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건 없는건가요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07/05/09 10:23
추가열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가수가 있다.
그가 부른 '나같은건 없는건가요'라는 노래는
음색과 음률, 그리고 가사까지 독특해서
한번 들으면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이 노래를 여러번 듣다보니
문득 소월의 진달래꽃이 생각난다.
마치 진달래꽂의 요즘 버전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와 노래는 모두 남녀의 이별을 이야기 한다.
떠나는 님에게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그 절절함과 짙은 미련이
똑같이 나를 슬프고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님에게 호소하는 방법과 그 결말은 판이하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속과 겉이 다르다.
겉으론 담담한척 강한척 오기를 부리지만
실상 그의 상처는 치명적이다.
추가열의 노래는 솔직하다.
금방이라도 죽을 듯, 절박하고 끈질기지만
왠지 가볍다. 요즘의 사랑처럼.

소월은 떠나는 님에게 갈테면 가라고 말한다.
한 술 더 떠, 가는 길에 꽃까지 한아름 뿌려주는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그 꽃들을 짓밟고 가시라고 은근히 어깃장을 놓으면서
설마 그러기야 하겠는가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한다.
그런데도 끝내 간다?
그렇다면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문다.

추가열이 부른 노래에서 주인공은
시종 연인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줄 것을 호소한다.
싫어서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다시 또 볼 수 없느냐고, 사랑한다 말해달라고,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한다.
끝내 가겠다면 내 마음도 가져가달라고 매달리는가 하면
당신만 행복하면 그만이냐고 투정도 하고
나같은건 이제 아예 관심조차 없는 거냐고 항의도 한다.
그래도 끝내 연인이 떠나려 하자
그동안은 그래도 나를 사랑했노라 한마디만 해달라고 애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도 결산을 해야 하나보다.
이왕 끝나는 것이라면 최소한 자기 혼자만 사랑한 것은 아니라는,
적어도 손해만 본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마도 진달래꽃의 주인공은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대신
죽어도 떠나간 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심중의 그 한마디를 못한 게 한이 되고,
한번쯤 가지 말라고 매달려보지 않은 것이 한이 되어
평생을 후회와 한숨 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마야가 '진달래꽃' 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그처럼 처절하고, 피 맺히게 절규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떠나가는 임에게 매달렸던 사람은
애인이 떠나는 순간 한바탕 크게 소리 내어 운 뒤,
어쩌면 욕설도 한 바가지 퍼부은 뒤,
잘 가라, 훌훌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새출발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모두 훗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은 두 노래 모두 슬프고 가슴 아프다.

울고싶으면 울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욕도 해야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인가.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린 정서적으론
아직도 소월 세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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