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가?

영농일기 2019/06/19 13:58
아침에 밭에 나갔다.
오늘 고추 상태를 보고 앞길을 정하리라.
밭에 들어서니
허리 꺾인 고추들이 즐비하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니
가지가 뚝뚝 부러지기도 한다.
이것 참!

혹시 물이 부족한 건 아닐까?
밭 고랑의 풀들은 아침마다 잎에 이슬이 맺히는데
왜 우리 고추나무 잎들은 푸석 푸석 말라 있을까?

결단을 내리기 전에 농기센터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어보기로 했다.

농기센터에 들고 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때마침 황과장이 직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이심전심인가?
너무나 반가웠다.

황과장은 고추나무들을 보자마자
물 부족이란다.
고추가 쓰러지는 것은
특별한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물이 부족할때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글세,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1톤의 물을 주지 않았는가?
1톤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황과장은 그렇지 않다며
제초매트를 들추고 땅을 파 보인다.
내 보기엔 축축하다.
토양 습도계로 재봐도 일부를 제외하곤
적합 또는 과습으로 나왔었다.
그러나 황과장은 아니란다.
이 정도면 엄청 메마른 것이란다.

내가 염려하던 하체 부실도
사실은 부실이 아니라 고추가 원래 그런 거란다.
그래서 줄을 매 주고,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라고.

만일 고추가 쓰러지는 원인이 단지 습기 부족이라면
오히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물 주는 일이야 아주 쉬운 일 아닌가?

평소 1주 15분씩 물을 주었으나
앞으로 이틀 혹은 사흘에 한번 꼴로,
그것도 30분 이상 충분히 주기로 했다.
오늘은 급한대로 장장 1시간을 주었다.

꽃이 떨어지는 이유도
특별한 병이나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란다.
단지 하우스 안이 너무 덥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밤에 왜 하우스를 닫아주냐고 나무란다.
밤에도 고온이 유지돼
고추가 웃자라고 꽃이 수정이 안 되는 것이라고.
누구는 하우스 문을 꼭 닫아주라 했는데...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지금은 황과장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물 부족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여하튼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얼마나 다행인가?
진딧물이야 늘상 달고 사는,
일종의 성인병으로 생각하고 관리하면 된다.

일단 물을 충분히 주면서
추이를 보도록 하자.
아직은 결단을 내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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