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일

시사 2010/04/11 18:07
해군 초계함이 백령도 근해에서 의문의 침몰,
46명의 장병이 실종됐다.
그런데 사고 20일이 다 되도록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군과 정부는 날마다 말을 바꾸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하며 허둥지둥이다.
급기야 사고 원인에 대한 은폐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명확히 한다며 외국 전문가들을 불러모으고 난리다.

국격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이 위대한 시대에 이 무슨 망발인가?
자국 영해에서 자국 군함이 침몰했는데
외국인을 불러들여야만 원인 파악이 가능한가?
외국의 인증을 거쳐야만 비로소 조사의 신뢰성이 보장되는가?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사고 다음날부터 바로, 사고원인은 커녕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와 언론이 실종 장병들을 영웅시 하고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에서 가요 오락 프로가 일제히 사라지고
전국 곳곳의 축제가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한창 달아올라야 할 지방선거도 숨을 죽였다.
웃는 것조차 괜히 미안하고,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분위기다.
애국 단결을 부르짖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 다시 온 것 같다.

물론 젊은 목숨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영웅인지는 사고 원인을 먼저 밝혀봐야 안다.
함정 자체의 문제인지, 운항 미스로 암초에 부딪친 것인지,
아군이든 적군이든 누군가 깔아놓은 기뢰나 폭뢰에 당한 것인지
아니면 적군의 직접 공격에 당한 것인지.
그 여부에 따라 그들은 영웅이 될 수도,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전투중 장렬히 전사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함장조차 왜 자기 배가 침몰했는지 모르고 있다면
영웅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영웅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 이유도 모른 채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희생이 자랑스럽기 보다
억울하고 화가 나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얼렁뚱땅 영웅시 하는 것보다
사고 원인을 바로 밝혀내서 책임을 가리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추모하는 길이 아닐까?

그런데 그동안의 영웅 만들기도 부족했던지
오늘은 국가 기간방송인 KBS가 장장 4시간의 성금모금 생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군에선 기념관을 짓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것인가?
도대체 왜 이리 서두르는가?

최근 해괴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봉은사 사건, 독도 문제, 남북문제,
이 모두가 전 정권 때 같으면 그야말로 대란, 파란이 아닐 수 없는데
사건 자체는 물론, 정부의 대응도 해괴하기 짝이 없다.

나라에 비상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경보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는 듯, 엉뚱한 소리만 해댄다.
위험한 징조다.
이러다 정말 큰 변고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두렵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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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운주 2010/04/22 16:3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저 역시 해괴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픈 간첩은 황씨 근처도 가기 전에 붙잡히고
    전쟁 발언 사설에 심지어 점심 먹는 자리에서도 북한 기지를 한곳 부순뒤 모른척 하면된다라는 발언이 오갑니다...
    반핵만 하고 반전은 염두에 안두는 머리를 치켜드는 세력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2. qdnm 2010/04/29 12:2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오늘(4월 29일) 천안함 침몰 장병 영결식이 있었다.
    정부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오전 10시 추모 사이렌을 울리는 등 각별한 배려를 했다.
    그동안 전국 곳곳에 참배장소를 설치해 국민들의 조문을 받았는가 하면
    순직 장병들에게는 무공훈장이 추서됐다.
    한달이 넘도록 TV에서는 가요 오락 프로가 금지됐고
    국민 성금 모금이 진행됐다.
    날마다 유족들의 애통해 하는 모습도 방영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허망하게 죽은 장병들에게 위로가 될까?

    국가의 배려로만 친다면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왜군과 싸우다 돌아가셨어도
    이런 후한 영웅 대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다.
    코미디다.
    나는 우습기만 하다.

    죽음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솔직히 그들이 무슨 공을 세웠던가?
    어떤 감동적 행위가 있었길래 영웅이며
    어떤 전과를 세웠기에 무공훈장을 받는가?
    그들은 그야말로 영문도 모르고
    혹은 잡담하다, 혹은 잠자다가 당한 것 아닌가?

    과공비례라 했다.
    이건 과공 정도가 아니다.
    이런 지나친 배려 뒤에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몇가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그동안 정권에 부담이 될만한 대형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지만
    모두 흐지부지 묻히고 말았다.
    곧 있을 지방선거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군이 뭔가 속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이같은 분위기로 몰아간 것이라면
    숨진 장병은 물론 국민 전체를 바보로 만든,
    너무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짓이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부디 그러지 않았기를 빈다.

  3. 방주 2010/05/06 10:5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김태영 국방장관이 4일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규정했다.
    근데 치욕을 당한 당사자들은 영웅? 무공훈장?
    정말 헷갈리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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