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영농일기 2019/04/25 16:50
드디어 오늘 고추 모종 399포기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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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하면 6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내와 누이동생이 도와 3시간도 안돼 끝났다.

오래 벼르던 일을 해치워 마음이 홀가분하다.
하지만 한 구석엔 찜찜한 부분이 있다.
오늘 심은 게 제대로 심은 것일까?

본래는 땅을 파서 모종을 심고 흙으로 덮은 뒤
물을 준 다음 꺼진 부분을 다시 흙으로 채워줄 계획이었다.
그래야 뿌리가 쉽게 정착하는 것으로 배웠다.
주는 물도 그냥 물이 아니라 미생물 배양액을,
심을 때도 뿌리를 잘라 펴서 심을 계획이었다.
모두가 뿌리 활착을 촉진키 위한 것이다.
이러러면 아무래도 혼자로선 힘들 것 같아
은근히 아내가 와주기를 바랐었다.

그런데 육묘상이 와서 보더니
흙이 습기가 많다며 오늘 물을 주지 말란다.
또 멀칭 매트가 너무 질겨 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모종판에서 뽑아 그대로 심고 물도 주지 못했다.
그동안 수십번이나 머리 속으로 연습한 나의 모종심기는
허망하게 무용지물이 됐다.
일은 빨리 끝나 좋았지만
뭔가 아쉽고 찜찜하다.
제대로 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

내가 하도 걱정을 하니까
누이 동생이 하는 말,
"오빠, 식물들은 생명력이 질겨.
마른 땅에도 꽂아만 놓으면 대부분 살아."

그럴까?
정말 그럴까?
그래야지.
그렇다니 믿을 수 밖에.

오늘 심은 고추 399포기는
직업적 농사로는 아주 적은 양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작년의 농사 실험에 이은
본격 농사 도전이다.
오늘의 결과가
앞으로의 내 길을 결정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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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한담 2019/04/21 08:42
큰 처남 딸의 혼사가 있어 서울에 갔다 왔다.
내가 서울에 간다니 친구들이 때맞춰 자리를 마련해
모처럼 젊은 시절로 돌아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그런데 어쩌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정치 얘기 안 한지 오래 됐는데...

정치적 논쟁엔 항상 답이 없었다.
모두가 자신이 듣고싶은 것만 듣고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며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할뿐이었다.

인간은 본래 그렇다는 것을,
정치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서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모든 동전엔 양면이 있음을 단순한 이해를 넘어 체득하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나의 의지가 터무니 없음을 깨닫고는
정치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피했다.

그런데 시골에 오니,
그리고 나이가 들다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가 노인이더라.
그래서 그런지 하는 이야기들이 온통 보수 꼴통이다.
게다가 들어보면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엮은 가짜뉴스다.
이들은 다른 쪽 이야기는 들어볼 생각도 없이
자기들끼리 정보를 나누며 비분강개, 적개심을 키워간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을 뿐이다.

서울친구들은 나름 배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비교적 객관적이다.
의견이 달라도 끝까지 자기 주장을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싸워봤자 결판이 안 난다는 것을 아니
알았어, 너는 그렇게 살아, 하고 마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는 정치 애기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세상,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구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왜 갑자기 내 생각을 물은 것일까?

아마도 현 정부가 최근 많은 욕을 먹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야당은 정권 규탄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내가 변함없이 현 정권을 지지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문재인 정권, 나도 걱정이 된다.
처음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북문제가 삐걱대고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장차관에 이어 대법원 인사까지 잡음이 심하자
내심 편치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소한 것을 침소봉대하거나 왜곡하여
문정부 헐뜯기에만 급급하다.
정부가 태극기 하나 잘못 매달면
금방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가?
비판 방식도 어찌 그리 천박한가?
이러한 야당을 상대하려면 어느 정도의 욕을 먹는 건 불가피하다.
아니, 아예 무시하는게 좋다.
그 대신 결과로 심판받으면 된다.

정작 중요한 건 다른데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이대로 가도 이뤄질까?
현 정부 경제정책은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걸까?
나도 점점 의심스러워진다.
그런데도 말을 하다 보니
현 정부 두둔하기에만 정신이 없었다.
바보 같으니...
후회스럽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그러나 아무 대안도 없이
사사건건 정부 헐뜯기에만 매달리는
야당과 보수언론 편을 들순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없이 살려 해도
세상은 피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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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일상 속에서 2019/04/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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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서둘렀나?
고추 심을 준비를 마친지 벌써 여러 날이다.
막상 밭을 다 만들어놓고 보니
모종 심을 날만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다.

그동안 미생물도 4차례나 주었다.
멀칭을 살짝 들춰보니
이랑에 곰팡이가 하얗게 슬었더라.
그만큼 땅이 좋아진 거?
글쎄....
미생물을 제대로 배양하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참, 올해 농사 작물은 고추로 결정했다.
깻잎은 결국 안 하기로 했다.
남자가 짓는 농사론 부적절하고
경제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창 값이 비쌀 요즘 한 박스에 1만원도 안 된다니
안 하기 잘 한 것 같다.

이곳에 내려올 때
깻잎은 무조건 한 번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고추를 심기로 했었다.
또 장기적으론 대추가 어떨까 생각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기로 했지만
갈수록 힘이 달릴 테니 대추농사가 대안일듯 싶었다.
올해 고추 농사를 지어보고,
농사 계획을 확정할 생각이다.
천황대추는 시험삼아 5그루를 심었다.

이사 계획도 확정됐다.
아내를 위해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두배 넓은 집을
대출을 받아 샀다.
지금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가능한 한 아내 마음에 들게 하려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즐거운 일이다.

올해 해결해야 할 일이 8건이나 있었다.
특히 이사를 하려면 6가지가 거의 동시에 풀려야 했다.
그것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런데 이제 거의 모두 해결됐다.
필요한 순간에 신기하게도 문제가 해결된다.
신이 나와 함께 하고 계신 것일까?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이들은 모두 20일 이후에 몰려있다.
일도 때가 있다.
때를 기다리는 것도 또한 일이다.
그리고 모든 기다림은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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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일을 하루에 하다

영농일기 2019/03/17 18:11
1단계 밭 만들기가 끝났다.
2주 전부터 작목반장을 구슬러
트랙터로 두번째 로타리를 친 뒤
다음 날 영철씨를 다그쳐
바로 고랑도 냈다.

오늘은 이랑과 고랑을 정리하고자 했으나
때마침 내려온 아내와 동생이
자기들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 다 하라
어찌나 성화, 혹은 응원을 하는지
최소 사흘, 세번에 걸쳐 하려던 일을
오늘 다 했다.

먼저 이랑을 다듬고
하우스 주변 수로를 정비했으며
두둑에 점적호스를 깔았다.

수로 정비와 점적호스 설치는
머릿 속으로 수십번 궁리했던 일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모두 해치웠다.

이제 미생물을 길러 주 단위로 주입하면서
잡초매트로 멀칭을 하고
고추 심을 준비만 하면 된다.

일을 마치니 너무 기분이 좋다.
그동안 속으로 무척 쫓겼는데
이제야 마음이 좀 느긋해진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급하게 했으니
다시 손 봐야 할 것도 많겠지.
그러나 그건 그때 가서 하면 그만이다.

이런 날,
아들이 보내준 술
어이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분 좋게 또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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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담 2019/03/15 20:19
아들이 막걸리를 한 박스 보내왔다.
전통술 명인이 빚었다는 생막걸리.

한잔 따라 마셔보니
에게게..! 이게 웬 명품?
싱겁고 떨떠름하기만 하다.

달달한 장수 막걸리에 길들여져서인가?
영 맛이 아니다.
아들이 보내줘 기대가 컸는데
살짝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혹시 덜 익었나?

그러나 자꾸 마시다 보니
이건 또 뭰 일?
담백하고, 순수하고....
맛이 기막히다.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고
먹을수록 되레 당기는 이 맛.
뒤끝도 깨끗하다.

그러나 술맛보다 더 흡족한 건
아비를 생각해준 아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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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

영농일기 2019/03/13 21:20
오늘 두번째 막일을 했다.
시골에 내려와 막일을 안 해본 것은 아니나
그것은 일종의 품앗이, 혹은 봉사였고
이렇게 돈을 받기로 하고 일을 한 것은
이틀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귀농을 한 사람들은
은퇴자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막일을 한다.
농사로는 당장 생계가 안되니
품삯으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귀농을 해놓고
농사보다 막일에 더 빠져든 사람도 있다.
차라리 돈 벌기가 더 쉽고 마음도 편하다는 것이다.

나는 생계와는 무관하지만
막일을 하려고 나름 신경을 써왔다.
앞으로 몸으로 살겠다 작정했으니
막일도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았다.
또 막일을 해야 이곳 사람들과 친해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일을 주지 않더라.
남들보다 덜 줘도, 아니 반만 줘도 좋다고 했지만
나에게 일을 해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귀농인들은 자기들끼리 팀을 이뤄 자주 일을 나갔지만
나는 끼워주지 않았다.
막일을 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함께 해봐야 도움은 커녕 되레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이를 용세 성님께 자주 불평했더니
엊그제 자기 농장에 와서 일을 해보겠느냐 물었다.
불감청 고소원.
품삯은 반만 줘도, 돈 값을 못한 것 같으면 아예 안 줘도 된다며
혼자 신이 나서 휘파람 불며 일을 나갔다.

그런데 참 힘 들더라.
미리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육체노동이라는 것이 운동하고는 역시 다르더라.
무엇보다, 돈을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자
꾀를 피우면 안된다 싶고
그래서 공연히 힘이 더 들었다.
허물없이 지내던 용세 성님도 괜히 눈치가 보였다.

그렇구나.
개도 밥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알고 비위를 맞추려 애쓴다더니
돈받고 일하려니
돈 주는 사람 눈치가 보이는구나.

내 평생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제법 용감한 척, 누구 앞에서도 할 말 못 한 적 없다.
하지만 내심으론 늘상 신경이 쓰이더라.
사장에게 찍혀 짤리면 어쩌나 불안하고
불안해 하는 그런 내가 또 역겨워 죽겠더라.

사실 모든 고용관계는 평등한 것이다.
고용자도, 피고용자도 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고
그러니 서로 필요한 부분을 주고 받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고용자가 부당한 충성을 요구하거나
피고용자가 과도한 기대를 가지면
둘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개와 주인의 관계로 바뀌는 것이다.

내가 순탄치 못한 직장생활을 한 것은
고용인의 충성 요구는 거절하면서
고용인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그 기대를 미련없이 접었더라면
역시 출세는 못 했겠지만
훨씬 당당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첫날 일을 하고 오니
온 몸이 온통 뻐근하고 아팠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몸을 뒤척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평소 운동을 해온 덕분인지
다음날 아침엔 거뜬했다.

오늘은 첫날보단 훨씬 수월했다.
눈치도 훨씬 덜 보인다.
그러나 역시 자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쩌다 한번은 몰라도
밥 먹자고 할 짓은 못 되는구나.

아무리 막일이 귀농생활에 도움이 돼도
몸과 마음이 불편하면 하지 않겠다.
이 나이에 그리 무리할 것 있는가?
막일도 일단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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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알러지

2019/03/09 19:20
입 속의 이상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아린 것도 아니고, 시린 것도 아니고,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는 불편한 증상이
여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깨진 치아에 레진 치료를 받을 무렵부터인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엔 치료가 잘못돼 이나 잇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했다.
그렿다면 꽤 시간이 지난 지금쯤은
눈에 보이게 악화돼야 맞지 않는가?
그러나 그다지 증상이 심해진 건 아니다.

그러면 신경이 예민해서 몸의 균형이 깨진 탓인가?
명상 등 나름대로 개선 방법을 찾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가자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무슨 병원으로 가야 하지?
치과? 내과? 신경과?

막상 병원에 가보려 하자
불안이 갑작스레 깊어졌다.
이때 문득 든 생각.
혹시 계피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가만 생각하니
계피를 달여 먹은 것도 두달 가까이 됐다.

나는 본래 소양인 체질이다.
손 발이 뜨거워서 꼭 발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잤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손발이 차가와졌고
최근엔 마치 얼음장같이 돼버렸다.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도 떨어진다는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혹시 찬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 아닐까?
젊은시절부터 건강을 위해
이른바 '육각수'를 마셔왔다.
한때 기적의 물이라며 유행했던 섭씨 4도의 물.
'기상 후 냉수 한잔'을 시작으로
종일 틈틈이 이 물을 마셨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상쾌하던 물맛이 사라졌다.
그게 악영향의 신호였던 건 아닐까?

의심이 들면서 찬물을 멀리했다.
아침엔 이른바 음양탕을 마셨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크게 좋아진 건 아니다.
그러다 계피가 몸을 덥히는데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생강을 곁들이면 효과가 배가되고
꿀을 타면 완전 기적의 약이 된다고.
그래서 계피와 생강을 함께 달이고 꿀을 섞어 마신지
벌써 두달이 가깝다.
그런데 혹시 계피가 내 몸엔 안 맞는 거 아닐까?

'계피의 부작용'이라는 키워드로
부지런히 인터넷을 뒤져보니
맙소사, 있다!
계피엔 쿠마린이라는 성분의 독성이 있어
과용할 경우 입과 입술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고.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입속이 불편했구나.

그런 걸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고민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내가 가소로와 마구 웃음이 났다.
사실을 알자 불편한 증상도 즉시 사라졌다.
간사한게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사람의 몸 또한 간사하구나.

어쨌든 고민 하나가 해결됐다.
아무리 좋은 계피차라도
앞으론 적당히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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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영농일기 2019/03/07 16:45
올 농사가 본격 시작됐다.
어제 관정을 복구하고 관수 시설을 점검했다.
오늘은 퇴비 56포를 뿌리고
미생물 20리터를 물 4톤과 함께 살포했다.
퇴비는 본래 40포를 쓸 생각이었는데
골고루 뿌리려다 보니 무려 16포가 늘었다.
한 포면 충분하다는 괴력(?)의 화학비료가 아니니
이 정도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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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힘좀 썼다.

농사철이 오면서
거의 일주일째 잠을 못 자고 있다.
신경이 예민해서인가?
작년엔 하는 일 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그저 남이 시키는대로 따라하기 바빴다.
올해는 작년에 해본 일을 혼자 하면서
이게 될까, 이게 맞을까
미리부터 온갖 생각에 시달린다.

몇십년째 아침마다 명상을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하나를 마음대로 못 한다.
하긴,마음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중국의 한 현자는
삶의 바다엔 늘 바람이 부는데
좌선을 한다고 어찌 파랑이 일지 않겠는가 묻더라.
그에 따르면 진실한 무심이란
잡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온갖 생각에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일어나는 생각들을 무시하려 애쓰지만
눈은 되레 초롱초롱
오늘도 잠을 이룰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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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온다

일상 속에서 2019/03/04 14:54
아내의 귀농 준비가 본격 시작됐다.
그동안 해오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이제 이사 준비에 들어갔다.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지만
이제 돌아갈 길은 없다.

이렇게 결심을 해준 아내가
나로선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부담도 그만큼 크다.
과연 아내가 이곳에서 행복할까?

아내의 귀촌은 엄청난 모험이다.
여자에게 가장 큰 모험은 결혼이겠지만
그땐 가족이나 친구가 모두 같은 서울 안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혈혈 단신,
가족과 친구는 물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오로지 나만 보고 온다.
나이들어 결혼보다도 더 큰 모험을 하는 것이다.
어찌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내 뜻에 기꺼이 따라준 아내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처음엔 작지만 멋진 집을 지어 데려올 생각이었다.
집 지을 곳도 이미 마련했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전원주택이 보기엔 좋지만
살기에도 그렇게 좋을까?

무엇보다
작년 봄 외딴 농막에서 몇달을 살아보니
사람이 너무 그립더라.
나중엔 도둑놈이라도 좋으니
이웃에 누가 살았으면 싶더라.
그래서 땅도 금산의 명산 진악산 밑 동네에 마련했다.
그러나 아내는 의외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이왕 시골에 오면 시골다운 곳에 살고싶단다.
아직 시골에 직접 살아보지 않아 그러겠지.
그러니 더더욱 집 짓기를 서두를 수 없었다.

그가 당장 머물 곳은 아주 오래된 연립주택이다.
1970년 국내 유일, 최초의 위성통신국이 들어서면서
직원들의 숙소로 지어진 곳이다.
금산에서는 첫 아파트인 셈이다.
농장과 가까워 일하기가 좋고
읍내와도 자동차로 불과 5분이내 거리다.
무엇보다 앞 뒤로 빈땅이 들판처럼 널직해
시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바로 옆엔 10리나 뻗어있는 멋진 산책길이 있다.
집은 좀 후져도
아파트의 편리함과 시골의 넉넉함을(내 생각에)
함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역시 아내에게 미안하다.

나이들어 아내와 무려 8년을 떨어져 살았다.
떨어져 살면서 아내를 다시 보게 됐고
늘 안스러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이제 다시 함께 살게 되면
우린 또 어떻게 변할까?

함께 살다 보면 소리도 나겠지.
가끔은 싸움도 하겠지.
그러나 결국 행복해야 하리라.
우린 우리의 인생을
다시 새롭게 써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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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영농일기 2019/02/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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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가 왔다.
풍림에서 나온 '우리 개구리'
돈분 30, 계분 20, 수피 40, 톱밥 5, 버섯폐배지 5%로 구성됐다.
동생 지인이 공장에서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권한 퇴비다.
우리 밭은 물빠짐이 좋지 않아
수피가 많이 든 이 퇴비가 좋을 것 같다.

토양분석 결과도 나왔다.
대부분 적정선인데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고
인산이 너무 적단다.

농기센터에서 권한 시비 내용을 보니
실제 농사꾼들이 권한 것과 너무 다르다.
직원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니
결국은 본인이 결정할 수 밖에 없단다.
자기들 권고를 고집했다가
나중에 결과가 나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냥 내가 생각했던대로 하기로 했다.
퇴비는 40포, 800kg을 뿌리리라.
고토석회는 1포반을 뿌리라지만
오늘 2포 반을 뿌렸다.
본래 3포를 뿌릴 예정이었는데
칼슘과 마그네슘이 너무 많다니 약간 줄인 것이다.
농기센터에서 권한 화학비료는 모두 무시하고
유기질 비료를 따로 6포를 뿌릴 것이다.

고토석회를 뿌린 2주 뒤,
다음달 10일경 퇴비를 뿌려야 한다.
그때까진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영철씨가 로타리를 쳐주고 물꼬를 내주면
주변 정리라도 미리 할 수 있는데....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느긋하게 가자.
느리게 살기 위해 이곳에 온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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