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일상 속에서 2019/11/02 09:52
엊그제 형님 내외가 왔다 가셨다.
동생이 시골로 완전히 이사했다 하니 어찌 사나도 보고
부모님 산소도 둘러볼 겸 오신 것 같다.
이왕 멀리서 오셨으니 하루 이틀 머물다 가시기 바랐지만
극구 사양하고 그냥 가셨다.
형님은 더 있고도 싶은데
형수님 몸이 불편해 우리에게 부담을 줄까 그러신 듯 하다.

사관학교 출신인 형님은 나와 세상 보는 눈이 다르다.
나도 고집이 세다 보니
1년에 겨우 한 두번 만나면서도 말다툼을 많이 벌인다.
형님은 하마 형제애를 상할세라 많이 참으셨고
그런 형님을 보며 화를 내던 나도 속으로 쿡쿡 웃었다.
남들 보기에 격렬하던. 아니 실제로 격렬하기도 했던 우리 싸움은
이렇게 한계를 넘지 않았다.

생전에 아버님게서는 형제끼리 잘 지내야 한다고 신신 당부하셨다.
당신께서 큰 아버님과 친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제사 때마다 아버님 영전에
형님, 누이들과 잘 지내겠다 다짐하곤 했다.

형님은 우리에게 부담을 줄세라 외식을 하자 하섰지만
아내가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다.
누이동생까지 참석해 누나를 빼곤 모처럼 온 식구가 한 자리 모였다.
저절로 옛 이아기가 쏟아진다.
마음이 둥둥 떠 옛날로 날아간다.
훌러간 날들은 모두 이렇게 아름답고 즐겁구나.
그러나 몇 시간도 안돼 형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형님 연세가 벌써 80이 가깝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계시지만
당뇨가 오래돼 합병증이 가끔 발생한다.
최근엔 실명 위기까지 겪었다.
당장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형님은 우리집에 다시 오실 수 있을까?
이 먼길을 또 오실 수 있을까?
몹시 서운하고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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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영농일기 2019/10/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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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두꺼비인가 맹꽁이인가?
아님 그냥 개구리?
개구리라면 대물이다.

우리 농장엔 대물이 많이 산다.
거미도 모두 왕거미이고
사마귀도 거의가 장사급이다.
벌레 잡아먹으라고 내가 보고도 모른체,
아예 멀리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농약을 안 쓰니 땅 속엔 지렁이도 많아
이들을 잡아먹으려 두더쥐는 물론
뱀까지 하우스 안으로 가끔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들,
제몸들만 불렸지
배가 부르면 내가 잡아주길 원하는 벌레는 본체 만체다.
덕분에 올 고추 농사는 망쳤다.
모두가 이들 탓은 아니지만
절반을 벌레들이 잡쉈다.

내년엔 가만두지 않을 테다.
이들 맘껏 놀라고 만들어준 풀밭을
내년엔 없애버릴 생각이다.
남들이 그러더라.
풀밭이 가까이 있으면 벌레가 더 극성이라고.
나는 반대로 생각했는데,
내년 해보면 누가 맞는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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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2019/10/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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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려고 사 둔 땅을 놀리기 아까워
아내와 함께 콩을 심었다.
수확까진 바라지 읺고
농한지세나 물지 않으면 다행이라 했다.
논을 택지로 만들려고 트럭 100대 분의 흙을 부었는데
업자가 나를 업수이 보고
못쓰는 흙을 실어왔기 때문이다.

역시 콩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풀들만 무성, 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언제 한번 가보니
한 뼘밖에 안되는 키에 콩이 다닥다닥 달리지 않았는가!

토질이 척박하자 자기 키는 안 키우고
자손 남기는데만 온 힘을 쏟은 것 같다.
콩을 심은 뒤 몇번 풀만 뽑다 말고 팽개쳐 두었는데
속도 실하게 여물고 있다.
자식을 위해 하찮은 콩도 자신을 희생하는구나.
한편 기특하고 한편 안쓰럽다.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은 소득이 생겼다.
하지만 콩은 나 때문에 헛수고가 됐네.
미안해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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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나를 말랐다 하네

2019/10/19 14:13
요즘 잇달아 친지들의 방문이 있었다.
그런데 보는 사람마다 내가 말랐다고 걱정한다.
아닌데? 나 안 말랐는데?

혼자 살 땐 내가 봐도 두 뺨이 홀쭉,
확실히 말랐었다.
그러나 아내가 온 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살이 많이 붙었다.
그런데도 왜 남들 눈엔 마른 것 처럼 보일까?
혹시 내가 정말 마른 건가?

간헐적 단식을 8달째 하고 있긴 하다.
그동안 한 두번 빼고
16대 8의 단식을 지켰다.
덕분에 뱃살이 80% 가까이 빠졌다.
그러나 간헐단식도 오래 되니
뱃살이 다시 조금 붙더라.
이 정도면 체중이 60Kg은 넘지 않을까?
아닌가?
60kg 초반이면 마른 건가?

만일 정말 마른 것이라면
원인이 뭘까?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건 자주 느낀다.
우선 힘이 많이 떨어졌다.
한밤 흉통으로 잠이 깬 적도 있고.

지난 8월 11일 새벽.
가슴이 아파 잠을 깼다.
갈비뼈 위쪽이 찢어질듯 아프고
양쪽 어금니가 빠질듯 죄어들었다.
고통은 바로 가라앉았지만
대체 웬 일일까?
전에도 몇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불안했다.
혹시 협심증?

인터넷을 뒤져보니
협심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원인은 관상동맥, 심장을 둘러싼 혈관의 이상.
당뇨나 고지혈증, 가끔은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단다.
나는 당뇨와 고지혈 경계에 있고
작년부터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농지 마련, 하우스 구축, 실전 농사, 이사, 집 장만, 또 이사....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게다가 일에 얽매여 운동과 섭생까지 소홀히 했다.
이 때문에 그런가?

최근엔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두통은 누구에게나 있고, 나도 가끔 겪었지만
이렇게 일주일 가까이 계속된 적은 없다.
아내는 당장 병원에 가보자고 성화다.
하지만 못 견딜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니
병원에 가보기도 애매하다.

정말 내 몸에 이상이 있나?
별일이야 없겠지......
몸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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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어찌들 사느냐

한담 2019/10/17 14:12
8년 전 회사를 정년퇴직하면서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인삿말을 남겼었다.
그 이유를 말하진 않았다.
이제 새삼 밝혀보자면 이렇다.

고맙다는 말은 주로 회사에 한 말이다.
미우네 고우네 해도
회사 덕분에 먹고 살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미안하단 말은 후배들에게 남긴 말이다.
나는 그 신문이 1등신문일 때 들어왔다.
그러나 나올 때는 3등이었다.
1등 그대로 물려주지 못한 것이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아
너무 참담하고 미안했다.

부끄럽다는 말은 나 자신에 대한 말이다.
나는 당시 신문을 그렇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무엇보다 약자 편에 서는 것이
내가 아는 언론의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신문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 노력했고
혼자 힘으로 안되자 노조 동지들과 힘을 합쳐 싸우기도 했으나
나는 결국 패배했고 무력감에 빠졌다.
민간회사에서 회사를 상대로 싸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걸 알았다면 당장 사표를 쓰고 나와야 했으나
비굴하게 정년퇴직까지 버티고 살았다.
우리가 옳은 한 잘릴지언정 자기 발로 나가지 말자고
동지들과 함께 한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그래도 사표를 던지지 못 한 게 못내 부끄러웠다.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찰 뿐만 아니라 언론 적폐 청산 요구가 높다.
후배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생각으로들 신문을 만들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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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지옥문이 열린다

시사 2019/10/14 19:38
조국 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지 3시간 만이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자기로선 할일을 다 한 것이라며
이제 자기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가족들 곁에 머물겠다고 했다.

그가 검찰 개혁을 완수하길 바랐는데
아쉽고 또 안타깝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잘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로서야 여당, 특히 대통령 지지도가 연일 떨어지는 게 부담이었겠지만
설사 끝까지 버텨 승리를 거둔다 해도
이젠 축하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래 완벽한 승리,일방적 승리는 환영받지 못환다.
패배자에게도 자존심을 지킬 기회, 변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쯤 사퇴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도 유리하다.

현재 야댱과 보수언론의 기세는 절정에 달해 있다.
조 장관이 더 버틴다면 그들에게는 악밖에 남을 게 없다.
(지금도 악에 받혀 있긴 하지만)
이때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그들에게 일시적 승리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그들을 닭쫓던 X로 만들 수 있다.

마침내 닭을 울 밖으로 몰아낸 그들 앞엔
지옥 문이 열릴 것이다.
당장은 더 큰 강공으로 나오겠지만
조 장관이 물러난 이상 지금과 같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검찰 역시 조국 수사의 정당성과 형평성을 증명하기 위해
야당 적폐를 묵과할 수 없다.
검찰이 대놓고 반정부에 나서지 않는 한
검찰의 칼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 장관은 이제 수사 결과와 재판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그 결과에 따라 야당 지옥문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대응이 변수다.
야당의 발목잡기에 휘말리거나
선거를 의식해 원칙을 져버리고 당리당략에 빠진다면
지옥문은 오히려 여당을 향할 것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앞당겨지면서
나라 자체가 망국의 길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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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바람

바람들에게 2019/10/06 13:30
어제 처음으로 하루 방문자가 1000을 넘었다.
1224명.
2006년 6월 불로그 개설 뒤 13년 만이다.

블로그를 만든지 6년 가까이
방문자는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2012년 한때 100명을 돌파하고
2017년 9월엔 200명을 넘긴 적도 있지만
그때까지도 대부분 두자리 수였다.
작년에야 비로소 세자리수로 오르고
어제 처음 4자리 수를 기록한 것이다.

작년 5월
80명선에서 오락가락 하던 방문자가
어느날 갑자기 100명을 넘었다.
그러더니 날마다 늘어 400, 500, 600까지 육박했다.
잠시 200~300으로 내려왔지만
다시 500을 넘어 근 한 달 평균 450을 기록했다.
세자리 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털사의 블로그 배치 전락이 바뀌었나?
어느 인기 사이트에 누가 내 글을 올려줬나?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갑자기 세자리 수가 되면서
마치 파워 블로거나 된듯 흥분했다.
매일 수시로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그런데 한 달여 뒤 갑자기 100 아래로 뚝 떨어졌다.
뭐야? 뜬구름이었어?
금새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나 차츰 회복해
최근까지 300안팎을 유지해왔다,

어제 1000명을 넘어서면서
혹시 네자리수 시대가 오나 했지만
역시 오늘 다시 세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다지 실망스럽지 않다.
이번엔 그다지 흥분하지도 않았다.
작년 너무나 자주 방문자 수를 확인하면서
마치 블로그의 노예가 된 듯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방문자가 늘어난들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은가?
숫자는 다만 숫자일 뿐이며
늘 변하는 것이고
따라서 의미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이렇게 방문자가 늘어도 왜 댓글이 거의 없을까?
방문자가 적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수백명이 찾아오고도 왔다가 그냥 가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그런가?

하긴 블로그를 개설할 때부터 댓글을 원하진 않았다.
아니 많은 사람이 오는것 자체를 바라지 않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삶의 비밀이 나 만큼 궁금한 사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만 오기 바랐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 기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연지 10년이 지나면서
하고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삶이 계속되는 한 할 말이 왜 없겠느냐만
이젠 내 이야기보다 남들 이야기도 듣고싶다.
논쟁이나 토론이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를 도란 도란 나누기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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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사람들

시사 2019/10/04 09:35
어제 보수 야당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130만명을 동원한다더니
광화문에서 시청,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인파가 거리를 채웠다.
보수측 집회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자한당도 놀랐을 것 같다.

몇일 전(9월 28일)엔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주최측은 10만명을 희망했으나
무려 150만, 혹은 200만명이 참여했다.
이들도 스스로 놀랐다.

어제 보수측의 대규모 집회는
서초동 집회에 자극받은 바 크다.
자한당은 서초 집회 참가자 숫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아무리 크게 잡아도 5만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래놓고 오늘 자기들 집회 참가자는 300만명이란다.
300만이 맞다면 서초 집회도 200만은 되지 않을까?

서초 집회에 200만 인파가 몰렸을 때
검찰개혁을 바랐던 나도 놀랍고 반가웠다.
그러나 마냥 좋지는 않았다.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과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조국 일가 죄질'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무죄라고 주장할 수도 없지 않은가?
유죄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수백만명이 몰려가 법적 기관을 욱박지르는 것은
또 다른 파쇼 아니겠는가?

2,3만명 돼도 좋았으련만....
너무 많은 숫자에 나는 되레 가슴이 무거웠다.
촛불혁명 때는 집단지성이라며 찬탄했지만
앞으로 사사건건 머릿수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면
집단광기, 중우정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어제 보수 집회를 보곤 웃음, 쓴웃음이 나왔다.
장관 하나 잡자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오나?
조국이 뭐관데, 저리 사생결단을 할까?
국가 운명은 나 몰라라, 무책임한 선동과 악담만 퍼붓는 것을 보며
참으로 암담했다.
저런 자들이 어찌 정권 대안세력이 될 수 있겠는가?

보수 지원, 아니 문 정권 타도 선봉에 선 조선일보 또한 딱하다.
내가 언론계 현역일 때 조선일보는 교활하면서도 대단했다.
그때도 편파 왜곡 과장을 일삼았지만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갖춰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다.
욕을 하면서도 속으론 감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한당과 한통속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수준도 자한당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
파리 한마리만 봐도 악에 받힌 듯 도끼를 휘두른다.
그러다 보니 논조 또한 천박하다.
과거엔 마피아나 삼합회 보스 같은 포스가 있었으나
지금은 초딩이 푼돈 뜯는 양아치 같다.
어쩌다 저리 됐나, 안쓰럽다.

자한당과 보수세력은
이번 집회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숫자에서 늘 진보진영에 밀리던 열등감을
통쾌하게 날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서초집회와는 차이가 있다.
서초 집회가 자발적이었다면
광화문 집회는 동원 성격이 크다.
또 자한당과 뜻을 달리 하는 세력도 많이 참가했다.
자한당은 전국 지구당에 총동원령을 내리고 참석 인증샷 제출을 지시했다.
태극기 부대와 극우 종교단체 등 이질적 세력도 대거 참여했다.
보수 라고 불릴 만한 모든 세력이 참가한 것이다.

그러나 동원된 사람만으론 300만 이라는 숫자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 외에 정치색이 없는, 순수 시민도 대거 참여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누구일까?
자한당에 호의적이진 않지만 조국에 분노한 시민들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국에 분노했다기 보다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이 사회의 민낯에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 정권에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으나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갈 길을 잃은 것 같다.
아직 문 정권을 반대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분노를 풀 길이 없자 조국을 희생양 삼아 이번 집회에 참가한 게 아닐까?

보수 집회에 수백만이 모였다는 건 심상치 않다.
그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했다면
어떻게 모였든, 속 내용이 어떻든, 혁명적 사태다.
절대로 쉽게 보면 안된다.
중요한 건 '길 잃은 사람들'의 최종 선택이다.

나는 정서적으로 조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의 격렬한 비난과 조롱에도
처연하게, 또는 의연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고
그가 좋아졌다.
이런 혼란과 갈등이 예측 가능했음에도
조국을 선택한 문 대통령에게도 되레 신뢰가 깊어졌다.

야당은, 또 일부 여권에서도 조국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조국 스스로 사퇴하거나 조국을 내치는 것.
이는 사실 쉬운 해결책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며 정치공학이다.
그 당연한 해법을 거절한 조국과 문재인이 나는 새롭게 보였다.
그리고 그에 기대를 건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이전과 다른 길을 걸어야 열리지 않겠는가?

나의 기대와 희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싸움은 문재인의 패배로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조국 사건이 끝나면
여하튼 우리 나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리고, 역사는 결국 진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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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영농일기 2019/09/24 19:10
이제 가을인가?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서늘하다.
풀들도 기세가 꺾였다.
예전엔 베어내기가 무섭게 일어서더니
일주일 전 베어낸 자리가 아직도 누렇다.
베어낸 풀이 마르도록 새 풀이 자라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올해 더 이상 풀을 깎는 일은 없을 듯 싶다.

그러나 벌레들은 여전하다.
아직도 고추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처음엔 보이지도 않던 벌레들이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띈다.
가을이 오면서 벌레들도 떠날 준비를 하는가,
아님 이제서야 내 눈에도 숨은 벌레가 보이는 건가?

처음엔 벌레를 보면 장갑부터 찾았다.
맨손으론 도저히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갑을 찾아 오면 벌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어디에 있었는지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번번히 놓치다 보니
나 자신에 화가 났다.
농사를 지으려는 거야 말려는 거야?
눈 딱 감고 맨 손가락으로 집어내기 시작했다.
그 흉칙한 색깔과 감촉에 진저리를 쳤지만
몇 번 해보니 할만 했다.
그러나 지금도 벌레를 잡으면 바로 손부터 씼으러 간다.
내년 쯤엔 벌레를 잡은 손 그대로
맛있게 밥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올 고추농사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아직도 많은 고추가 달려있고 무수히 꽃들이 피어나지만
이제 더 이상 열매가 붉어지진 않는단다.
그렇다면 고추가루는 80근으로 끝나는 건가?
600근 목표가 80근으로 끝나다니
허탈하고 창피하다.

올 농사에 실패한 건
초기에 고추나무 관리를 잘못한 것도 있지만
별레를 거의 못잡은 탓이 크다.
벌레들은 꽃이 필때 꽃 속으로 침입,
고추 속에서 고추와 함께 큰단다.
일단 들어가면 방제할 방법이 없단다.
그래서 꽃이 필 때 소독을 자주 하라고 한다.
꽃은 매일 수많은 꽃을 피우는데,
그럼 날마다 약을 쳐야 하나?
이건 아닌 것 같다.
날마다 친다 해도
약을 친 뒤 피어난 꽃들은 또 어쩔 것인가?

이 때문에 화학농약으로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보는 피해라면,
설사 좀 더 피해를 본다 해도 큰 차이만 아니면
무농약을 고집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 차이기 크지 않은 것이 아닌 것 같다.
내 경우, 반반 정도를 각오했지만
벌레가 3, 내가 2를 먹은 것같다.
그런데 용세 성님 고추밭은 너무나 깔끔하더라.
벌레 먹은 고추 하나 없이 아직도 싱싱하기만 하더라.
우리 밭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더라.

그런가?
화학농약을 치면 이렇게 효과가 있는가?
그만큼 내 농약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님 나에게 또 다른 문제가 있는가?

올 농사가 잘못된 원인을 밝혀야 한다.
그래서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 농사도 장담하기 어렵다.
600은 커녕 200근 넘기기도 쉽지 않다.
내년 농사 시작 전에
반드시 해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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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徨先生 2019/10/04 19:4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列子的歌!!

  2. 쥔장 2019/10/05 15:3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황룡선생, 어찌 이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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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강

시사 2019/09/19 14:32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 국민적 혼란이
두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문 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장관 임명을 결정했지만
야당은 오불관언, 삭발 단식 등으로 계속 맞서고 있다.

대체 조국이란 사람이 무엇이기에
온 나라가 이토록 그의 사임 여부에 매달려야 할까?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을 거느린 제1 야당 대표가
가오가 있지, 어떻게 일개 장관 하나 끝장 내자고 삭발을 할까?
하나 하나가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어찌 줄줄이 눈물을 짜며 머리를 밀고 있을까?

만사 제치고 조국 사임에 목을 매는 야당이나
그런 조국을 끝내 지키려는 여당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조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잘 한 일일까?
야당이 그리 반대하고, 여론도 좋지 않은데
꼭 그래야 했을까?

사실 어떤 쪽으로든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 책임 없는 나도 선택하기 어려운데
국가는 물론 자신과 정당의 운명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의도가 분명해지면서
문 재인도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충격적으로 조 후보 수사에 나섰을 때
그 의도를 두고 많은 해석이 있었다.
조 후보를 희생양으로 야당의 대규모 숙청을 겨냥한다는 음모론도 있고
윤석열이나 검찰 모두 애초부터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을 손보려 했다는 설도 있다.

윤 석열 총장은 보수 정권에 찍혀 시골에 쳐박혀 있다가
현정권에 의해 검찰의 핵인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전격 발탁됐다.
음모론이 나온 배경이다.
한편 윤석열은 '뼛속까지 검찰인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박근혜 정부때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청와대에 의해 검찰총장이 축출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의 압력까지 폭로한다.
이에 대한 보수 의원들의 질타에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사람이 아니면 그는 무엇에 충성했을까?
국민? 아니, 사람이 아니랬으니 국가?
나는 그러기를 바라지만, 아니다.
아닌 것 같다.
그는 검찰총장 채동욱의 호위무사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했으니
그가 호위한 것은 채동욱이 아니라
검찰총장, 즉 검찰 조직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에겐 문재인에게 은혜를 갚기보다
검찰 조직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젠 자신이 검찰의 상징, 충성의 대상이 되었으니
온 검찰이 한몸으로 조국 쳐내기에 나섰을 수 있다.

그의 진심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문재인은 검찰의 조국 제거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면서
후자쪽에 기울어진게 아닐까 싶다.
'검찰 개혁'이란 자신의 소명을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은 잘 한 선택인 것 처럼 보였다.
여당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고 약간이나마 높아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더 진행되면서
문재인의 지지도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 부인뿐 아니라 조 장관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단다.
문재인의 선택이 잘못된 션택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조국 임명 감행 뒤
왜 아댱의 특검 요구를 받지 않았느냐 이다.
특검은 검찰을 불신할 때 한다.
윤석열 검찰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수사를 중단시키고 특검에 맡겨야 했다.
야당이 특검을 주장했으니 야당의 입을 막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일거 양득이지 않았을까?

나는 윤석열 검찰의 전광석화 수사가
'조국 죽이기'가 아닌 신속한 '조국 갈등 끝내기'이길 기대했다.
아직도 그 기대를 놓고싶지 않다.
조 장관 하나 죽고 사는 게 무슨 대수인가?
원칙대로만 수사한다면
원칙대로 그 결과를 수용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여야 갈등, 국민적 혼란의 종식이다.

만일 그 결과 조 장관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면
조국을 쳐내면 된다.
그를 결코 용서해선 안된다.
이런 혼란을 불러온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위험을(의혹이 사실이라면) 자초했을까?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착각한 걸까?
만일 잘못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착각할 정보를 주었다면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잘못을 실토했는데도 그같은 결정을 했다면
문재인이 오판한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야댱의 승리로 해석돼선 안 될 것이다.
이는 국가적 비극이다.
지금 야댱의 의식과 역량으로는
조국의 앞날이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결정적인 흠집이 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개혁에 대한 명백한 저항이자 역사에 대한 반동이며
고질적인 검찰 적폐, 악폐가 재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수사 때보다 더 많은 검찰 인력이
이번 사건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 지방 검사까지 차출,수사에 투입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최강 수사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 이미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음에도
다시 이곳 저곳을 뒤지고 있다.

이는 캐면 캘수록 더 캘 것이 나오기 때문인가,
아님 캐고 캐도 나오는 것이 없기 때문인가?
사생결단, 죽기 살기 식의 검찰 수사 끝장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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