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한담 2020/01/30 13:53
요즘 내 독립 블로그 글을 하루 몇 편씩 네이버로 옮기고 있다.
방문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서면서 트래픽이 자주 발생하고
사진 올리기 등 편집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글을 다 옮기려면 3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이전이 끝나면 기존 블로그는 폐쇄하고 도메인만 가져올 생각이다.

​ 글을 옮기다 보니 당시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가끔은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은 것도 있지만
그새 14년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그런데 이제 보니 블로그 개설 초기에
운주씨가 댓글을 참 많이 달아주었구나.

​ 블로그를 만들고 몇년이 지나도록
방문자는 하루 10명을 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처럼 관심을 못 받으면서 계속 글을 쓰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오늘까지 블로그를 이어온 것은
그나마 그녀라도 잊지 않고 댓글을 달아준 덕분이 아닐까?

​ 그녀와는 그가 우리 회사에 입사하면서 알게 됐다.
당시는 내가 어린이 신문으로 이른바 좌천이 됐을 때다.
어린이신문 대표는 내 입장을 생각해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나에게 제작권을 거의 일임했고
신입 부원을 뽑을때도 출제와 면접에 참여토록 했다.
그때 만난 그녀는 20대 초반의 미혼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서울 분위기에 주눅이 들만도 했지만
대단히 당돌하고 발랄했다.
그녀 입사 이후, 그녀 덕분에
무난히, 외롭지 않게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 본사로 돌아온 뒤에도 인연은 계속됐다.
나에겐 악운(?)이 계속돼 남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그는 잊을만 하면 소식을 전해오고
깜짝 선물도 보내 나를 감격시켰다.
( 그러고보니 그에게서도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구나.)

​ 최근까지도 그와는 1년에 한번은 만났다.
그도 이젠 회사를 떠났지만
옛 후배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 늘 기꺼이 참석해주었다.
"나, 이제 강남에서도 잘 나가는 아줌마예요" 라고 폼 잡으며
우리를 웃기곤 했다.
그러나 작년엔 만나지 못했다.
내가 완전히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후배들과의 망년회도 못했기 때문이다.

​ 오늘 블로그에서 그를 다시 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이제 언제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아마 이대로 잊혀지겠지.
그에게 진 마음의 빚도 결국 갚지 못하겠구나.
아무 것도 해준 것 없이 잊고 잊혀져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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