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그리고 진중권이라는 자

시사 2019/12/27 11:43
오늘 새벽 조국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4개월이나 수사하고도
가족관계가 아닌 엉뚱한 사건, 감찰 무마 사건으로
몇 일 전에야 영장을 쳤다.
한 마디로, 해도 해도 안되니 별건 수사로 잡아넣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영장 조차 기각된 것이다.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면서도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3가지다.
첫째,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고
둘째, 부인이 구속돼있으며
셋째, 범죄의 중대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 판결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
보수측은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는 점, 특히 '죄질이 안좋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법원의 기각 처리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진보측은 어쨌든 영장이 기각된 점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나무란다.
그러나 일부에서도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의 중대성이다.
비록 죄질이 나쁘긴 해도 구속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검찰이 별것도 아닌 일로 난장을 친 것이다.

딸의 표창창 문제 등 가족관계 재판은 또 어떻게 될까?
이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소한 잘못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온 나라가 시끄러울 일은 아니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검찰은 곰 등허리에 붙은 진딧물 한 마리를 구실로
총칼, 아니 대포 탱크 미사일까지 동원해 곰을 사냥했다.
자한당과 함께 벌이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참으로 방약무인하다.
자존심 강한 이는 설사 치명적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염치도 부끄러움도 없다.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는 물론
국가마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검찰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 진중권과 유시민의 설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들은 치밀한 논리를 자랑하는 일당백의 논객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옳은 소리를 싸가지 없이' 해서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진중권은 '옳은 소리를 정나미 떨어지게' 해서
나는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진은 그 혀가 메두사와 같아
그의 주장을 듣고 나면, 나와 뜻이 같은데도' 늘 불쾌했다.
그러나 '옳은 소리'를 하므로 미워하진 않았다.

​ 그런데 조국 정국이 시작되면서 진중권의 행보가 이상해졌다.
정의당이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탈당 소동을 일으키더니
돌연 동양대에 사표를 내며 본격적으로 진보진영 공격에 나서고 있다.
조국과는 친한 친구 사이라던데 왠일인가?

​ 어쩌면 '동양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에게 동양대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실 학위가 없는 그가 대학 교수가 된 것은
동양대 총장의 특별 배려 였다고 한다.
그로선 총장이 은인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총장은 청탁을 안 들어준 조국과 사이가 안 좋다.
그리고 때맞춰 조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
혹시 이 때문에 그도 조국에 등을 돌린 건 아닌가?

​ '천하의 진중권'이 설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총장의 사기 행각에 그답지 않게 너그러우면서
조국 딸의 표창장 문제엔 유독 확신을 갖고 총장 편을 드는 것을 보면
뭔가 잘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 동양대 표창장 담당자들이 이미 총장의 거짓을 증언하는데도
그는 자기가 더 잘 안다고 억지를 부린다.
총기가 흐려진 게 아닌가 되돌아보라는 유시민의 충고가
귀에 들어오는 이유다.

​ 그는 총장이 교육부 감사로 사퇴할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사표를 내고는 본격적으로 진보 공격에 나섰다.
그는 자유롭게 할 말을 하기 위해서 사표를 냈다며
"이제 자유다"라고 외치기 까지 했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일까?
총장은 은인이자 부담이었을 것이다.
총장 편을 들면 그 사실만으로도 자기 발언의 정당성을 의심받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 자신의 특혜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선수를 친 것이 아닐까?

​ 사표를 낸 그는 역시 친구였던 유시민을 물고 늘어지더니
오늘은 느닷없이 친문 인사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자기는 아직도 문정권을 지지하지만
친문 인사들이 자기들의 이권을 위해 언론과 검찰을 공격해
문정권을 되레 망하게 하고 있단다.

​ 참 해괴하다.
그 자신이 그동안 언론과 검찰을 신랄하게 공격하지 않았던가?
언론과 검찰이야말로 자기가 지지한다는 문정권을 망가뜨리려고 혈안이 돼있는 것 아닌가?
검찰과 언론이 조국을 상대하면서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했는가?
올바른 언론, 올바른 검찰로 다시 태어났는가?

​ 아니다.
달라진 건 진중권 자신이다.
우리는 이미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인재들이
'특권'을 맛본 뒤, 혹은 특권에서 소외된 뒤 어떻게 변절했는지 본 바 있다.

​ 그의 독설은 역시 대단하다.
그러나 논리는 해괴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그가 유명해진 것은
논리력보다는 사람의 복장을 뒤집어놓는 교묘한 말솜씨 덕이었던가?
유시민의 말 처럼 그의 논리력이 퇴화한 것이 아니라면
우린 그의 요설에 그동안 속은 것이다.
이제 더는 현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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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철이 드나

한담 2019/12/18 14:32
어제 박물관에 초딩이들이 왔다.
그것도 코흘리개, 1,2학년.
이 어린것들에게 무엇을 설명해줘야 할까?
케케 묵은 옛것들에 관심이나 있을까?
말해준들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기대난망.
어쩡쩡하게 그냥 데리고 다니며
알아서 구경하기만 바랐다.

그런데 줄곧 맨 앞에서 따라오던 한 여자 아이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붙인다.
"선생님, 아는 것도 많고,아주 똑뜍하신 것 같아요.
저도 커서 선생님 처럼 똑똑해지고 싶어요"

뭐라고?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어른을 보고 감히 똑똑하다니.
그것도, 난 말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뭐가 똑똑하다는 거지?
혹시 내가 너무 무성의하다고 씹는 거야?

그럴리는 없겠지.
요즘 애들이 아무리 당돌하기로
할아비뻘을 능멸하기야 하겠는가?
찬찬히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니
앙증맞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자기의 무식이 너무 한스럽다는 듯
그 표정이 슬프도록 진지하다.

나는 아이에게 대꾸도 못하고 얼른 시선을 피했다.
괜히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사실 내가 똑똑하긴 하지?"
속으로 '흐흐흐...'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여고생 100명이 왔다.
모처럼 해설이 먹힐만한 손님들.
이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어제 오늘 근무를 자원했다.
제대로 한번 해설을 해보리라.

그러나....
의욕이 넘친 나머지 오버를 한 것 같다.
2층은 둘러보지도 못하고
1충에서만 1시간을 다 썼다.
아이들은 멀뚱멀뚱한데 혼자 도취,
하마터면 민망한 모습을 보일뻔도 했다.

아이고 망신이야.
이게 웬일이냐?
어제 철없는 초딩이가 한 마디 한 말에
주책없이 현혹된 것인가?.

난 왜 이렇게 가벼울까?
인생의 비밀은 혼자 다 아는 둣 하면서
때때로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다.
나는 언제나 제대로 철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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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이 안된다

영농일기 2019/12/17 11:30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뻐빠지게 일 한 끝에 오른쪽 고랑이 왼쪽 처럼 됐다. 대체 난 뭔 일을 한 것일까?

고랑 정리를 5일만에 끝냈다.
이랑과 이랑 사이는 넓은데 고랑이 좁아
그동안 일하는 데 많은 불편이 있었다.

해놓고 보니 무엇이 변했는지 모르겠다.
양쪽 고랑을 조금씩 깎아내린 뒤
이랑으로 퍼올린 것이 다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엄청 힘들었다.
오랜만에 몸을 쓴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기간 밟고 다니다 보니
고랑 바닥이 마치 콘크리트 처럼 단단했다.
하루 고작 3시간 일을 했는데도
일을 끝내면 몸살이 나려고 했다.

이렇게 일을 할때 마다 느끼는 것이
농사의 형편없는 가성비다.
5일 동안이나 힘들게 일했지만 얻은 것이 무엇인가?
소득이 생긴 것도 아니고
내년 농사가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다니기가 조금 쉬워질 뿐이다.
이를 위해 이렇게 진을 빼야 했나?
농사 일은 할수록 손해라는 걸 이미 여러번 실감했지만
그래도 적응이 안된다.
힘들 때마다 가성비를 한탄하게 된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도 말한다.
농사 지으면서 돈 벌 생각 말라고.
그러면 농사는 왜 짓는가?
농사가 취미인가?
농사로 생계를 해결하는 자가 농부다.
취미로 농사짓는 사람은 농부라 할 수 없다.
나는 농사에 생계를 걸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이곳에 왔다.
그러니 기본 소득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많은 귀농인이 가성비를 따지다 실수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도
자기 밭의 일은 사람을 사서 하고
자기는 남의 밭에 가서 일하고 품삯울 받아
그 돈으로 자기 밭의 품삯을 준다.
그게 오히려 남는단다.
계산상으론 맞다.
자기가 하면 2,3일 걸릴 일이
사람을 사서 하면 하루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나에게 늘 돈 벌 일이 있거나
그 일이 품삯보다 가성비가 좋을 때나 맞는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다가 망하기 딱 알맞다.

그렇게 실없는 농사를 왜 다들 그만 두지 못할까?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씨를 뿌린 뒤 싹이 돋는 걸 보면
말로 다 못할 감동을 느낀다고.
그 맛에 농사를 짓는다고.

그런가?
나는 아니다.
씨 뿌리면 싹 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게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엔 오묘함을 느끼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신비가 없다.
본래 싹 나라고 씨 뿌리지 않았는가?
안 나면 되레 이상한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보면서도 농사를 짓는 건
내가 생각하기엔, 아마도,
그게 아니면 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손해 볼 걸 알지만
농사 안 지으면 뭘 할 것인가?
극히 일부의 성공적인 농부를 제외하곤
농사란 그들에게 다만 존재의 의미다.
자기가 살아있음을 농사로 느끼는 것이다.

나도 얼마간 그렇다.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다.
또 농사에 과도하게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즐겁자고, 행복하자고 여기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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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할 자

시사 2019/12/06 10:04
지금쯤은 자한당이 지옥에서 헤맬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뜬금없는 단식투쟁 등 '뻘짓'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고만장하다.
검찰이 '조국 사태'를 일단락 지은 뒤 야당 수사에 나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오히려 자한당과 햔펀이나 된 듯
함께 청와대 공격에 여념이 없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검찰은 조국을 수사하면서 여당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그만한 혐의에 그런 사생결단식의 수사를 해야 하는지,
여당 지지자가 아니라도 의심할만 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수사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야당에 대해서도 곧 철저한 수사에 나설 줄 알았다.
그러나 정경심을 무려 14개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도
자한당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왤까?

아무래도 아직 조국을 잡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
검찰은 정경심을 구속 기소한 뒤 당장 조국을 잡아넣을 기세였다.
그러나 여태 기소조차 못하고 있다.
이미 재판이 시작된 정경심의 경우에도
판사들이 공소장 내용에 황당해 한다는 전언이다.
만일 조국을 끝내 잡아넣지 못하고
정경심 마저 별다른 범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검찰은 패가망신의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얼마나 나라를 시끄럽게 했는가?
온 나라가 조국 하나 때문에 얼마나 휘청휘청했는가?
그런데 별일이 아니다?

검찰로서는 최악의 악몽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조국을 엮어넣으려는 것 같다.
1년도 더 지난 엣 사건을 새삼 들춰내
지방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 칼을 들이대는가 하면
아무리 사소해도 조국과 연관된 냄새가 나면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조국을 넘어 청와대와 전면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검찰이 아무리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또 다른 의문이 든다.

어쩌면 검찰은 조국 개인이 목표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윤석열의 '충정'을 믿었지만, 믿으려 애썼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
조극은 하나의 희생물이었을 뿐
진짜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듯, 검찰개혁 저지였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조국 하나만 잡으면 대충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문재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
아예 청와대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는지 모르겠다.
그러자면 야당의 도움이 필수다.
일각에서 검찰과 자한당의 뒷거래를 의심하는 이유다.
검찰이 청와대와 여당을 도덕적 타락세력으로 몰아
다음 총선에서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야당이 승리하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자한당 관련 수사에는 모두 소극적이다.
자한당 국회의원 60여명의 목숨이 걸린 패스트트랙 수사는
총선이 하루 하루 가까워지는데도 오리무중이다.
아예 선거 뒤로 수사를 미뤘다는 말도 있다.
조국 자녀의 혐의와 판박이인, 아니 더 심한 나경원 자녀 수사 또한
시민단체의 7차레 고발에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검찰에 대해 자한당은 "검찰을 탄압하지 말라"
여당과 청와대를 상대로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만하면 환상의 복식조 아닌가?

그러나 이는 야당에게도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검찰을 이대로 두면 대통령 조차도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괴물'이 된다.
아무리 검찰의 수사 독립성이 중요하다 해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까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칼을 들이대도 좋은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 괴물은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자한당이 집권해도 검찰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다.

다행히 국민들은 이전과 달리
검찰과 야당의 언론 플레이에 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문정권 지지율이 최근 사태로 폭락하기는 커녕
다소라도 오히려 올랐다.

문재인 또한 마침내 회심의 칼을 빼들었다.
추미애를 법무장관으로 내정한 것이다.
"추타르크"로도 불리는 추미애는 '순진한' 조국과는 다를 것이다.
야당과 언론이 또 어떻게 그를 흔들지 모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임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묘하게도 이와 맞춰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나왔다.
윤석렬이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악역을 맡고 있다는 엉뚱한 소리도 하고,
그동안 무소식이던 패트 수사도 년내 끝내겠다고 했단다.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인가?
그래본들 기차는 이미 떠났다.

조국을 끝내 잡아넣든 그렇지 못하든,
이제 와서 야당 수사에 나서든 아니든,
검찰은 이미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 댓가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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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생활의 비법

영농일기 2019/12/05 15:44
오늘 멀칭매트를 모두 걷었다.
힘든 일은 아니지만 혼자 하긴 어려워
아내가 편한 날을 기다려 함께 일을 나갔다.
역시 함께 하니 일이 쉽다.
아내는 내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쫑알쫑알,
나는 나보다 일도 못하면서 웬 잔소리냐 버럭 버럭,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일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힘도 별로 안 든다.

아내는 항상 내가 하는 일에 불만이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거다.
맞다.
그런데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농사일은 절대로 너무 잘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아무리 완벽하게 해도
소득은 대충 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더라.
신경만 피로하고 스트레스만 쌓이더라.

농군 중에는 사관생도 처럼 일하는 사람도 있다.
고랑 하나를 내도 열과 오를 철저하게 맞추고
가지를 쳐도 모두 반듯하고 보기 좋게 마무리 한다.
그러나 비뚤게 심었다고 열매가 안 열리나?
대충 가지 쳤다고 덜 열리나?
품질도 수확량도 좀 낫긴 하지만
애쓴 만큼 돈이 되지는 않는다.

본래 농사가 그렇다.
가소성이 너무 형편없다.
농부도 자기가 농사짓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훨씬, 훨씬, 훨씬 싸게 든다.
아니, 농사 지을수록 손해가 커지는 게 다반사다.
그러니 농사 열나게 지어 뭐 하겠는가?
차라리 대충 짓는 것이
힘도 덜 들고 실망도 덜 하다.

그래도 농사는 열심히 지을 것이다,
그러나 설렁설렁 할 것이다.
설렁설렁 열심히,
그게 내가 터득한 농촌생활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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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분류없음 2019/11/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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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감자, 홍감자를 캤다.
지난 여름 고추가 무더기로 쓰러진 뒤
빈 자리를 그냥 두기 아깝고 보기에도 안 좋아
감자를 심었었다.
내년엔 무경운으로 농사를 지을 예정이어서
멀칭도 그대로 둔채 고추 심었던 자리에 그대로 씨감자를 넣었다.
그런 만큼 수확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으니 서리가 내리고도 캘 생각을 못했다.
차일 피일 미루다 오늘 캐보니
그래도 생각보단 많은 감자가 나온다.
정말 땅은 거짓말을 못하는구나.

감자를 캐기 전 고추대를 모두 제거했다.
예초기로 자를 예정이었으나 제대로 작동을 안 해
가지들을 하나 하나 손으로 꺾었다.
내가 하면서도 참 무식하게 일한다 싶었는데
하다 보니 일 같지도 않게 끝난다.
역시 나는 농군 체질인가?

감자를 캐면서 보니
멀칭에 가려졌던 땅의 토질이 무척 좋아보이더라.
그동안 미생물을 만들어 꾸준히 투입했는데
농사는 몰라도 땅은 잘 가꾼 건가?
내년 농사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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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을 닫다

영농일기 2019/11/15 19:59
오늘 관정을 닫았다.
앞으로 물 쓸 일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올 농사가 끝났다는 말이다.

진작 밭 정리를 해야 했지만
차일 피일 미뤄왔다.
싱싱한 고추가 아직도 너무 많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붉어져 손해를 줄여줄까 했지만
이들은 기대와 달리 그다지 붉어지지 않았다.
그냥 갈아엎어?
그러기엔 너무 아깝고
따서 풋고추로 팔자니
실익도 없이 몸만 축낼 것 같았다.
그새 기온이 두어차례 영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고추들이 상해버렸다.

고추 꽃 한 송이만 떨어져도 안달복달했는데
수천개, 어쩌면 그 이상의 탐스런 고추가
헛되이 상해가고 있다.
인간에게 소중함이란 무엇이던가?
가치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던가?
고추로 인해 새로운 눈을 떴다.

본래 어떤 것에도 가치라는 게 없다.
앞으로 나는
어떤 가치에도 자유로울 것이다.

오늘 관정을 닫았지만
실제로 밭을 정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하는 듯 일하지 않고
노는 듯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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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타작

영농일기 2019/11/06 18:35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콩 타작을 했다.
애 써 털어보니 모두 두 서너 말?
400평 밭이면 최소 서너 가마니는 나와야 한다는데
반에 반에 반, 그 반도 안되는 셈이다.
남들이 보고 웃겠다.
그러나 나는 이마저도 감사하다.
계산상으로는 손해지만
애초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버럭 화가 나기도 한다.
농사 일이라는 게
품은 많이 들고 결과는 늘 시원찮다.
400평 밭의 콩을 뽑고 말리는 데만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었다.
그러나 돈으로 치면 몇 푼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콩 털기도 만만치 않더라.
온몸이 뻐끈하다.
앞으로도 돌 고르는 일이 남았다.
경험이 없어 그런지
털어낸 콩에 흙과 돌이 반이다.
이들을 어떻게 일일이 골라내나?

앞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할지
자꾸 고민하게 된다.
내년까진 해보겠다고 작정했지만
불안과 걱정을 숨길 수 없다.

뭐라?
걱정이라고?
걱정이 많다고 뭔 걱정을 그리 하는가?
삻이란 본래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 또한 실체가 없는 공이다.
없는 걱정을 왜 걱정하는가?
그저 바라볼 일이다.
보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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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일상 속에서 2019/11/02 09:52
엊그제 형님 내외가 왔다 가셨다.
동생이 시골로 완전히 이사했다 하니 어찌 사나도 보고
부모님 산소도 둘러볼 겸 오신 것 같다.
이왕 멀리서 오셨으니 하루 이틀 머물다 가시기 바랐지만
극구 사양하고 그냥 가셨다.
형님은 더 있고도 싶은데
형수님 몸이 불편해 우리에게 부담을 줄까 그러신 듯 하다.

사관학교 출신인 형님은 나와 세상 보는 눈이 다르다.
나도 고집이 세다 보니
1년에 겨우 한 두번 만나면서도 말다툼을 많이 벌인다.
형님은 하마 형제애를 상할세라 많이 참으셨고
그런 형님을 보며 화를 내던 나도 속으로 쿡쿡 웃었다.
남들 보기에 격렬하던. 아니 실제로 격렬하기도 했던 우리 싸움은
이렇게 한계를 넘지 않았다.

생전에 아버님게서는 형제끼리 잘 지내야 한다고 신신 당부하셨다.
당신께서 큰 아버님과 친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제사 때마다 아버님 영전에
형님, 누이들과 잘 지내겠다 다짐하곤 했다.

형님은 우리에게 부담을 줄세라 외식을 하자 하섰지만
아내가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다.
누이동생까지 참석해 누나를 빼곤 모처럼 온 식구가 한 자리 모였다.
저절로 옛 이아기가 쏟아진다.
마음이 둥둥 떠 옛날로 날아간다.
훌러간 날들은 모두 이렇게 아름답고 즐겁구나.
그러나 몇 시간도 안돼 형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형님 연세가 벌써 80이 가깝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계시지만
당뇨가 오래돼 합병증이 가끔 발생한다.
최근엔 실명 위기까지 겪었다.
당장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형님은 우리집에 다시 오실 수 있을까?
이 먼길을 또 오실 수 있을까?
몹시 서운하고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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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영농일기 2019/10/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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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두꺼비인가 맹꽁이인가?
아님 그냥 개구리?
개구리라면 대물이다.

우리 농장엔 대물이 많이 산다.
거미도 모두 왕거미이고
사마귀도 거의가 장사급이다.
벌레 잡아먹으라고 내가 보고도 모른체,
아예 멀리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농약을 안 쓰니 땅 속엔 지렁이도 많아
이들을 잡아먹으려 두더쥐는 물론
뱀까지 하우스 안으로 가끔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들,
제몸들만 불렸지
배가 부르면 내가 잡아주길 원하는 벌레는 본체 만체다.
덕분에 올 고추 농사는 망쳤다.
모두가 이들 탓은 아니지만
절반을 벌레들이 잡쉈다.

내년엔 가만두지 않을 테다.
이들 맘껏 놀라고 만들어준 풀밭을
내년엔 없애버릴 생각이다.
남들이 그러더라.
풀밭이 가까이 있으면 벌레가 더 극성이라고.
나는 반대로 생각했는데,
내년 해보면 누가 맞는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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