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3'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6/23 타협

타협

영농일기 2019/06/23 14:04
물 준 효과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진딧물이 생긴 고추나무 전체가 시커멓다.
진딧물이 많이 발생한 고추나무는
따로 약물을 만들어 '융단폭격'을 해왔는데
죽은 시체들로 까맣게 뒤덮인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것들이 있다.
이들은 얼마 뒤면 다시 고추나무를 재점령할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이 싸움을 해야 하나?

융단폭격도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구나.
그런데 앞으론 융단폭격도 어렵다.
나무들이 훌쩍 자라
키가 이미 내 가슴까지 닿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뿐 아니라
약물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아진다.

결국 화학농약을 쓸 수밖에 없나?
아니, 화학농약도 마찬가지다.
그냥 뿌려서는 역시 일시적 효과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많이 배우고 있는 '51년 농부'는
진딧물 약은 반드시 멀칭 전 토양에 뿌려야 한다더니,
만일 그렇게 안했다면 나중에라도 꼭 땅에 묻으라더니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진딧물을 잡으려면 그 방법밖엔 없는 것이다.

작년에도 경험했지만
천연농약은 병충해 발생 이후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사전예방, 혹은 초기단계에서만 유효하다.
사실 실질 약효도 조금 의심스럽다.
이번 약물은 작년보다 훨씬 정성들여 만들었건만
진딧물과 벌레에 직접 살포해보니
어지간해선 살충 효과가 없더라.
천연약물 약효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지만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시험삼아 약물을 뿌려본 벌레는
시간이 가도 잘도 도망 가더라.
이번에도 내가 약물을 잘 못 만든 것일까?

일단 진딧물약은 지금이라도 땅에 묻기로 했다.
진딧물 잡는데만 신경 쓰다간
농사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마철도 다가오는데
이제 진딧물 따위가 아닌,
진짜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이로써 완전 유기농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더 이상 화학농약을 쓰는 일은 없기를.

top

Trackback Address :: http://www.eltalk.net/trackback/873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