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겠느냐

한담 2019/09/14 10:42
4번째 고추를 따서 오늘 건조기에 넣었다.
수량이 지난번 4분의 1밖에 안된다.
본래 600근, 솔직히는 최소 400근(고추가루 기준)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까지 거둔 것이 고작 70근에 불과하다.
고추가 쓰러지면서 목표를 200근 정도로 낮췄지만
이렇게 심하게 벌레가 먹는다면
100근이나마 가능할까?

성한 고추 보기가 갈수록 쉽지 않다.
보이는 고추마다 모두 벌레가 먹었다.
흉한 몰골로 줄줄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마치 교수형 집단 처형장처럼 처참하다.

용세 성님에게 어쩌면 좋으냐 물으니
화학농약을 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단다.
화학농약을 쳐도 결코 쉽지 않단다.
그러면서 나를 보는 눈빛이
"이제 알겠느냐?" 하는 것 같다.

유기농은 아무도 없는 산골에 들어가 혼자 짓든가
주변이 모두 함께 해야 가능하다더니,
혼자 아무리 애써도 안된다더니,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남보다 두배 세배 방제를 했는데도
밭이 온통 벌레 투성이인 것을 보면
나도 당장 갈아엎고 싶다.

그러나 갈아엎기엔 고추나무들이 너무 싱싱하다.
고추 열매만 피해를 입었지
가지와 잎들은 여전히 새록새록하고
아직도 꽃들이 무수히 피어난다.

끝까지 해보리라.
벌레들이 언제까지 번성하랴?
지들도 끝이 있겠지.
그때까지 우리 고추들이 버텨준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어차피 올해도 실습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실망 말고
한해 더 배운다 생각하자.
내년엔 훨씬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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