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영농일기 2019/06/12 13:58
해 뜨기전, 새벽에 밭에 나갔다.
진딧물은 새벽에 약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말이 있어
방제 시간을 바꿔본 것이다.
그러나 농장에 들어서자 마자 깜짝 놀랐다.
고추꽃들이 마치 벚꽃처럼 우수수 떨어져 있지 않은가?

꽃봉오리가 많이 맺힌 건 알았지만
정작 꽃이 핀 건 별로 보지 못했는데
밤새 웬 꽃들이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가?

또 무슨 병이 번진 건 아닌가 하여
가슴이 덜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스프링쿨러 1분 틀어준 것 밖에 없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토지가 과습하든가
영양이 부족하든가
하우스가 너무 덥든가
꽃이 너무 많이 달렸거나
바이러스 병이 번진 것이란다.

내 추측컨데는
하우스라 고온인데다 영양이 부족하고
꽃이 너무 많이 달린 탓인 것 같다.
특히 많은 고추들이 키만 멀쑥하고 하체가 부실해
진작부터 영양 보충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었다.

이 때문에 이미 골분액비를 만들고 있다.
골분을 물에 풀고 미생물을 투입해 발효중이다.
중간에 황산고토와 붕소까지 넣었다.
이제 이번 주말이면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이면 이미 늦을 수도 있지 않은가?
영양제라도 빨리 사다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가?
부랴부랴 농약상에게 가 물어봤다.

고추꽃들이 수정이 안됐기 때문이란다.
수정이 안 된건 영양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특별히 해줄 만한 일은 없단다.

고추농사 짓다보니 참 별 일도 많다.
3단적화로 꽃이 무더기로 피어
금방 부자라도 될 듯 기뻐했건만
그 꽃들이 수정이 안돼 우수수 지다니...
대체 이게 웬 변고일까?
이제 겨우 농사 초반인데
앞으론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조부장이 어제 한밤 전화를 해왔다.
아마도 내 블로그를 본 모양이다.
농사 지으며 그렇게 고생을 해서 어쩌냐고,
왜 그렇게 쉬운 일이 없냐고 걱정을 한다.

어쩌겠는가?
화가 나고, 마음이 불안하면
허허허
한번 웃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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