꾳을 보려거든

마음의 편린 2010/10/12 10:58
지난 주말 양평의 펜션에 놀러 갔다.
아내 친구들 모임에 따라간 것.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아내 친구 모임에 따라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아줌마들 수다에 골머리만 아프지.

혹시 아내보다 예쁜 여자가 있다면
남몰래 훔쳐보는 은근한 재미라도 있겠지만
(나도 그런 사람이던가? ^^)
이미 세월의 흔적이 깃든 여인들,
보면 슬퍼지기만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모처럼 집을 떠나는 아내가
잠시라도 즐겁고 자유롭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같이 가게 됐다.

요즘 펜션들 잘 짓는다더니
시설이며 주변 경관이며
정말 일류 관광호텔 못지 않았다.

여자들은 이런곳에 살았으면 좋겠다며 모두 탄성이다.
아내도 진작 이런데 땅을 사지 않고 뭘했던가 후회 막급이다.
그런 말을 들으니
공연히 내가 무능하고 죄 지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꽃이 보고싶으면
들판에 나가 볼 일이다.
들의 꽃을 굳이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집에 가져와 심어본들 얼마나 가겠는가?
꽃은 이내 시든다.
그렇게 안되려면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설사 멋지게 키워본들
또 얼마나 자주 보겠는가?
자주 봐도 결국 시들해지고
어느샌가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꽃이 보고싶다면
가끔 몸을 수고롭게 해 들판에 나가라.
가꾸지 않아도 아름다운 꽃들이 늘 거기 있다.
굳이 꽃을 집으로 옮겨와
꽃에 매이지 말라.

갑자기 무소유자가 된 나.
이제 포도를 딸 수 없게 된 처지의
'신포도 논리'인가?

아니다.
법정 스님 아니라도
실리로만 봐도 무소유가 옳다.

그동안 멀리했던 술과 고기를
이 날은 기절할 만큼 먹다.
때로 주린 마음을 이렇게 공짜로 채우는 것도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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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귀비 2010/10/14 10:0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즐거운 나들이 하시느라
    하남운동장에 안오셨군요...
    지난 봄에 양평으로 편집팀 워크샵 다녀왔는데
    이쁜 펜션이며 마음 줄만한 곳이 여러군데
    있더라구요.
    가을 정취도 느끼시고 간만에 드신 술과 고기로
    심신이 충전되셨겠네요.
    한주가 시작되었나 싶었는데 벌써 목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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