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착각

한담 2009/04/07 20:37

요즘 메스컴의 조명을 받는 여성 정치인이 있다.
특유의 독설로 이름을 얻더니 요즘엔 폭력사건(물론 피해자다)에 연루돼
또 한번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그 사람을 내가 처음 안 것은 거의 30년 전이다.
무슨 상을 받아서 수상자들이 함께 해외여행을 가게 됐는데
(당시는 여권도 아무나 안 내주던 시절로, 해외여행은 대단한 특전이었다.)
그때 방을 같이 썼던 사람이 그 사람의 옛 연인이다.

나는 겨우 두번째 여행이었지만
그 사람은 해외여행을 자주 했던 것 같다.
호텔 시설을 사용하는데 익숙했고 해외전화도 마음대로 썼다.
(나는 겁이 나서 전화도 함부로 못 했다)
그때 그는 누가 들을세라 조심스럽게 전화를 하곤 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내용이 요상했다.

기혼자임이 틀림 없는데 ( 당시 나는 총각)
도대체 누구랑 저렇게 소근거리고 있을까?
자기 아내라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을텐데.
그 쪽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빨리 끊으려는 것 같고
그는 집요하게, 시종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사랑해'를 연발했다.

나는 그들이 '불륜관계'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불결해 보이지는 않았다.
한 남자, 그것도 결혼한 남자의 영혼을 누가 그토록 흔들어 놓았을까?
오히려 부러움과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그 여인은 바로 나에게 '신비의 여인'이 됐다.

그후 그 여인이 어떤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면서
비로소 그 남자의 여자가 바로 그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 여인은 그 후 정계로 진출했고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결국 결혼(재혼)했으며
최근엔가 다시 헤어졌다는 소문도 들었다.

젊은 시절 남 몰래 궁금해 하던 신비의 여인이
바로 그 여인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때 솔직히 조금 실망이었다.
그 여인은 이른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요즘 보이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은
나를 몹시 씁쓸하게 한다.

또 하나의 여성 정치인이 있다.
그 사람을 처음 본 것도 20년은 넘은 것 같다.
어느 세미나에 갔는데, 그 사람도 거기 왔었다.
그는 그때 이미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관심을 끌었는데
재미있는 건 자기 엄마(?)와 같이 왔다는 것이다.
당시 미혼이었던 그녀가 밤샘 세미나에 참석하는 게 걱정스러웠던지
웬 중년부인이 따라와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며 가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니, 아직도 저런 순진한 처녀와 엄마가 있나?
속으로 웃으며 그런 그녀에 호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도 지금은 맹렬한 야당 전사가 됐다.

여자라고 해서 투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런 사람이라고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때 선녀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저렇게 사나운 모습으로 변한 걸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무엇이 저들을 그렇게 변화시켰을까?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착각인가?
나의 저들에 대한 생각은 애초부터 환상이었던가?

사람은 본래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뿐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나의 모든 생각이
내 혼자의 착각, 환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부디 그 착각에서 깨어나지 말기를.
그 것이 환상이라는 걸 알게 되지 않기를!

믿었던 것으로부터의 '배신',
꿈은 그저 꿈일뿐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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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8 16:03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여자의 변신은 무죄.
    한 명은 알겠는데... 또 한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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