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에서

일상 속에서 2010/04/24 20:12
우수수.......
몽환처럼 피었다가
폭설처럼 지는 벚꽃.

벚꽃을 보면 일본 무사들이 생각난다.

깨끗한 무명 옷으로 갈아입고
벚꽃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한 잔의 차, 시 한 수를 읊은 뒤
장렬하게 배를 가른다.

선연한 핏빛으로
점점이 떨어지는 생명!
벚꽃과 그들은 서로 닮았다.

사무라이들은 자기 죽음의 의식을
자기 스스로 치렀다.
죽음에 대한 초연함, 강인함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배를 천천히 갈랐다.
가로 할복, 세로 할복,
심지어 십자 할복까지.

고통으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추해지기 전에
단칼에 목을 쳐주는 것은
산자들의 배려이자
죽은자와의 단호한 이별 방식이다.

꽃잎처럼 뚝, 한 생명이 진다.
우수수.... 벚꽃이 떨어진다.

지난 주만 해도
계룡산엔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더니
오늘 가니,
그 새 피었다 벌써 태반이 졌다.
요 몇일 내린 비 때문이리라.

비가 오면 꽃들은 져야만 하리.
져야 할 때 지지 않은 꽃들은
아무리 화려해도 감동이 없다.
하늘의 꽃보다 땅에 떨어진 꽃들이
마음에 더 짠하다.

오늘은 산에 오르기보다
벚꽃을 보러 왔는데
꽃도 꽃답게 보지 못하고
마음만 더 어두워져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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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골 2010/04/30 18:2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트위터다 페이스북이다 뭐다..나 요즘 이렇게 살아요, 당신은 어때요, 사람 머릿수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허공에서 사라지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세상, 그 수많은 말들 앞에서 입이 쉬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침묵, 말이 나가지 못할수록 머리통은 터져나가고...감정의 설사도 문제지만, 변비 역시 괴롭습니다. 몸은 좀 나으셨나보죠. 벌써 5월입니다.

  2. 방주 2010/05/06 15:2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4월에 한번 보자고 한 것 같은데, 벌써 5월이네요.
    그동안 서울에 몇번 갔지만, 쉽게 연락이 안되네요.
    몸은 다 나았어요.
    처음엔 다시는 산에 못갈 것 같더니
    이젠 슬금슬금 또 산 생각이 납니다.
    시간 나면 횡~하니 한번 오세요.
    산에 가면 말 안해도 머리가 개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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