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사면초가

시사 2019/08/27 10:18
문재인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문 정권 개혁의 아이콘인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마자
딸의 대학 부정입학설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일본은 우리 나라를 백색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문 정부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 중단 카드로 대응했지만
이는 일본은 물론 미국의 심각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이를 기사회생의 기회로 삼고 있다.
여론을 무기로 정부와 조국 수석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진보언론들도 의혹 제기에 동참하고
젊은 세대의 분노가 확산되면서 지지율까지 부정적으로 반전,
문 정권은 정치 경제 외교 전 분야에서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지금의 위기가 정권의 위기 이전에 국가의 위기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미일 사이 경제 외교적 파열음은
문 정권이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것이라는 점이다.
이때문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어느때보다 국민의 각성과 단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관심은 조국 후보에만 쏠리고 있다.
특히 야당과 보수언론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위기를 부르짖으면서도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
문 정권 끝장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조국 후보의 거취가
경제와 외교문제보다 절박한가?
조국만 끝장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조국만 끝장낼 수 있다면
나라는 어떻게 돼도 괜찮은가?

내가 보기엔 온 나라가 집단 광기,
마녀, 아니 조국 사냥에 사로집힌 것 같다.
나도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유시민 처럼 이 사람도, 아마도 가벼운 그 입 때문에,
주는 것 없이 밉다.)
그의 잘못이 정말 이 정도일까?

국민들이 조국에 분노한 것은
그가 이른바 적폐세력과 다름없이
특권과 특혜를 누렸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입만 열면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이니
그만큼 배신감도 더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이 희희낙락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을까?

당장은 모두가 분노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수도 있다.
그의 적폐라는 것이
과거 보수세력들의 적폐와는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그를 용서하긴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의 배신감이 그 만큼 크다.
이미 상처를 받을대로 받은 그가
장관직을 수행하기도 쉽지 않다.
정권에 짐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를 보내기 아쉬운 것은
검찰개혁 때문이다.

제대로 된 나라로 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게 검찰 개혁이다.
노련한 김대중은 개혁보다 타협했고,
순진한 노무현은 도전하다 쓰러졌다.
문재인은 두 사람에게 배워 가장 성공적으로 개혁을 진행해 왔다.
이제 그 마무리를 조국에게 맡기려는 상황이다.

나도 그가 마음엔 안 들지만
온갖 비판을 뻔뻔하게라도 받아내고
굳건히 임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다만 전격적으로 이뤄진 검찰 수사가 수상하다.
어쩌면 조국을 쳐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문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검찰개혁을 포기하지 말고
대안을 갖고 있기 바란다.

지소미아 또한
일본이 교역규제를 풀더라도
덥석 재개할 일이 아니다.
지소미아는 우리에겐 별로 이득이 없고
되레 위험만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돕는 길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국민이 알세라 숙덕숙덕 체결한 것 아닌가?
이런 지소미아 중단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주권 국가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경제는 '일본의 가마우지'신세에서 벗어나고
군사 외교적으로도 줏대를 찾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종속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은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나라의 존엄을 지켰다.
G2 시대인 지금, 우리도 못할 것 없다.
미일 앞에서 빌빌거리던 과거의 한국이 아니지 않은가?
더 이상 빌빌거릴 순 없지 않은가?
국민의 지지만 있다면
줄타기 외교, 못해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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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방래

한담 2019/08/22 13:35
어제 세번째 고추를 땄다.
첫번째는 20kg, 두번째는 70~80kg,
이번에도 70kg 안팎이 될 것 같다.

고추 70kg 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고생한 아내가 저녁까지 준비하기 힘들 것 같아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읍내로 나가 횟집에서 먼저 술을 한잔 마시고 있는데
조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추부라고.
한번 온다더니 정말 온 것인가?
너무 반가웠다.
당장 합석을 하자고 했다.

조부장은 휴가 중인지 처와 함께 왔다.
제주에서 낚시로 직접 잡은 것이라며
아이스박스에 갈치를 담아왔다.
또 회까지 떠서 따로 가져와
갑자기 술상이 푸짐해졌다.

집에 함께 와서 술을 더 마신것 같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난다.
또 필름이 끊긴 것이다.
아내 눈치를 보니 그래도 실수는 안 한 것 같다.
그동안 술을 자주, 거의 매일 마셨지만
이렇게 취한 적이 별로 없는데
어젠 정말 기분이 좋았나보다.

조 부장은 (아니 이젠 조 대표다.
그는 인터넷 전문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떠났다.
점심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내가 일이 있어 아내만 함께 했다.
술도 더 먹고 함께 재미있는 일도 해야 했는데....
몹시 섭섭하다.

헤어진지 오래고
사는 곳도 멀리 떨어졌건만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주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

나도 이렇게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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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창동 2019/08/25 17:5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ㅎㅎ

    오랫만에 얼굴을 마주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집도 예쁘게 잘 꾸미고 사시는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되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시 뵙는 날까지 항상 화이팅입니다요. ^^

    고추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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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

영농일기 2019/08/10 09:16
어제 건조기를 샀다.
뭐 건조할 게 있다고....
사나 마나 고민했는데
사고 나니 홀가분하다.

농사를 그만 두면 몰라도
내년에도 농사를 짓는다면
고추밖에 더 있을까?
그렇다면 건조기 마련을 미룰 이유가 없다.

또, 농촌에 살려면
건조기는 필수 인 것 같더라.
귀농 현장교육 때 가본 집 마다
건조기 없는 집이 별로 없었다.

건조기도 종류가 다양하다.
한일, 신일, 경동 등 대기업 제품도 있고
농기계 전문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도 있다.
나는 무명 벤처기업 제품을 골랐다.
농사도 남들 하는대로 안해 애를 먹는데
건조기로 또 속 썩는 건 아닐까?
부디 그런 일은 없기를.

아내에게도 건조기는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건조기를 자주 쓰던데,
이제 무얼, 언제, 얼마나 말리든
빵빵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건조기를 사는 것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 두 개 줄었다.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것인가?
그렇다.
고추농사에 재도전할 것인가?
그러려 한다.

그러나 고추 농사를 지어도
올해처럼 올인하진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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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확

영농일기 2019/08/08 16:09
오늘 처음 고추를 땄다.
휑한 밭에서도
고추는 익더라.
휑해서 더욱
빛깔이 곱고 밝더라.

따다보면
어떤 게 익은 것인지
어떤 게 덜 익은 것인지
헷갈려 마구 딴다.

22kg쯤 될까?
제대로 땃으면 100kg은 됐을 텐데...
200kg은 따야 하는데....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빈손은 아니지?
마음이 제법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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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영농일기 2019/08/06 09:51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들은 벌써부터 붉은 고추를 따고 있다는데
우리 고추들은 이제야 조금씩 익고 있다.
하우스 안인데도 왜 이리 늦을까?

그나마 성한 게 반, 벌레먹은 것이 반이다.
어쩌면 상한 고추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밭에 갈 때마다 벌레 먹은 고추를 한 가득씩 따내니
일을 해도 즐겁지 않다.
밭에 나가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최소 일주일에 1번, 최근엔 2번씩 하는 등
남들보다 방제도 많이 했는데 왜 그럴까?
내가 만든 약제가 효과가 없는 것일까?
매뉴얼대로, 정성들여 만들었는데
본래 효과가 없었던 것인가?
내가 속은 것인가?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자주, 그렇게 많이, 그렇게 정성들여 방제했으면
이렇게 많은 고추가 상할 순 없다.
어린 고추부터 특급 크기의 고추까지,
심지어 수확 직전의 붉은 고추까지 떨어지는 걸 보면
속에서 울화가 끓는다.

벌레들도 참 염치가 없다.
어찌 그리 융단폭격하듯 파먹는가?
농약을 안 쓰면 동네 벌레가 다 몰려 온다더니,
왔으면 적당히나 하시지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유기농 한답시고 고추들 고생만 시키는 거 아니냐고
동생이 나무랐었다.
아니라고, 남들 고추는 겉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농약에 절어 죽지 못해 사는 거라고,
그래서 조금 작고 못생겨도,
벌레에 조금 시달려도
차라리 우리 고추가 낫다고 변명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나도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고추가 갑자기 곯아 떨어지는 것을 보면
거의 예외없이 구멍이 뚫려 있다.
벌레가 속에서 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주인의 쇠고집으로
이렇게 많은 고추를 곯아 떨어지게 하다니...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보이는 잘 익은 고추는
나를 설레게 한다.
빛깔이 너무 예쁘다.
다른집 고추 같이 그냥 빨간 것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것 처럼 강렬하게 붉다.
(혹시 내 눈에만 그런가?}

내년엔 어떡하나.
다시 고추 농사를 지어야 하나?
또 다시 죄나 짓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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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

영농일기 2019/08/03 09:49
요즘 가끔씩 밭에 나가지 않는다.
할 일이 없어도 마치 문안인사나 드리듯
그동안 아침 저녁으로 꼬박 꼬박 밭을 찾았었다.
그러나 이젠 아침, 혹은 저녁은 자주 거른다.
외지에 나가거나 불가피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없던 일이다.

땡땡이가 이런 것일까?
학창시절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히죽 히죽 웃으며 학교를 빼먹던 아이들이
이런 맛에 땡땡이를 쳤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철석같이 믿는 자에게 배신을 때리는 듯한,
어쩌면 스스로를 배신하는 듯한
이 묘한 쾌감.

남들은 사흘에 한번,
어떤 땐 일주일에 한 번밖에 밭에 가지 않는다더라.
그래도 나보다 농사 잘만 짓더라.
그리고
농사 잘 짓는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더라.

그제 용세 성님과 영철씨에게 점심을 샀다.
평소 술 한잔 사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 안 죽었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었다.

풋고추는 잘 팔았느냐고 묻기에
20상자에 10만원밖에 못받았다고 하자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도 잘 받은 거란다.
농사 잘 짓기로 소문난 어느 귀농인은
어제 60상자 내고 7만 2000원 받았단다.

농사 잘 지으면 뭐하나?
한 상자에 달랑 1200원.
상자 값 1000원, 운송비 200 빼면 남는 게 없다.
60상자나 땄으면 인부를 썼을 텐데
그만큼 고스라니 손해를 본 것이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농사 잘 됐다고 웃을 일도,
안 됐다고 울 일도 아니다.
붓다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모두가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요, 그림자라고.

앞으론 하루, 혹은 몇일씩도 빼먹을 작정이다.
그렇다고 농사를 팽개치자는 건 아니다.
일 할 때는 열심히 해도
일에 얽매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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