 책으로, 동영상으로 이미 배운 터라
색다른 것은 없었다.
다만 실제 농사를 짓다보면 이론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자닮 강의와는 다소 다른 의견도 비친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느끼던 바다.

​ 내 실패담을 얘기하고 해법을 묻자
예상했던 답변을 내놓는다.
내 생각대로 해야 맞단다.
그러나 무경운 농법에 대해선 우려를 한다.
분명 좋은 농법이지만, 유기농 1,2년 했다고 시도하기엔
땅이 아직 준비가 안됐을 거란다.

​ 어쩌지?
그러나 무경운에 적절해지는 때가 언제인가?
3년 뒤? 5년 뒤?
그러기엔 내 남은 농사 인생이 너무 짧다.

​ 자닮에선 자신을 갖고 권하던데....
자닮 강의를 믿기로 한다.
지금까지도 강의만 믿다가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내가 배운대로 제대로 못한 부분도 있다.
이번엔 잘 해봐야지.

​ 다만 아내가 알까봐 걱정이다.
내가 무경운 한다니 또 엉뚱한 짓 한다고 난리인데
전문가가 말리더란 얘기까지 들으면....
그냥 모르는체 강행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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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지 말라

영농일기 2020/01/12 15:35
하우스 밖의 빈터에 퇴비를 깔았다.
작년 검정콩을 심었던 곳엔 12포를,
그리고 파를 심었던 곳엔 7포를 뿌렸다.
대추나무 5그루에도 2포를 선물했다.

​ 겨울이 한창인 지금 퇴비를 뿌린 것은
겨울이라고 손놓고 놀 수만은 없고
무엇보다 봄철 허둥지둥 하기 않기 위해서다.
2년 전 농사를 처음 지을 땐 200평이나 되는 빈터를 그대로 놀렸다.
승부수였던 잎들깨 재배에 쫒겨 다른 일은 생각도 못했다.
작년엔 토마토, 파, 깨, 콩, 상추 등 제법 많은 작물을 심었으나
어영부영 하다 시기를 놓쳐 작황이 좋지 않았다.

​ 올해는 농사도 3년차니,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생전 처음 농사를 지으면서 무농약, 유기농을 한답시고
2년간 고생만 실컷 하고 큰 적자를 보았다.
남들은 유기농은 안 된다고, 괜히 헛고생 말라고 지금도 말리지만,
올해도 역시 유기농이다.
무엇이든 3년은 해야 해봤다 하지 않겠는가?
2년간 경험 했으니 아무래도 올핸 낫겠지.

​ 올핸 유기농에 더해 무경운 농사를 시도한다.
2년간 경험을 했다지만 사실상 또 다시 첫경험인 셈이다.
그런 만큼 두려움도 있다.
올핸 그래도 성과가 좀 있어야 하는데....

​ 아내는 농사도 모르면서 왜 남들을 따라 하지 않느냐고 성화다.
그러면 슬퍼진다.
뒤늦게, 남들은 할 일 없이 쉬는 나이에 농사 한번 지어보겠다는데
왜 무조건 남들 따라 하라는가?

​ 처음 하는 일은 되도록 남이 하는대로 따라 하라지만
따라 한다고 나도 잘 되던가?
붓다는 모든 일에 정해진 법이 없다 하셨다.
농사에도, 2년간의 내 경험에 따르면, 정해진 법이 없다.
마땅히 정해진 법이 없으니
농사도 내가 짓고싶은대로, 내가 공부한대로 한다.

​ 평생을 내 식대로, 내가 옳다고 믿는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온전하게 내식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이제 농사라도 내 맘대로 지어보겠다는데.....
누구도 말을 말라.
적어도 3년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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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그리고 추다르크의 선택

시사 2020/01/09 16:36
 추미애 법무장관이 어제저녁 전격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와 친문세력을 공격해온 윤석열 사단을 단칼에 쳐날렸다.
장관으로 거론되면서부터 이들을 손보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 강도가 예측을 훨씬 넘는다.
윤석열의 왼팔, 오른팔은 실질적으로 좌천까지 당했다.

​ 놀랍다. 그리고 두렵다.
검찰이 가만 있을까?
아무리 문제가 있다지만, 산 권력을 수사중인 검찰을 날려버리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할까?

​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생각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검찰은 인사 당일 추 장관에 노골적으로 맞섰다.
독립성이 중요하다지만, 검찰은 법무부의 하위 기관이다.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사법부 소속이 아니라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는 행정부 소속인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름을 정면으로 거절했다.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보내면 이걸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게 관행이었단다.
아무리 관행이라지만, 총장 면담이 요식행위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지만,
장관의 호출을 정면 거절하는 것이 응당한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래도 되는 일인가?

​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야 국가 기강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하루 종일 법무부 발표에 빠짐없이 토를 달며 여론전까지 폈다.
이건 하극상(추 장관 말로는 항명)에 다름없다.
검찰의 간이 이렇게 부었다면
결과론적이지만, 독한 처방이 온당하지 않은가?

​ 검찰은 장관 후보자 딸내미 표창장 하나를 두고
4개월 이상이나 온 나라를 뒤집어놓았다.
그런 무리한 무리한 수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그게 국가인가?

​ 또한 사소한 사건들을 끝없이 끄집어내
청와대와 국회까지 밥 먹듯 압수수색하는 것을 그대로 둔다면
임기 내내 검찰에 시달리느라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추 장관의 인사는 사람들의 눈총과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윤석열 일당을 모조리 쳐낸 것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 검찰은 늘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말기엔 다음 정권의 사냥개로 돌변해 주인을 물어뜯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 강화해왔다.
민주 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존중해주며
검찰 스스로 개혁에 나서기를 바랐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는 노무현 때 극명하게 봤다.
김대중 때부터 이 꼴을 봐온 문재인으로서는
비록 욕을 먹더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이런 검찰을 결코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 이번 인사는 옳건 그르건, 이 정부의 필연적 선택인 것 같다.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심판은 역사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마침 총선이 가까우니
국민이 먼저 심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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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방래

일상 속에서 2020/01/06 13:53
 지난 주말 후배 2명이 왔다 어제 갔다.
세월이 흘러도 마음이 한결같은 고마운 친구들이다.
덕분에 술을 많이 마셨다.
식도가 헐고 위장에 출혈이 있으니
절대로 음주와 밀가루 음식을 금하라는 권고를 받았으나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처럼 기억을 잃을 만큼 많이 마셨다.
혹시 또 내가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
한 친구는 올해가 정년이란다.
언제나 나이 어린 후배로만 생각했는데
그동안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그 마음이 얼마나 헛헛할까?.
내 마음이 지레 더 아프다.
제2의 인생을 차분히 준비하기를.
.
이로서 지난 연말부터 계속되어온 음주가
일단 끝을 맺었다.
시골에 오니 술 마실 일이 더 많다.
많이 마시진 않지만
이런 저런 모임, 이런 저런 핑계로
술 마시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젠 술을 확실하게 줄여야겠다.
농사를 위해서도 흐트러진 건강을 챙겨야 한다.
.
우울한 기분도 날려버릴 것.
눈 한 번 돌리면
바로 낙원 아닌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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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 해가 오다

일상 속에서 2020/01/02 16:00
올해는 나도 모르게 맞은 것 같다.
특별히 바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한 해가 가는 줄도, 새 해가 오는 줄도 몰랐다.

작년 12월 30일 공수처법이 마침내 통과됐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법이 과연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지난 연말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이 때문에 세월이 가는 것도 몰랐던가?

공수처법은 그러나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됐다.
선거법 처리 땐 의장석까지 점거하며 반발했던 자한당은
이번엔 말로만 반대하면서 되레 자리를 비워줬다.
자기들도 속으로는 공수처법 통과를 바랐던가?

김대중으로부터 3대에 걸친 검찰 개혁 숙원이
이제 그 첫발을 내딛게 됐다.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도 지체 없이 이뤄졌다.
하 수상하던 세월의 안개가 이제야 조금 걷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기엔 물렁해도 역시 보통이 아니다.
나라는 이제 그를 믿고 맡기면 될 듯싶다.
다만 진중권을 비롯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설령 발목잡기, 트집잡기에 불과하더라도,
새겨들을 만한 것은 가려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나의 올해는 어떻게 될까?
올해도 농사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무농약에 더해 무경운 농법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아니 이미 시작했다.
성공하길 바라지만, 안 돼도 상관없다.
이미 농사에 목을 매지 않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농사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지금 박물관 해설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일도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이 또한 안 돼도 그만이다.
나는 그저 준비할 뿐이다.

그동안 나는 꾸준히 내일을 준비하며 살았다.
그러나 내가 준비를 덜 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할 일이 아닌 엉뚱한 준비를 했던지
나에게 그 일을 할 기회는 대부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론 내일을 준비하는 삶은 살지 않겠다고,
그냥 오늘만 충실하게 살겠다고 내려왔는데,
와서 살아보니 내일이 바로 오늘이더라.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사실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내일이면 내일이 오늘이므로.
다만 안 된다고, 기회가 안 온다고 실망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망은 언제나 어제에 대한 것이므로.
지금은 오늘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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