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의 로망 2

한담 2010/04/04 13:11
추노, 끝난 거야?

마지막 편을 보긴 봤는데,
하두 허망하게 끝나
도무지 끝난 것 같지가 않다.

모처럼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사실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했던가?
이렇게 빨리,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

나는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줄 알았다.
대길과 언년의 기구한 인연이 일차로 정리됐으니
이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남자들의 뜨거운 싸움이
대하 드라마로 펼쳐질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송태하 장군이 장렬히 전사하고
언년과 대길이 자연스레 다시 맺어질 줄 알았다.
이런 것이 일반 드라마의 대체적 결말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상투적인 결말은 없었다.
세상을 바꿔?
그것은 한바탕 꿈, 착각에 불과하다고 드라마는 냉소한다.
식자층의 개혁 의지라는 게 얼마나 나약하고 위선적인지,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소박한 꿈조차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
드라마는 참으로 매정하게 보여준다.
특히 노비들의 살 떨리는 반란도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멋모르고 놀아난 것임이 드러난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허망을 넘어 절망, 원망까지 느끼게 한다.

"상놈들이 희망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희망이 신념으로 바뀌면 곤란하지"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좌상 대감.
그의 이 한 마디는 그들이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성에 대한 그들의 따뜻한 미소 뒤에는
허용된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비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에서 조차 꿈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을 죽여서라도 언년의 행복을 지켜주려는 대길,
그러나 언년에게 대길은 이미 옛 남자일 뿐이다.
아직도 자신에게 순정을 지닌 대길이 고맙고 미안하긴 하지만
언년은 서슴없이 현재의 남편을 따라나선다.
대길에겐 참으로 안된 일이지만
이 또한 일반적인 현실이다.

나는 드라마에서 그런 냉엄한 현실을 보고싶지 않았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지만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희망을 대리만족시켜주기도 하지 않던가?
개혁은 성공하고, 대길과 언년은(송장군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 맺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드라마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굳이.
(그리고 만일 그랬다면
그 순간 드라마는 삼류 멜로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인기 드라마들은 한결같이 왜 이리 삭막한가?
얼마전 '지붕뚫고 하이킥'이라는 드라마도 큰 화제와 논란이 됐다.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내용은 모르지만
서로 사랑하던 남녀가 '신분'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고.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국격이 상승한' 지금도 신분서열이 존재하던가?
이때문에 네티즌들이 분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괜한 짓이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들이
이처럼 꿈 없는 세상, 희망 없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면,
그런 내용의 드라마가 국민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바로 그러하기 때문 아닐까?

더불어 사는 세상, 권력을 가진자가 군림하지 않는 세상,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도 기 죽지 않고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다가 너무도 비극적으로 운명한 노무현.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금 우리를 뒤덮고 있는 것만 같다.

그나저나 드라마가 끝난 뒤
죽은 대길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탁!, 피유우~
입으로 쏘아올린 빈 화살은
어디로 간 것일까?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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