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한다, 조선일보

시사 2019/02/13 16:15
조선일보가 연 이틀
라디오와 지상파의 여당 편향이 심각하다고
대서특필했다.
근거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조사 결과.

서울대씩이나 되는 곳의 연구라니
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조사 연구를 발주한 곳이
바로 조선일보란다.
자기들이 돈 들여 의뢰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왜 밝히지 않고 보도했을까?

낌새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서울대가 발끈했다.
시비를 걸려면 연구 내용을 두고 걸어야지
왜 누가 발주했느냐를 가지고 따지냔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왜 조선일보는
지금에서야 그런 조사를 의뢰한 것일까?

언론보도가 편향적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야당 편향,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당 편향의 왜곡 보도가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문제를 삼는 것일까?

또, 왜 신문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을까?
방송도 문제지만 신문,
그 중에서도 이른바 전통 보수지라는 3대 신문의 편향은
편향을 넘어 횡포에 가까왔다.
그런데 왜 자신들은 조사 대상에서 뺐을까?

조사 내용을 보면
현 정부에서 방송의 여당 편향이
이명박 박근혜 시대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편향에 대한 개념 정의나 설명이 없다.
도대체 어떤 게 편향인가?
옳은 걸 옳다 하고, 그른 걸 긇다 하는 것도 편향일까?

현정부 들어 여당 편향이 심해졌다는 것은
방송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충성을 하고 있다기보다
야당의 공격에 대해 덜 우호적이라는 말 같다.
그런데 만일 야당의 공격이 부당하거나 적절치 못하다면
이건 당연한 일 아닐까?

이명박근혜 정부때는 아무리 정부 편을 들어주려 해도 잘 하는게 별로 없었다.
그러니 조선일보 등 보수 신문은 여당 비호보단 야당 공격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지도 많이 변했다.
여전히 비판 아닌 비난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선 빈도가 훨씬 줄었다.
이들도 시대변화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만 유독 더욱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과거의 논리를 뒤집고, 심지어 오보를 내면서까지
공격에 혈안이다.

과거엔 조선일보가 좌로 가라 하면
다른 신문 방송이 모두 좌로 갔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좌로 가자 해도
아무도 따라가지 않는다.
그게 조선일보를 더 화나게 했을까?
논조에 비분강개가 역력하다.

조선일보는 이제 자기들만이
외롭게 언론의 정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조사의 책임 교수는
학계에서는 소문난 자유한국당 지지자란다.
박근혜 정부때는 정부 추천 방통심의의윈을 지냈단다.
현재 조선일보에 칼럼도 쓰고 있단다.

조선일보, 참 수고가 많다.
그러나 자신들의 '외로운 정도'가
실은 '왕따의 길'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여하튼 계속 수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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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영농일기 2019/02/11 10:27
이상하다.
닷새째 간헐단식을 하고 있는데
(두번은 종일, 세번은 16시간)
전혀 배가 고프지 않다.
살아나는 듯 하던 식욕도 도로 사라졌다.
왜 이럴까?
내 몸에 정말 무슨 이상이 생긴걸까?
그저 술만 당긴다.

봄이 오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땅은 녹지 않았지만
우수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봄이 오는데,
농사철이 다가 오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설을 쇠고 내려온 뒤부터
마음이 조급하다.
벌써 몇번이나 농장에 나가
이리저리 둘러만 보다가
하릴없이 돌아온다.

영철씨에게
언제 밭을 갈아줄거냐고 묻자
땅이 완전 녹아야 한단다.
나는 당장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냥 기다리란다.
싱숭생숭한 마음
한잔 술로 달랜다.

술 속엔 노동이 있다.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면
술이 말한다.

"야, 뭐해?
빨리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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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단식

2019/02/11 10:26
구정에 집에 다녀온 뒤
체중이 다시 2kg이 늘었다.
작년 추석에 다녀와서 2kg이 늘었는데
이제 원래 체중 64kg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몸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지난 여름 농사를 시작한 이후
나도 모르게 식욕이 사라졌다.
뱃가죽이 등에 붙을만큼 배가 고파도
밥맛이 없고
굳이 뭘 먹고싶지도 않았다.

평생 밥만은 잘 먹었는데,
어머니께서 내 밥 먹는 모습이 참 좋다고,
아주 맛있게 먹는다고 흐뭇해 하셨는데
농사 짓는 동안 밥 생각은 없고
술만 엄청 땡겼다.
그런데도 컨디션은 좋았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확신할 만큼.

그런데 남들이 너무 말랐다고 놀라더라.
실제로도 체중이 4, 5kg이나 준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 걱정하는 소리가 싫어서
억지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되는대로, 마구 먹었다.
덕분에 이제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늘 속이 편치 않다.
정신도 맑지 않고
특히 최근 한달간은
입안이 늘 식초를 머금고 있는듯 아렸다.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체중은 유지하면서도
몸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간헐단식을 해보기로 했다.
간헐단식은 본래 다이어트가 목적이지만
체중 감량 외에 체지방 감소 등 많은 효용이 있다고 한다.
나는 체중은 유지하면서 체지방이 줄도록
많이 먹되 먹는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설을 쇠고 금산에 내려온 뒤
토요일 하루 단식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엔 16시간 단식.
이것만으로도 벌써 몸이 좋아진 것 같다.
입속의 신 맛도 훨씬 덜하고
속도 조금 편해졌다.

앞으로도 18대6, 혹은 5대2 단식을
그때 그때 사정에 맞게 해보자.
기준은 배고픔.
아침은 10시, 저녁은 오후 6시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배가 고프면 마구마구 먹되
16시간, 혹은 종일 단식을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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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과 나의 아버지

한담 2019/01/29 09:01
요즘 '스카이 캐슬' 이라는 드라마가 온통 화제다.
자식을 세상의 피라미드 정점에 앉히려는
일부 상류층의 맹목적인 교육열과
그 자녀들의 고통을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
유명의사 부인인 곽미영과 법대 교수 차민혁이 주목을 끈다.
이들의 욕망 혹은 자식 사랑(?)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다른 인물들도 뛰어난 연기로 재미를 더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사실상 군더더기다.
우주네 식구는 모범가족으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기둥이지만
내 눈에는 참 재수없다.

시청자들의 비난과 한탄은
당연히 곽미영, 그리고 차민혁에게 쏟아진다.
나 역시 그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도 이젠 꼰대인 걸까?
그들이 마냥 밉지는 않다.

아빠도 사람이야? 라고 대드는 딸,
엄마와 합세해 아빠를 집 밖으로 내치는 아들들을 보면
나는 오히려 이들이 자식들보다 더 불쌍하고 가엾다.
방식은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건 진심 아닌가?
하긴 강준상의 어머니처럼
자식의 출세를 허영의 도구로 삼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며
조금씩은 차민혁이며 곽미영일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기를 바라시고
이를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
하지만 드라마 처럼 나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나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여러가지로 자극을 주셨다.

초등학교 몇학년 때였더라?
새벽에 아버지께서 나를 깨우셨다.
한 번도 나를 밭에 데려가신 적이 없는데
그날은 새벽부터 밭에 가시잔다.

아직 안개가 자욱한 길을 따라 밭으로 갔다.
콩을 뽑으란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콩을 뽑자니 손이 너무 시렸다.
한 고랑을 다 뽑도록 구경만 하시던 아버지가
이젠 철사줄로 그 콩을 묶으란다.
그리고 그걸 지고 가잔다.
무거운 콩짐을 지고 가니 휘청휘청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가 찢어질듯 아팠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난리가 났다.
하필이면 얘 생일 때 이러느냐며
연신 아버지에게 지청구를 주며
얼른 밥 먹어라, 밥 먹고 학교 가라
안타까워 어쩔줄을 모르셨다,

나중에 아버님이 그러셨다.
공부하는 게 힘든지, 일하는 게 힘든지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일을 너무 잘 하더라.
공부하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았다.

그 뒤 아버지는 정말 나에게 공부하란 말을 한 번도 안 하셨다,
사실 그날 나는
모처럼 함께 일하러 가자는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 한 것이었는데....

자식이 형보다는 못해도 부모보다는 나아야
집안이 번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의 나는
아버지 어머니에 비해 너무 못났다.
너무 죄송하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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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일상 속에서 2019/01/22 14:37
새해도 1월이 벌써 다 가고 있다.
나는 농사철도 아닌데, 할 일도 없이
이곳에 내려와 있다.
지금 나는 공연히
시간만 죽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전시해설사로 알바겸 봉사활동을 하고
올 농사 계획도 짜고 있다.
농사 계획이야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서울에서 짜도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현장에 있어야 현실감도 있다.

그래도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올 봄은 나의 인생 2막(혹은 3막)에
아주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내가 드디어 농촌 정착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많은 문제들이
거의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문제도 진전이 없다.
시간은 자꾸 가고,
정말 마음이 조급하다.

시름을 달래려
금강경 강의 책을 다시 읽다보니
이런 시가 나온다.

꽃잎이 떨어져 물은 붉게 흐르는데
일 없이 근심만 쌓이니
말 없이 동풍을 탓해본다.

인간은 하는 일 없이 한가로운데도 근심하고
탓할 것이 없으면 동풍이라도 탓한다는 것이다.
붓다는 그래서 사는 것 자체가 고라 했던가?

한시도 머물지 않고
걱정과 불안에 휘둘리는 마음.
선사들은 우리에게 거울같이 살라 한다.
사물이 다가오면 있는 그대로 응하고
지나가면 흔적을 남기지 말라.

오늘도 그리 살려 애쓰지만
마음엔 여전히
구름이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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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상 속에서 2019/01/01 16:27
.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해가 밝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남산에 올랐다.

새해 해돋이를 보러 나간것은
나에겐 매우 드문 일이다.
아마도 20여년 전 강릉에 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올해는 혼자 생각할 것이 많았으나
모처럼 새해를 앞두고 함께 내려온 아내에게
해돋이 구경이라도 시켜주고 싶었다.

올해는 시골로 완전 이주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 서울에 올라가
아내와 상의를 끝냈다.
아내는 군말 없이 시골행에 동의했다.
본래는 단촐하나 멋지고 편한 집을 지은 뒤
아내를 불러올 생각이었으나
당장 집을 짓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단 이사부터 하기로 했다.

불행히도 구름에 가려
해돋이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하산 길
해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황홀하도록 강렬한 햇살.
절로 환호성이 터졌다.

아내는 저 빛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나 많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올해.
그 숙제들을 다 풀고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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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교훈

한담 2018/12/30 16:58
12/27
오늘 앞니 치료를 받았다.
쌀알 반톨 만큼 떨어져 나간 곳을 메웠는데
15만원 이란다.
이른바 레진 치료.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닌데
무게로 보면 다이아몬드 가격?
앞니에 다이아몬드를 붙이고 다니는 격이다.

이제 거울을 볼 때마다
다이아몬드처럼 귀히 마음에 새길 일이다.
결코 오만하지 말라.
아무것도 내세우지 말라.
인간의 모든 상, 모든 분별은 허망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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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

일상 속에서 2018/12/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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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26년.
노조 동지로서 함께 했던 때가 벌써 26년이란다.
이제 회사에 남은 사람은 이들 중 현미가 유일하다.
회사를 박차고 나갔던 사람들
억수로 고생하더니,
겨우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벌써 또 떠날 때들을 맞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시퍼렇던 우리의 청춘도
무려 26년이 지난 것이다.
그러나 어쨋든 모두들 잘 살아 남았다.
그래서 이런 만남도 있지 않겠는가?
나는 시골에 내려와 앞으로 참여가 쉽지 않겠지만
모두들 자주 만나는,
즐거운 모임이 되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난기의 친구들.
내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만난 사람들이다.
귀양살이 처럼 온 사람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들은 나에게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없이
그저 큰 위로와 힘이 돼주었다.
이젠 연락도 거의 없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두번은 함께 술을 마신다.
마시면 꼭 꼭지가 돈다.
오늘도 모두들 무사히 귀가했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언 50년?
초딩 친구들이니 햇수로만 보면 60년지기다.
그러나 우리가 본격적인 모임을 가진 것이 1972년이니
올해로 46년인가?
본래 11명이었으나 유명을 달리한 친구도 있고
나올 사정이 안되는 친구도 있다.
그 대신 새로운 친구 둘이 생겼다.
만나도 항상 무덤덤한,
매사에 조심할 필요가 없는,
가장 편안한 모임이다.

여보게 친구,
기분이 알딸딸 하신가?
그럼 그냥 실수를 하시게나.
여기 아니면 어디서 마음놓고 실수를 할 수 있겠는가?

올해는 망년회가 잦다.
보통 2,3번에 몰아서 망년회를 하는데
올해는 7번 정도를 한 것 같다.
그만큼 모임이 다양해진 건가?

아니다.
예전엔 안 가던 망년회도 가기 때문이다.
예전엔 내 좋아서 망년회를 했는데
요즘엔 남 좋으라고 망년회를 간다.
이제 시골로 완전 이사를 하면
망년회 갈 일도 별로 없겠지?
어쩌면 그래서 내가 열심히 망년회에 참석했는지도 모르겠다.

내년엔 아내도 이곳 시골로 이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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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이

한담 2018/12/01 16:21
오늘은 8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고
실컷 게으름을 부렸다.
시골에 내려온 뒤 늘 아침 6시,
여름엔 새벽 4시면 일어났다.
그 시간에 꼭히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농부라면 의당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올 농사가 끝난 뒤에도
이런 습관은 계속됐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왜 이래야 하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할 일이 없으면
해가 중천에 뜨도록 뭉그적거려도 되지 않을까?

오늘은 종일 아무 것도 안했다.
오전엔 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TV앞에 계속 멍하니 있다보니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다.
이게 사는 건가?

앞으로도 할 일이 없어 계속 이래야 한다면
정말 못 살 것 같다.
시골에 내려온 건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지금은 이래도
봄이 오면 할 일이 있으니.

그러나 이 겨울은 어떻게 보내나?
사실 쉬는 것도 일이다.
쉬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 마음이 불안해 지는 것은
내가 너무 오래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자.
감방에 갇힌 수인 처럼
아무 생각없이 자자.
때가 되면 내 몸이
나를 다시 밖으로 부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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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2018/11/28 16:54
177 !
이번에 재본 혈당 수치다.
아내가 건강검진 받으라 하두 성화를 해서
사흘 전 몇년만에 병원에 갔다.
시골병원이어서 그런지 혈액검사 결과가 금방 나왔다.
그런데 혈당 수치가 177이란다.

당뇨 전단계라고 경고를 받은지 30년에 가깝지만
그동안 한번도 125(126부터가 당뇨)를 넘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시골에 내려온 뒤 어느때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은근히 100이하까지 기대했었다.
그런데 무려 177이라니!

절대로 이럴 수가 없다고 의사에게 항의(?)하니
검사 기록이 그렇게 나왔는데
기계가 거짓말 하겠느냔다.
그러나 혈당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를 두고 보잔다.

오늘 다시 병원에 갔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6.6.
6~6.5가 정상이니 약간 높긴 하단다.
그러나 당장 약을 먹을 단계는 아니라며
일단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보란다.

오늘 의사를 만나기 전 재본 식후혈당은
125였다.
식후혈당도 125인데 어째서 공복혈당이 177이나 나왔을까?
혹시 그날 아침에 마신 냉수 한 컵이 화근이었을까?

어쨌든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먹는 것을 조심해야겠다.
그동안 먹는 것에 너무 무절제했다.

지금도 저녁이면 꼭 술이다.
일 끝난 뒤 한 잔이 습관이 됐는지
이젠 일이 없어도 참을 수 없게 술이 당긴다.
밖에서 돌아와 옷을 갈아 입으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내가
다시 옷을 바꿔입고 술을 사러 나간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여름엔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정말 무지막지 먹어댔다.
농장 냉장고에 무더기로 사다 놓고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먹었다.
나중엔 스스로도, 이러다 당뇨병에 걸리지?
단 것 피한다며 비스킷과 과자를 사다 먹었다.
그러면서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일하는 것이 운동이지, 따로 운동할 필요 있나 싶었다.

안되겠다.
혈당 상승이 일시적이든 아니든
그건 몸의 경고다.
내 몸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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