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

시사 2019/09/19 14:32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 국민적 혼란이
두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문 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장관 임명을 결정했지만
야당은 오불관언, 삭발 단식 등으로 계속 맞서고 있다.

대체 조국이란 사람이 무엇이기에
온 나라가 이토록 그의 사임 여부에 매달려야 할까?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을 거느린 제1 야당 대표가
가오가 있지, 어떻게 일개 장관 하나 끝장 내자고 삭발을 할까?
하나 하나가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어찌 줄줄이 눈물을 짜며 머리를 밀고 있을까?

만사 제치고 조국 사임에 목을 매는 야당이나
그런 조국을 끝내 지키려는 여당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조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잘 한 일일까?
야당이 그리 반대하고, 여론도 좋지 않은데
꼭 그래야 했을까?

사실 어떤 쪽으로든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 책임 없는 나도 선택하기 어려운데
국가는 물론 자신과 정당의 운명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의도가 분명해지면서
문 재인도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충격적으로 조 후보 수사에 나섰을 때
그 의도를 두고 많은 해석이 있었다.
조 후보를 희생양으로 야당의 대규모 숙청을 겨냥한다는 음모론도 있고
윤석열이나 검찰 모두 애초부터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을 손보려 했다는 설도 있다.

윤 석열 총장은 보수 정권에 찍혀 시골에 쳐박혀 있다가
현정권에 의해 검찰의 핵인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전격 발탁됐다.
음모론이 나온 배경이다.
한편 윤석열은 '뼛속까지 검찰인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박근혜 정부때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청와대에 의해 검찰총장이 축출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의 압력까지 폭로한다.
이에 대한 보수 의원들의 질타에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사람이 아니면 그는 무엇에 충성했을까?
국민? 아니, 사람이 아니랬으니 국가?
나는 그러기를 바라지만, 아니다.
아닌 것 같다.
그는 검찰총장 채동욱의 호위무사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했으니
그가 호위한 것은 채동욱이 아니라
검찰총장, 즉 검찰 조직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에겐 문재인에게 은혜를 갚기보다
검찰 조직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젠 자신이 검찰의 상징, 충성의 대상이 되었으니
온 검찰이 한몸으로 조국 쳐내기에 나섰을 수 있다.

그의 진심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문재인은 검찰의 조국 제거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면서
후자쪽에 기울어진게 아닐까 싶다.
'검찰 개혁'이란 자신의 소명을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은 잘 한 선택인 것 처럼 보였다.
여당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고 약간이나마 높아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더 진행되면서
문재인의 지지도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 부인뿐 아니라 조 장관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단다.
문재인의 선택이 잘못된 션택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조국 임명 감행 뒤
왜 아댱의 특검 요구를 받지 않았느냐 이다.
특검은 검찰을 불신할 때 한다.
윤석열 검찰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수사를 중단시키고 특검에 맡겨야 했다.
야당이 특검을 주장했으니 야당의 입을 막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일거 양득이지 않았을까?

나는 윤석열 검찰의 전광석화 수사가
'조국 죽이기'가 아닌 신속한 '조국 갈등 끝내기'이길 기대했다.
아직도 그 기대를 놓고싶지 않다.
조 장관 하나 죽고 사는 게 무슨 대수인가?
원칙대로만 수사한다면
원칙대로 그 결과를 수용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여야 갈등, 국민적 혼란의 종식이다.

만일 그 결과 조 장관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면
조국을 쳐내면 된다.
그를 결코 용서해선 안된다.
이런 혼란을 불러온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위험을(의혹이 사실이라면) 자초했을까?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착각한 걸까?
만일 잘못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착각할 정보를 주었다면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잘못을 실토했는데도 그같은 결정을 했다면
문재인이 오판한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야댱의 승리로 해석돼선 안 될 것이다.
이는 국가적 비극이다.
지금 야댱의 의식과 역량으로는
조국의 앞날이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결정적인 흠집이 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개혁에 대한 명백한 저항이자 역사에 대한 반동이며
고질적인 검찰 적폐, 악폐가 재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수사 때보다 더 많은 검찰 인력이
이번 사건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 지방 검사까지 차출,수사에 투입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최강 수사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 이미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음에도
다시 이곳 저곳을 뒤지고 있다.

이는 캐면 캘수록 더 캘 것이 나오기 때문인가,
아님 캐고 캐도 나오는 것이 없기 때문인가?
사생결단, 죽기 살기 식의 검찰 수사 끝장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top

Trackback Address :: http://www.eltalk.net/trackback/896

Write a comment


◀ PREV : [1] : [2] : [3] : [4] : [5] : [6] : [7] : ... [79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